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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착한 BM’ 열풍] 실험적 시도 ‘OK’, 양극화 해소가 정착 선행조건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8.03.30 14:55
  • 수정 2018.03.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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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체서비스·랜덤박스 규제가 ‘박리다매’ 촉발
- 중소개발사 상생 이뤄져야 발전적 모델 확립

현재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착한 BM(비즈니스 모델)’ 열풍이 한창이다.
최신작들이 기존에 출시했던 게임 대비 상당히 완화된 과금 모델을 탑재하고 나서 유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유형으로는 값싼 월정액제와 연계된 아이템 판매 매커니즘, 확률형 아이템 배제, 단순 플레이 편의를 위한 과금이 손꼽힌다. 극소수의 ‘핵과금러(월 10만 원 이상의 고액을 꾸준히 결제하는 충성 유저)’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유저들을 수용하고, 보다 게임에 오래 남도록 유도하는 형태다. 이는 기존의 업계 통념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해당 타이틀 중에는 매출 고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도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업계 내·외적 상황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과금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가 가중된 가운데, 산업 관련 협단체와 스토어의 확률형아이템 규제가 겹치며 이전과는 다른 사업 모델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초대형 타이틀 출시를 기점으로 게임 자체의 콘텐츠가 확장되며 새로운 BM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기존에는 잘 일치하지 않던 매출과 인기순위가 일정 부분 함께 가게 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지표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시도들이 확산되면서 성공 사례들이 누적되면, 멀어졌던 유저들과의 접점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게임의 진화에 따라 다양한 파생 모델을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발전시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BM을 강하게 가져가야 매출이 나온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유저의 4% 가량만이 결제를 하고, 특히 전체의 1%를 차지하는 소위 ‘핵과금러’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과금 모델
하지만 최근 모바일게임의 BM은 사뭇 다르다. ‘가늘고 길게’라는 포인트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온 추세이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이나 큰 금액을 책정하는 형태를 벗어나 월정액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과금을 꾸준히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 친화적인 BM을 통해 보다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월정액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의 아이템 판매가 있다. 매일 유료재화를 얻을 수 있는 월정액을 결제하고, 하루하루 재화를 모아 아이템을 구매하는 형태다. 기존에는 유료 아이템의 가격을 10만 원 가량으로 높게 책정해 이를 막았다면, 현재는 ‘매너과금’으로 불리는 3만 원 정도의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확률성은 2선으로 숨거나 배제된 것 역시 주요 변경점이다. 게임 플레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비나 캐릭터 등이 아닌 코스튬 등에 확률 요소를 부여하는 것이다. ‘라그나로크M’이 대표적인 사례로, 인기 I·P(지식재산권) 게임의 경우 코스튬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는 편이라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는 편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많은 논란과 유저들의 분노를 일으킨 ‘강화’ 등의 요소에서 확률성을 축소해 눈길을 끈다. 인게임 재료를 사용해 100% 확률을 만들 수 있도록 조정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과금의 포인트가 경쟁에서 편의성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페이 투 윈’이 아닌 단순 플레이 편의를 위한 요소들에 과금이 집중 배치되는 것이다. ‘야생의 땅: 듀랑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건설이나 연구 등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료재화를 사용하는 형태다. 이외에도 가방 크기나 피로도 등 게임 편의성을 높여주는 혜택을 월정액 패키지에 묶어서 판매하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기기 위해 결제하는 ‘페이 투 윈’ 모델이 주를 이뤘지만, 게임의 고도화와 인기 온라인게임 I·P의 모바일화를 계기로 승패나 유저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상이나 장식물 등이 새로운 과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검은사막 모바일’ 캡처
▲ 과거에는 이기기 위해 결제하는 ‘페이 투 윈’ 모델이 주를 이뤘지만, 게임의 고도화와 인기 온라인게임 I·P의 모바일화를 계기로 승패나 유저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상이나 장식물 등이 새로운 과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검은사막 모바일’ 캡처

 

콘텐츠 따라 파생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시장의 변화 추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게임’을 표방한 ‘소녀전선’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기존의 강한 과금 모델에 피로도를 느낀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이 다원화됨에 따라 게임사들도 새로운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관련 논란이 북미·유럽 시장까지 번져감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관련 협단체를 통해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애플의 경우 앱 검수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자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기존 BM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확률형 아이템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시장 확대에 따른 적응 과정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시절과는 게임의 콘텐츠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국산 모바일 MMORPG의 새 장을 연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며 시장 규모를 확대시켰지만, 반대급부로 유저들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또한 이들을 기점으로 게임의 볼륨 자체가 급격히 커졌기에 수익 모델도 이에 맞춰 수정될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은 요소들을 줄인 대신, 다방면에 걸쳐 BM의 범위를 늘리며 밸런스를 잡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예를 들어 이를 부연했다. 실제로 이 게임은 강화 요소나 확률형 아이템을 축소한 대신 생활 콘텐츠나 확정 아이템 판매 등에 BM을 부여했다. 기존의 주력 요소를 축소한 대신,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밸런스를 잡은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보다 획기적인 게임 개발에 주목하게 되고, 안정적인 지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기 순위와 매출 순위가 일정 부분 일관성을 갖는 등 멀어졌던 유저들과의 접점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는 이들도 존재했다.
 
 
최근 들어 비교적 BM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게임들이 매출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게임 자체가 가진 독자적인 게임성과 축소된 과금 요소가 시너지를 내며 폭발적인 유저 유입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 최근 들어 비교적 BM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게임들이 매출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게임 자체가 가진 독자적인 게임성과 축소된 과금 요소가 시너지를 내며 폭발적인 유저 유입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다변화 속 양극화 우려
사실 현재의 BM 변화는 일종의 과도기라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야생의 땅: 듀랑고’와 ‘검은사막 모바일’ 같은 트리플A급 타이틀이 본격적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그라비티 같은 중견 업체로 확대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또 어떤 변화들이 찾아오게 될까.
이와 관련해 게임의 콘텐츠를 구심점으로 BM이 확대되리라는 예측이다. 현재 집짓기나 코스튬, 꾸미기 등의 요소가 확대되는 등 모바일게임 역시 콘텐츠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일차적으로 생활 콘텐츠가 확장됨에 따라 이 부분에 과금 요소가 배치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야생의 땅: 듀랑고’의 시간단축형 모델이나 ‘검은사막 모바일’의 영지 시스템 등 게임 내에 존재하는 생활 영역과 관련된 모델이 많아지고 있는데, 향후 새로운 콘텐츠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BM 다원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게임 콘텐츠 확장은 사실상 생활형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각종 콘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BM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이같은 모델은 소위 ‘가진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원의 한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패턴을 바꾸기 어려운데, 대기업은 자사의 플래그십 타이틀에 이같은 BM을 적용하는 모양새다. 이를 차별점으로 앞세워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대해 다른 전문가는 “대형 게임사들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아직 모바일게임의 PLC(제품 수명 주기) 장기화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같은 시도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지금의 변화가 업계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해소, 중소기업들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모바일게임에 대해 유저들이 가장 많은 비판을 내놓는 부분이 BM이었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 친화적 모델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현 상황은 업계 관계자와 유저 모두에게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향후 유저와 게임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유지·확대하는 것이 업계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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