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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최후통첩게임과 시험에 대한 착각

  • 경향게임즈 keh@khplus.kr
  • 입력 2019.05.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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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최후통첩게임”이라는 실험을 소재로 한 영상을 보았다. 게임의 내용은 무척 단순하다. 두 명이 게임 참가자가 10만 원이라는 금액을 나눠가지는 게임이다. 다만, 한 명은 제안자가 되고, 한 명은 응답자가 되는 역할의 차이가 있다.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10만 원 중 얼마를 나눠줄 것인지 제시할 수 있고, 응답자는 거절할 권리만 있다. 응답자가 제시한 금액에 동의하면 9:1로 나눠가질 수도 있고, 1:9로 나눠가질 수도 있다. 반대로 응답자가 거절하면 둘 다 0원이 되어 하나도 가질 수 없다.

이 게임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제안자가 되고, 누가 응답자가 될 것인지 정하는 방법에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무작위로 선별하여 제안자와 응답자를 정했다. 이 경우 실험 참가자 중 제안자는 대부분 5:5 배분을 제시했고, 응답자도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공기업 입사 기출 문제 시험을 통해 점수가 높은 사람이 제안자가 되고, 낮은 사람이 응답자가 되는 것으로 정했다. 이 경우 실험 참가자 중 제안자는 대부분 6:4 혹은 7:3으로 불평등한 배분을 제시했고, 응답자도 대부분 제안을 받아들였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불로소득으로 주어지는 10만 원을 나눠가지는 것과 공기업 입사 시험 점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통해 제안자라는 자격을 획득했다고 인식했다. 이 실험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험이라는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준다.

우리는 보통 시험이라는 제도가 우수한 능력자를 뽑는 공정한 방법이라고 착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통상 이루어지고 있는 시험은 절대 우수한 능력자를 뽑는 제도가 아니다. 시험 제도가 우수한 사람을 정확하게 뽑을 수 있다면, 시험 점수에 반하는 결과는 나올 수 없다. 뛰어난 벤처 창업가 중에는 대기업 입사에서 떨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으며, 유명 대학교 출신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업무 능력이 나빠 회사에서 밀려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험 제도는 우수한 사람을 뽑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지 않도록, 제시된 기준에 따라 떨어트릴 사람을 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떨어진 사람보다 시험 점수가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할만한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어차피 정확하게 판단해 뽑을 수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기준으로 떨어질 사람을 정하고, 뽑은 이후 능력은 시간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험 점수는 시험이라는 제도에 대한 적응 정도와 준비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게임 제작사에 대한 투자 제안서를 검토하다 보면, 구성원들이 어느 대기업 출신이라고 강조하여 써놓은 제안서를 종종 보게 된다. 이력 사항을 숨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거 근무했던 회사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제작 능력이 좋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많은 제작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 고민해 볼 문제이다.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이 게임을 더 잘 만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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