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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불법복제 대기업이 '앞장서고 있다'...LG/삼보/현대 등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6.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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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대에 재학중인 김모군(22)은 최근 영등포 A백화점에서 PC 한 대를 구입했다. 용산에서 판매되는 속칭 ‘깡통 PC’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게임 소프트웨어를 덤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라는 게 김군의 말이다.
김군은 "요즘은 용산보다 백화점이나 메이커 대리점에서 사는 게 이득이다”고 귀띔했다. 그도 그럴 것이 텅 빈 하드디스크만 달랑 안겨주는 용산과는 달리 메이커 제품을 구입할 경우 고가의 게임 소프트웨어도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 들어 대형 PC 판매업체를 중심으로 또다시 게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판을 치고 있다. 올 초 업계의 집중 단속으로 검찰에 고소를 당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자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 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어느 백화점에 가면 무슨 게임을 끼워준다”, “어느 대리점에 가면 무슨 게임이 공짜다” 등의 정보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다.
복제되는 게임도 한빛소프트의 ‘스타크래프트’, 위자드소프트의 ‘버츄얼캅 2’, EA코리아의 ‘피파(FIFA) 시리즈’ 등 다양하다. 시중에서 수십만원에 판매되는 고가의 패키지도 이곳에서는 말만 잘하면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게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 초 한빛소프트 등 대형 게임유통업체들이 특허청 산하 한국산업재산권보호협회(이하 협회)에 의뢰해 벌인 실태 조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한 달간 전국 유명백화점 및 전자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 55개 백화점 가운데 53곳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불법적으로 끼워파는 것으로 드러났다. 꼬리가 잡힌 곳만 삼보컴퓨터 대리점 15곳, LGIBM 대리점 11곳, 휴렛패커드 대리점 2곳, 현대멀티캡 대리점 1곳 등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사대상 백화점 55곳 가운데 3곳에 PC판매점이 없는 만큼 사실상 모든 PC판매점들이 불법적으로 게임을 복제해 판매한 셈이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피해를 당한 게임업체들은 현재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다. EA코리아의 김병수 차장은 “현재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구설수에 오른 회사들은 한결같이 대리점의 잘못일 뿐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해명한다. 해당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해 본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제한 뒤, “PC판매점 업주들이 본사의 허락없이 자의적으로 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저작권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한 상황에서도 불법 복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재산권보호협회의 조영화 사무총장은 “최근 조사 결과 검찰 고소 이후에도 대기업들의 게임 불법복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용산 등지를 중심으로 전문적으로 게임을 복제하는 조직들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상황이 이렇자 게임 개발사 및 유통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을 운영하는 H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으로부터 ‘불법복제의 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의 얼굴격인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앞장선 것은 나라망신이다”고 지적했다.
‘끼워팔기’도 문제지만 대량으로 불법 CD를 유출하거나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게임을 유포시키는 행위도 업계의 골칫거리다.
PC 게임개발사 손노리는 최근 출시한 PC게임 ‘화이트데이’를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불법 복제해 배포한 이들을 서울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에 고발했다. 또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개발사인 메가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에뮬’이란 게임의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대량으로 유출돼 수십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신제품이 출시도 하기 전에 유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게임이 유출되는 과정에서 불법 복제, 유통, 판매 등의 조직적인 담합이 있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PC 판매업체들의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진단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 PC 판매에 혈안이 된 대기업들이 판매율을 늘리기 위해 복제된 게임을 넣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의 한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건은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며 이해를 구한 뒤 “조사를 통해 조만간 본질이 드러날 것이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불법복제 행위가 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안티 산업’도 덩달아 상종가를 치고 있다.
홈즈커뮤니케이션은 일본 IT업체 ED사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기술인 ‘링프로텍’ 시스템을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이 시스템은 레이저를 이용해 마스터CD에 특수한 신호를 기록하기 때문에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홈즈의 한 관계자는 “CD-RW로 복제를 시도할 경우 일부 데이터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복제한 CD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세가, 소프트뱅크, 대만의 에이서 등이 공동 출자한 조인트 벤처기업 SK글로벌은 올해 중순경 복제가 불가능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엑사이도(Xsido)’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나타나는 이 게임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아 비디오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때문에 이 게임은 복잡한 장비 없이도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비디오게임에 필요한 콘솔이나 CD 없이 자체 개발한 게임 카드만 장착하면 된다는 것.
SK글로벌의 이홍 차장은 “게임이 상용화될 경우 유통 단계가 간단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복제 위험이 사라지고 비용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는 상시로 S/W 불법복제를 단속할 예정이다. 이미 정보통신부가 ‘상시단속반’ 활동을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1달간 1백30여 업체를 적발했다. SPC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S/W 불법복제 관련 업체들에 고소, 고발이 수십건이 넘는다”며 “피해 금액만 13억원에 달하는 만큼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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