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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걸어서는 섬을 나갈 수 없다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8.01.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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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게임업계 지인을 통해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게임산업이 몇몇 성공한 업체로 인해 활황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투자 업계에서는 모바일게임 분야 투자를 꺼린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소규모 초기 개발사들은 돈줄이 아예 말랐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유명 개발자가 참여한 개발사는 그나마 투자를 검토라도 하지만, 최근 폭증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과 유저 DB, 마케팅 DB의 트래킹 노하우, 글로벌 전략까지 감안하면 대형 몇몇 퍼블리셔를 제외하면 성공률이 너무 낮아 실제 개발사에 투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필자는 모든 투자사가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본인은 소규모 초기 개발사 투자를 적극 검토한다고 강변했으나, 필자가 투자업계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지인의 지적처럼 많은 투자사가 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사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필자 역시 투자 업계 종사자로서 투자사가 그런 소극적이 된 원인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다 같은 식상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위험이 없는 투자는 없다. 많은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벤처 캐피탈이라는 투자사는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 조직이다.

전체적인 투자가 어려운 현재의 환경은 반대로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최근 수십배의 투자 수익을 가져다 준 게임 제작사 투자 사례들도 당시에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던 투자들이었다. 다른 방향에서 개발사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이런 점을 투자사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개발사와 비슷한 콘셉트, 비슷한 방식, 비슷한 게임을 제작하면서 자사의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은 지금 ‘갤러그’같은 고전 게임이 복고 열풍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인 게임으로 투자가 어렵다면 정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진 게임을 제작하고, 그 차별화된 요소를 유저들이 좋아해 준다면 큰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만큼 실패의 부담도 크겠지만, 성공했을 때 수익률은 더 클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업계에서 지극히 폐쇄적인 시장을 보통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진화론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외부와 단절된 섬이다. 그 곳의 동식물은 독특한 환경 때문에 다른 곳의 동식물과 많이 다른 기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은 반대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생존이 어렵다. 우리 게임업계가 이런 고립된 독특한 환경에서 오랜 기간 적응하다보면 우리는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섬을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섬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앞서 필자가 이야기한 것은 위험을 감수한 도전의 한 방법일 뿐,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걸어서는 섬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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