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문가 4인 인터뷰②] “개발자·교사·학생·학부모 콘텐츠 협업 ‘기대’”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

  • 정우준, 박건영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12.03 10:26
  • 수정 2019.12.04 15:2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65호 기사]

※ 편집자주. 국내 최초 최고 타블로이드형 게임전문 주간 신문인 ‘경향게임스’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지령 765호부터 총 3주간 창간특집호를 발행합니다. 게임은 현재 우리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습니다. 덕후 문화. 마니아 문화로만 인식돼던 게임이 이제는 메인 스트림에서 문화 산업을 이끌고 국가 경쟁력이 되어 글로벌 시장의 첨병이 되고 있습니다. 본지에서는 이번 특집호를 통해 게임으로부터 변화된 일상, 그로인해 파생된 새로운 부가산업들의 가치와 이와 같은 생태계가 구축됨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인식의 부작용, 극복 해결 방안 등을 면밀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찬반논쟁이 격화된 반면, 국내 사회에서는 게임과 일상을 접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메커니즘, 재미 요소 등을 교육, 경영, 의료, 공공서비스 등 다른 영역에 접목해 사용자가 재미와 함께 몰입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기법을 의미한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야 중 하나는 교육업계다. 기존의 획일화된 수업방식이 가진 비효율성이 증명된 데다, 수동적인 학습법에서 학생들의 집중도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돌입하면서 교육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시도됨에 따라, 교사들을 중심으로 즐거운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몰입도와 학업 성취도를 고취시킬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등 학계 전문가 2인과 배성규 한빛소프트 교육사업팀 PM,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 등 업계 관계자 2인을 만나, 교육업계가 ‘게이미피케이션’을 주목하는 이유와 향후 게임 및 교육업계 간 협업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게이미피케이션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게임에 적용되는 규칙, 메카닉스, 재미 요소 등을 교육이나 경영, 의료, 공공서비스처럼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접목해 사용자가 재미를 느끼면서 몰입하게 유도하는 동기부여 기법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다. 게임에 적용되는 규칙과 메카닉스, 재미 요소 등의 뿌리는 심리학, 인지과학 등 전통적 학문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동기부여 이론입니다. 게임 개발자나 연구자가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이상한 기법을 은밀히 연구해 게임에 숨겨두는 형태가 아닙니다. 
다만 게임은 동기부여의 일차적 지향점을 사용자(플레이어)의 재미에 두고 있으며, 재미를 통해 몰입이라는 이차적 지향점에 사용자가 도달하도록 만듭니다. 교육, 경영, 의료, 공공서비스 등의 영역에서도 동기부여 이론을 활용해왔으나, 게임과는 달리 재미라는 일차적 단계를 건너뛰고 사용자를 바로 몰입하도록 설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많은 한계가 관찰됐고, 게임과 같이 재미를 통해 몰입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Q. 교육업계가 게임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와 게임과 교육의 공존 가능성은
A.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교육 방식은 이렇습니다. 큰 강의실에 수십 명이 앞을 바라보고 앉아있고, 한 명의 강사가 한 시간 내내 혼자서 무언가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비효율성은 이미 여러 곳에서 증명되었습니다. 학습자의 청취 집중력이 10분을 넘지 못한다거나,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학습 방법에서는 단순 지식조차 제대로 인출하지 못하며, 다량의 지식을 단기간에 저장하는 형태의 학습 방법은 학습자의 응용력과 사고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PBL(프로젝트 베이스 러닝), 플립러닝, 메이커 운동 등 다양한 교육기법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들 교육 역시 지향점은 재미를 통한 몰입입니다. 따라서 재미의 정점에 있는 게임에 주목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교수자의 개인기에 의존해 학습자에게 재미를 주는 접근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과 교육의 공존 가능성, 저는 쉽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마지막 질문에 관한 답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교육과 게임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가 있다면
A.
교육 현장의 현실적 여건에 맞게 다양한 게임 형태를 잘 섞는 게 중요합니다. 게임회사에서 교육과 게임을 접목할 경우 보통 온라인 게임, 앱 게임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학교에 제공합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여건상 소프트웨어 형태의 게임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한 기자재가 있는 경우에도 때로는 소프트웨어 형태의 게임이 학습자 간 상호작용 유도에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의 유형은 보드 게임, 소프트웨어 게임, 물리적 액티비티 게임 등이 융합된 형태여야 하고, 게임 콘텐츠와 더불어 교육 지도안 설계가 치밀하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필자가 개발한 콘텐츠 중에서는 ‘메이플라이’, ‘무인도 생존일지’, ‘토크카드 청소년의 진로’, ‘아이디어잇다’, ‘버디버드’ 등이 교육 현장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였습니다. 해당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보드 게임기반이며, 여기에 일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의견 집계, 토론을 유도하거나, 물리적 액티비티를 더한 방식입니다. 또한, 퍼블리셔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지도안(교사용, 학생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굳이 보드 게임을 예로 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교육과 게임의 접목을 생각할 때 우리는 게임의 대표적 형태인 소프트웨어 게임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교육과 게임의 접목에서 중요한 부분은 콘텐츠의 유형이 아닙니다. 학습자에게 게임적 학습 경험을 충분히 형성해주는가가 핵심입니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기반 방탈출 게임, 스캐빈져 헌팅 플랫폼이 다수 출시됐으며, 그런 플랫폼을 바탕으로 교사들이 학습용 게임을 자체 설계해서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구글에 인수된 브레이크아웃에듀 플랫폼에서는 경우, 언어, 과학, 사회 등 다양한 교과목별로 여러 방탈출 게임 콘텐츠가 공유되고 있으며, 교사 입장에서는 서너 시간 정도만 배우면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플랫폼의 기능이 직관적입니다. 다만 이런 플랫폼을 알려주면, 몇 장의 화면만 보고 “이것도 게임인가요?”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게임 = 그래픽이 화려한 소프트웨어 게임”이라는 인식의 한계가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막상 이런 플랫폼을 바탕으로 교육 게임을 제작해서 수업을 해보면, 학습자들은 “수업이 즐거웠다. 다른 학습자와 소통이 많아졌다.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 정부 정책에 강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부 기관에서 교육과 게임의 접목을 지원하는 사업에서 아직도 콘텐츠의 결과물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한정하거나, 교육 지도안 개발과 현장 적용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기관 관계자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게임인 소프트웨어 게임 형태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에 올려두면 학교에서 알아서 쓰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아까운 세금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매년 찍어낼 뿐입니다. 정부 기관의 지원으로 제작된 기능성게임 중 실제 교육 현장에서 쓰이는 콘텐츠가 과연 몇 개나 있을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전통적 게임과 비슷한 교육게임 콘텐츠,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는 교육게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현장 적용성이 높은 플랫폼 개발에 정부와 관계 기업의 지원이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Q. 교육과 게임의 결합에서 우선될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A.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는 접근입니다. 학습자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교육 같은 게임인지, 게임 같은 교육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의 교육적인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그 게임은 교육 같은 게임이 됩니다. 자칫, 재미없는 게임이 됩니다. 학습자는 재미없는 게임에 몰입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어렵습니다. 
지향점은 게임 같은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거나, 강의실에 들어서거나, 의자에 앉습니다. 배우기로 결심했으나, 다만 그 이후의 과정에서 오래 또는 깊게 몰입하지 못하기에 온전한 배움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언가를 배우기로 결심한 학습자에게 재미를 줘서 몰입의 깊이와 지속성을 개선해주면 됩니다. 이러한 흐름이 바로 게임 같은 교육, 게임적인 요소를 채택한 교육 콘텐츠입니다.

Q. 단일 게임 타이틀을 활용한 교육성과는 실제로 유효하다고 보는가
A.
‘마인크래프트’ 같은 콘텐츠를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배움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사회, 역사,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교육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중요한 점은 이를 교육에 접목하고 수업을 운영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게임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와 더불어 학습과정 설계가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다양한 장난감을 아이들이 사고팔면서 시장경제를 배운다고 가정합시다. 이러한 교육 방법에 ‘마인크래프트’를 적용한다면, 아이들은 보다 더 다양한 물품을 게임 속에서 거래하며 자신이 거래하는 물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이차적 효용과 수익도 달라지면서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교사는 거래가 일정량 발생한 후에 아이들이 각자의 거래를 돌아보고, 적정한 시장 가격을 매겨보게 한다거나, 시장의 거래 규칙을 세워보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게임만 던져주고 알아서 거래하라고 했다면,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해보면 좋을지 유도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학습 성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수업의 효과성을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통상 이런 결과가 나타납니다. 학습자의 학습 몰입도 향상에 효과가 있고, 학습자의 선호도가 높으며, 학습자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었고, 학습 성과에 대한 학습자의 가치인식도 개선시킵니다. 또한 잘 설계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는 정량적인 학업 성취도(성적)을 높이는 효과를 냅니다. 의학 분야에서는 행동 장애나 지적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가 사용되고 있으며, 유의미한 효과를 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연구가 아직 국내에서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 사례가 아직은 수십 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기에 향후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Q. 향후 교육업계와 게임업계가 게이미피케이션을 매개로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A. 게임업계와 교육업계는 마치 분단된 두 나라와 같은 형국입니다. 먼저 게임업계 측의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게임업계도 어느 정도는 교육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접근 방식은 전통적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한정됩니다. 게임업계가 높은 수익을 내고 있으나, 교육적 측면에서는 학부모나 교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니 수익의 일부를 교육에 투자한다는 접근입니다. 게임업계의 CSR에서 가장 큰 비중은 장학금 지급이며, 이는 대기업의 CSR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임회사의 수익을 사회에 일부 환원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지만, 게임이 교육 문제 해결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즉, 게임업계는 CSR이 아닌 CSV(Creating Shared Value)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게임회사가 갖고 있는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노하우, 다양한 게임 관련 I·P 등을 적용해서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 교사, 학부모,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켜야 합니다.
교육업계 측면에서는 게임에 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 게 문제입니다. 필자는 수년 동안 몇몇 정부 부처와 함께 교육현장의 교사를 위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를 제작하고 보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 관련 의사결정권자, 현장 교사들이 게임에 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점이 늘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에 좀비가 나오면 교육 콘텐츠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해본 게임은 테트리스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게임 구매는 안 된다고 승낙을 안 합니다”, “게임은 중독물질이어서 나는 절대 하지 않으나, 외국에서 교육게임을 쓴다고 하니 나도 조금 써보려고 합니다” 등의 의견을 접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고 교육에 접목하려는 현장 교사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을 잘 모르거나 부정적인 인식이 가득한 상태에서 억지로 따라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교육 게임의 제작이나 보급 이전에 교육 관련 의사결정권자,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게임업계와 관련 부처의 지원으로 ‘교육 게임 학교’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두어 개의 교실을 가진 작은 규모의 개방 학교에서 일반 게임 개발자, 교사, 학부모, 학생이 다양한 교육 게임을 함께 만들고 체험하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해봐야 합니다. 더불어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 자아 발견을 주제로 한 교육 게임을 먼저 만들고, 공개 모집을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교사, 학부모, 게임 개발자가 콘텐츠를 보완하고, 다수의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 한 공개 체험회를 통해 여러 학교에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기관의 지원으로 소수의 게임 개발자가 기능성게임을 만들어서 기관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끝내는 방식, 게임에 관한 이해도가 낮은 교사가 혼자 게임을 만들어서 본인의 학급에서만 운영하고 끝내는 방식으로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킬 수 없습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박건영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