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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임구단 공중분해 위기

  • 김수연
  • 입력 2002.05.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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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KPGL(Korea Pro Game League)이 본격적인 리그 형식을 취해 온라인 정기대회를 시작했다. 이로서 국내 게임업계에 ‘리그’ 개념이 도입되고 국내 게임리그사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PKO(Progamer Korea Open) 99’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 대회가 케이블 방송채널과 공동 개최되면서 명실공히 국내 게임대회가 방송시대로 도래했다. 또한 2000년 1월 KIGL (Korea Internet Game League) 출범식에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공중파 매스컴에 보도될 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KIGL은 구단 창설을 통해 운영되는 국내 최초 게임리그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후, 이게임즈를 비롯해 구단 창단을 통한 리그 출범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 한 때, 프로게임리그의 ‘황금시대’가 열리는 듯 싶었다.||KIGL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한글과 컴퓨터, KTB, n016 등 11개 구단을 두어 리그를 운영했다. 리그 운영방식은 구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1천8백 만원의 리그 참가비와 홍보비로 월 2백 만원씩을 구단으로부터 받는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구단 측은 소속 프로게이머를 위해 숙소나 연습실까지 마련했으나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홍보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게 구단측의 입장.
PKO는 KIGL과 조금 다른 성격의 리그를 운영했다. 구단과 선수를 짝지어 선수관리를 대행해주고 구단 측은 리그 참가비와 소속 선수 연봉만 지급해 주도록 했기 때문에 해당업체에서도 소속 선수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이없는 경우도 종종 생겨났다. 하지만 영세한 IT신생업체들까지 끌어들이는 등 구단 참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서 진정 선수들의 입장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심지어 PKO는 선수들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연봉의 30%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 밖에 다른 리그사들도 리그운영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게임단을 모집하고 급기야 과열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IT산업이 차츰 위기에 접어들고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해내기 힘든 기업들은 하나, 둘 게임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두 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프로게임단’에 소속됐던 게이머들은 대부분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 몰린 격이다. 이렇듯 리그사끼리의 과열 경쟁은 프로게이머들의 안정적인 활동과 소속구단의 홍보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호텔에서 성대한 게임대회를 치루는 등 자사 홍보를 위해 겉치레에만 힘을 쏟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KTF(구, n016)와 한빛소프트만이 프로게임구단의 명맥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이미 탄탄한 기반을 잡아나가던 삼성전자 칸도 게임단 운영을 접고 개인 스폰서 형태로 전환, 사이버리아나 AMD, IS 에서는 선수 개개인을 지원하고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형태의 개인 스폰서나 에이전시 형태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프로게임단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가장 피해를 본 쪽은 당연 프로게이머들이다. 일부 이름 있는 상위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몇 달치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해 배고픈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다반사다. 그렇게 국내 게임리그사와 게임단 붕괴는 프로게임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과중 시켰다.||실질적인 이윤만 추구하고 게임단 운영에 소홀히 한 대가로 현재 국내 리그사는 제 역할을 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하지만 리그사가 죽으면서 게임단도 죽고 게임리그도 급격히 감소해 국내 프로게이머들도 죽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현재 게임대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일부 리그사에서 주도해 온 게임대회들이 게임 전문방송 채널들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리그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일부 중하위권 선수들은 여전히 동네 PC방과 대회장을 전전하며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프로’의 이름을 단 ‘아마추어’ 인생을 살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프로게임구단은 프로게이머들의 안정된 생활 기반과 ‘프로’로서의 위상을 꾀한다. 한 순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거품만 불어넣고 무책임하게 그 꼬리를 감춰버린 리그사들의 지나친 상업성과 운영 미숙은 마침내, 국내 프로게임구단 정착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게임단 운영으로 그다지 재미를 못 본 기업들이 또다시 게임단 창단에 손 댈리 없음음 당연지사다. 리그사와 게임단 붕괴가 국내 게임리그에 치명타를 입힐 것인지 아니면 게임방송리그를 활성화 시켜 프로게이머들의 활동 무대를 넓혀갈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국내 프로게임리그의 성장은 곧 프로게이머 직업의 정착과 안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당당한 ‘프로’로 직업군을 인증 받은 ‘프로게이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출범한 협회의 ‘프로게이머 살리기’ 대책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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