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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이트 "피라미드 주위보!"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5.1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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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희한한 일을 경험했다. 같은 편을 먹고 게임을 하던 한 여성이 끈적끈적한 추파를 던지는 것. 자신을 D대 연극영화과 학생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잠시 후 오프라인서 만날 것을 제의했다. 김씨는 흔쾌히 여대생의 제의를 수락했다. "혹시나"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만나서 손해날 것은 없겠다는 판단이 앞선 것.
두 사람은 역삼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잠시 후 "혹시나" 하던 김씨의 기대는 "역시나"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늘어놓던 여학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 "큰돈을 벌고싶지 않느냐"는 말로 시작한 말은 이 여학생은 1시간 동안 '피라미드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김씨는 "말이 통하지 않자 동료인 듯한 사람을 데려와 설득을 하더라"며 "몇 시간 동안 붙잡고 늘어지는 통에 빠져 나오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게이머들을 노리는 피라미드 조직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정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사냥감의 경계심이 풀어지면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된다. "얼굴이 궁금하다" "한번 만나자" 등의 호기심을 자극해 밖에서 만날 것을 제의하는 게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
실제 이같은 경험을 했다는 대학생 조모씨(26)는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끌려 다니다 결국 가보니 피라미드였다"며 "그동안 TV나 신문 등에서 피라미드 피해자가 나오면 이해가 안갔지만 이제는 그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활동 중인 '피라미드 족'들의 특징은 사냥감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들 위주로 조직원을 모집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위 판매원 모집에 혈안이 된 '피라미드족'들이 처음 본 사람들도 무작위로 '사냥 리스트'에 포함시킨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수법도 자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해가고 있다. 동거나 밀월여행 등 일단 제의를 받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이 경우 약속장소는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으로 정한다. 이곳에서 만난 뒤 "빼먹고 온 것이 있다"고 말해 회사 근처로 유인한다는 것.
경찰은 피라미드 조직들이 게임이나 채팅 사이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높은 작업 성공률'을 꼽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은 젊은층이 많기 때문에 피라미드족들이 어렵지 않게 활동할 수 있다. 세상 경험이 부족하고 의심도 적은 편이기 때문에 유혹에도 쉽게 넘어온다.
이중에서도 대학생들은 최상품으로 통한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대학생의 경우 은행 등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적발된 일부 판매업체를 보면 은행 등을 통해 직접 학자금 대출을 알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교육을 시키는 등 판매업체들이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판매회사들은 회원들에게 "** 방법으로 이성을 유혹해라" "** 상황에서는 ** 방법으로 해결하라" 등 구체적인 교육까지 시킨다. 심지어 잠자리를 가져 친해질 것을 강요하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잇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이 은밀히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피라미드 조직은 일반적인 만남을 가장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파악이 안된다.
일부 판매회사는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힐 것에 대비해 '다단계 등의 용어 사용금지' '걸리면 무조건 피해자라고 발뺌할 것' 등의 행동강령을 마련하기도 한다. 여러개의 사업장을 마련해놓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수법도 있다.
한편 경찰은 피라미드 수법이 갈수록 정교하게 바뀌면서 피해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사 받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고 있는 것일 뿐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농락을 당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나와있지 않다"고 말한 뒤, "피라미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망설이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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