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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불순한 ‘러브콜’로 골머리

  • 이석 객원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5.03.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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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IT 진흥정책 틈타 게임업계 M&A 잇달아…대주주 횡령 등 부작용도
정부의 IT 활성화 분위기를 틈타 게임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주식교환, M&A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게임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업체의 경우 M&A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의 경우 대주주의 자금 횡령에 휘말려 주가가 반토막 났다. 최근 온라인 게임업체와 합병한 산업용 밸브제조 업체도 자본 잠식으로 시장에서 퇴출 당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불고 있는 ‘과열 현상’이 모처럼 불어닥친 훈풍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망 게임업체를 ‘삼키는’ 전형적인 방법이 주식 교환 방식인 이른바 ‘스와핑’이다. 주식교환의 경우 M&A에 비해 간편한 특징이 있다. 통상적으로 코스닥 상장업체와 인수 합병(M&A)하는 장외 기업의 경우 조건이 까다롭다. 우선 경상 흑자를 내야하고, 자본 잠식도 없어야 한다. 부채 비율도 업종 평균의 1.5배 이내여야만 한다. 이에 반해 주식 교환이나 이전은 별다른 제한이 없다. 신규 상장 때처럼 교환 후 최대주주의 지분이 2년간 보호예수 되는 게 전부다.

이미 상당수 게임 관련 업체가 이같은 방법으로 흡수되고 있다. 스마트카드 제조업체인 케이디엔스마텍은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지스텍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자회사에 편입시켰다. 지난해에는 온라인게임 업체인 아라아이디시도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인 국제정공과 합쳤다.

지스텍, 아라아이디시 등 게임업계 ‘러브콜’ 잇달아
한 M&A업체 관계자는 “M&A의 경우 제약이 많기 때문에 코스닥 우회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주식 교환을 선호한다”면서 “두 업체 이외에도 현재 상당수 업체가 현재 주식교환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M&A도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미 유망 게임개발 업체는 M&A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능성이 높은 게임 개발사가 M&A 시장에 나올 경우 4∼5개 업체가 한꺼번에 달려든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외국 업체까지 나서 국내 게임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자본과 거대 시장을 무기로 한국 업체를 삼켜왔다. 최근 샨다에 역인수 당한 액토즈소프트가 한 예다. 유명 온라인게임사인 K사도 최근 개발 분야를 중국 업체와 합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중국에 이어 일본 업체까지 국내 게임시장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 M&A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외국 업체들의 ‘입질’도 많다”면서 “특히 일본의 경우 최근 게임쪽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한국업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업체의 경우 최종 목표는 한국 시장이 아니다. 궁극적인 타깃은 중국 시장에 있다. 그는 “일본 업체는 중국의 반일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기 전에 한국을 ‘테스트 지역’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M&A 과정에서 대주주의 횡령, 인수업체의 약속 불이행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게시판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고 엔터테인먼트가 그 주인공. 세고측은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결산회계를 받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면서 “횡령액인 34억원은 전액 대손처리해 특별손실 회계로 계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미 공시 하루 전인 25일 서울동부지원에 횡령 당사자인 문 대표의 이사직 직무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횡령 당사자인 문 대표를 비롯해 김용원 이사, 김대우 이사에 대해서도 직무집행 가처분 신청과 함께 수사기관에 고소장도 제출했다. 물론 문 대표측은 이같은 공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달 3일 공시 게시판을 통해 “횡령 사고 발생 공시는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공시를 올렸다.

대표이사 횡령, 약속 불이행 등 부작용 잇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고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공시 전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현재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업체의 경우 이같은 부작용이 더하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한 연구원은 “거래소 기업과 달리 코스닥 등록 기업은 최대주주나 경영진 지분율이 낮을수록 경영권 가치도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때문에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 횡령 등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온라인게임 업체인 아라아이디시와 M&A에 성공한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 국제정공이 자본 잠식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모습들이 모처럼 불어닥친 훈풍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IT 거품이 빠지면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시장도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다”면서 “정부의 IT 활성화 정책을 틈탄 불순한 세력 때문에 게임 업계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Side Story] 세고엔터 공시 해프닝
올 초 금감원 공시 게시판에는 세고엔터테인먼트측과 대표이사간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신경전은 대표이사의 횡령 사실을 밝힌 회사측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세고측은 지난달 26일 공시 게시판을 통해 “대표이사가 회사자금 34억원을 유용 및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공시했다.

며칠 후인 지난 3일 또하나의 공시가 올라왔다. 대표이사의 횡령 사실을 밝힌 공시는 일부 직원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당시 올라온 공시의 내용. 불과 며칠만에 공시 내용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횡령 혐의를 부인한 이 공시 내용은 문 대표가 공시 담당자 몰래 공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문 전 대표는 횡령혐의로 해임됐지만, 아직 후임 대표가 선임되지 않은 상태. 때문에 문 전 대표는 등기상의 대표로 남아있는 점을 이용해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세고 관계자는 “이같은 내용을 공시한 사실이 없으며, 금감원에 문의한 결과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전자공시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바꿔 공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고측은 속수무책이었다. 문 대표가 바꾼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새 비밀번호를 발급받기는 했지만, 한동안 공시를 전혀 올리지 못해 속을 끓여야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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