상단영역

본문영역

“추가 연구 통한 데이터 확보 필요” 게임문화재단, ‘게임과몰입’ 국제 심포지엄 개최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7.11.03 11:03
  • 수정 2017.11.03 11:0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SM-5, ICD-11 베타 버전에 게임과몰입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인 발전 신호로 보지만, 진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게임문화재단은 11월 2일 서울 서초구 소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게임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 심리학회(APA)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 각각 다루는 게임과몰입 진단기준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중립적인 공동연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메레디스 긴리 멤피스대학교 임상심리학 박사는 “DSM-5에 포함된 ‘인터넷게임과몰입(IGD, Internet Gaming Disorder)’는 집착, 금단현상, 내성 등 총 9가지 증상 중 5개 이상이 1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게임과몰입을 인터넷게임과몰입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게임과몰입을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 도박장애 등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특히 긴리 박사는 “DSM-5 내의 인터넷게임과몰입에 대한 진단 기준은 대체적으로 확정됐으나, 장기적인 영향력이나 생물학적·문화적 요인, 동반 증상 발현 가능성 등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용어상의 통일이나 적절한 게임 이용에 관한 명확한 기준점을 정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요엘 빌리외 룩셈부르크대 임상심리학 부교수는 “ICD-11 베타 버전에 ‘게임과몰입’이 포함된 것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며, “게임과몰입 자체는 반복된 보상 행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만큼, 현재 기준만으로 게임 이용자 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빌리외 부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게임과몰입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갖는 것이 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든 게임 이용자들을 포함해 가족과 친구들,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을 단순히 묵살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무모하고 타당하지 않은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마크 그리피스 노팅엄트렌트대 심리학 교수는 “DSM-5와 ICD-11 베타 버전에 게임과몰입이 포함될 만한 경험적 증거는 충분하다”며, “현저성·감정 변화·내성·금단·갈등·재발 등 6가지의 중독 구성 요소에 게임과몰입이 충족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인터넷게임과몰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 역시 과몰입 가능성이 내재돼있는 만큼, ‘게임과몰입’이라는 용어로 대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리피스 교수 역시도 현재 DSM-5나 ICD-11 베타 버전에서 활용하는 기준이나 검사 도구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재 일반 클리닉에서 사용 중인 유병률 데이터가 실제 진단이 필요한 이들의 숫자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은 총 이용시간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해서 연구돼야하며, 보다 정밀한 검사 도구와 증거기반을 구축할 만한 기준 정제, 다국가 및 장기적 추적 데이터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게임과몰입’ 진단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대부분이 진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가운데,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양한 사례 속에서 학생의 행동 원인에 대해 게임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모든 환자에게 내재된 이유를 포착할 수 있는 완벽한 진단 도구와 기준을 만들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진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렌스 램 시드니 노틀담 의과대학 공공보건 분야 책임자는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은 서로 다른 증상들 가운데서 이를 어떻게 하나로 조합하고 조기에 문제를 인식해 개입할 수 있느냐다”라며 빠른 예방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필립 탐 NIIRA 대표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다양한 동기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게임’ 그 자체만을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면담을 통해 기저에 깔린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진단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지난 10년 간 이어져온 게임과몰입 논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에 대해 환영했다. 다만, 김 의원은 “게임을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볼 때, 과몰입을 이유로 콘텐츠 자체를 제한한다면 창작의 자유가 위축되고 산업을 왜곡할 수 있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가 게임과몰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게임이 일반 사람들에게 문화산업이자 여가생활 한 부분으로 성장해왔지만, 게임과몰입에 대한 걱정과 우려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제 우리 사회도 게임과몰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편견 없는 논의와 공동연구 방안 모색이 가능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