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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 장애’, 다각적 연구 선행 필요” 게임문화재단,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 토론회 개최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8.03.09 16:19
  • 수정 2018.03.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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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이 ‘게임 질병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국내 각계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과학적 근거와 사회전반의 역효화가 예상되는 만큼 보다 다각적인 연구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사진=경향게임스)

이와 관련해 게임문화재단은 3월 9일 서울 서초구 소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 개정안에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의 좌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록 이슈는 국내 게임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항”이라며, “산업계를 넘어 학계,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당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각에 대한 세밀한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경향게임스)

먼저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의 ‘게임이용 장애’ 인식에 대한 발제에 나섰다. ‘게임이용 장애’는 1996년 ‘인터넷 중독’을 시작으로 수많은 연구가 이어져왔으나, 게임 장르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의견이 분분한 논제다. 이후 인터넷 사용 중 가장 구체적이고 비중이 큰 게임에 포커스를 두고 ‘인터넷 게임이용 장애’로 명칭이 변경돼왔으며, 2013년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의 섹션3에 포함됐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이용 장애’는 지금까지 정식 질환에 등록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체계화된 연구 부족, 중독 물질 자체 영향력 불분명성, 횡적연구 의존, 너무 많은 공존질환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특히 ‘내성’과 ‘금단증상’이라는 진단 기준은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고 판단 기준과 증상이 모호하다는 측면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WHO의 ‘ICD-11’ 베타버전에 실린 ‘게임이용 장애’에서는 두 요소를 제외했으나, 여전히 전 세계 의학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사진=경향게임스)

이어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뉴미디어 포비아’의 관점에서 게임 질병화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부터 인류는 소설, 만화, TV,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에 저항하기 위해 ‘공포’를 활용해왔다. 1960년대 이후 한국 게임문화사에 윤리적·교육적 담론에 기반한 ‘게임포비아’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게임은 비정상적·비교육적이고 건강과 현실적 유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의미화된다.
특히 윤 교수는 “‘게임포비아’ 극복을 위해 7년째 실시한 ‘셧다운제’는 오히려 게임의 ‘질병 분류화’ 움직임을 낳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적절한 게임이용 조절이 불가능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증상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는 “‘게임 중독’의 질병 분류는 타당성에 대한 명확성 결여와 진단 범주 경계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주의해야한다”며, “게임과 폭력성, 중독성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사진=경향게임스)

마지막으로 발제를 진행한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섣부른 ‘게임이용 장애’ 진단으로 인한 사회적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게임이용 장애 진단 분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4가지의 새로운 문제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먼저 부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실제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는 ‘노시보 효과’로, 게임이용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병리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게임 중독’을 빌미로 불법적인 병역면탈이나 형량감형 등의 시도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른 시기의 장애 판정 기록이 남아 평생의 낙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적당함’을 요구하는 것 역시 한 분야에 특출난 인재 육성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게임이용 장애’를 추진하는 측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으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도 좋은 건 아니다”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이번 진단 분류가 끼칠 역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사진=경향게임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WHO가 ‘게임과몰입’ 진단코드를 신설한다는 보도 이후, 청소년들에 대한 낙인 효과나 게임산업 종사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과학적 근거 부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며, “의학계에서도 시각이 양분되기에 꾸준한 의견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게임문화 및 게임과몰입에 관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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