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754호 기사]
지난 5월 25일, 해외에서 들려온 2건의 ‘만장일치’ 보도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그리고 WHO 총회에서 질병코드라는 족쇄를 달게 된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사회에서 영화와 게임은 대중문화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멀티플렉스 극장과 스마트폰을 통해, 이제는 누구나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맹활약도 한국 영화와 한국 게임의 공통점이다. 이미 해외 3대 영화제에서 한국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일은 흔해졌고, ‘올드보이’나 ‘괴물’, ‘시’와 같은 명작들은 해외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받고 있다. 우리의 게임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전 세계 게임강국의 위상을 뽐냈고,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불세출의 스타들이 연이어 글로벌 e스포츠 무대를 정복해왔다. 바로 이 지점이 수많은 게임인들이 중독 논란에 맞서,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외치는 이유다.
그러나 유독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대우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사람들의 환호 속에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언론과 스트리머들도 연일 이들의 성공비결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반면, 게임은 전 세계에서 1억 명의 이용자가 즐기고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도, 그저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고 사행성을 장려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결국 게임인들의 자성에서 시작해야한다. 게임을 호도하는 이들의 잘못이 있겠지만, 그간 게임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노력 부족도 인정해야한다. 신생 놀이문화는 기성세대의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 그 비난을 앞장서서 막았어야 할 장본인이 바로 게임문화를 사랑하는 우리들이었기 때문이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