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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게임 장인 ‘이니게임즈’ 스팀 공략 시동

4년 9개월 개발 ‘아라하’ 얼리억세스 출시 … 유저 피드백 받아 실시간 업그레이드 진행중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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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69호 기사]

지난 2014년 7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라하’가 돌아왔다. 이니게임즈는 2020년 1월 6일 자사게임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5년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이후 무려 4년 10개월만의 일이다. 이니게임즈는 지난 4년 9개월동안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게임을 개발, 결국 정식 론칭에 성공했다. 공포게임이 좋아서, 또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서 고된 인내 끝에 ‘아라하:이온도의 저주’를 탄생시켰다.
 

‘아라하’를 개발한 이니게임즈는 지난 2012년 첫 설립됐다. 웹디자이너 출신 개발자 조영인 대표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생업을 멈추고 인디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화이트데이’이후 한국발 공포게임이 전무하다시피한 시대 상황이 아쉬워 공포게임을 개발해 보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게임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공포를 구현해 보는 것. 이를 위해 8년 동안 그는 공포게임 외길 인생을 달려 왔다.

한국형 공포, 키워드는 ‘무속 신앙’
‘아라하’는 저주받은 섬 이은도에서 ‘누나’를 찾기 위해 헤메는 소년의 시점을 담은 게임이다. 소년은 자신을 엄습하는 공포와 싸우고 그를 쫓는 존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생존을 위한 본능과 누나를 살리겠다는 목표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한편,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모아 섬의 저주를 풀기 위한 두뇌싸움이 함께 일어난다. 게임은 한국색채를 띄는 공포게임이다.
 

▲ 복도 끝으로 화환이 길게 늘어선 풍경은 우리네 장례식장을 연상케 한다
▲ 복도 끝으로 화환이 길게 늘어선 풍경은 우리네 장례식장을 연상케 한다

흔한 오브젝트 하나에도 우리나라 게임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례로 장례식장 주변에 놓여진 화환과 향을 피우는 분위기와 같은 장면은 국내에서만 가능한 연출 중 하나다. 사용되는 소품 역시 현대 장례문화에 주로 사용되는 것들. 흔한 포스터나 라벨 등도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하다. 여기에 무당이 제를 올리는 법당이나 공동묘지와 같은 장소들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면서 유저들을 압도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괴한 ‘귀신’ 동작과 음성에 심장이 덜컥
비교적 오래돼보이는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귀신들은 만만치 않다.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대면서 유저들의 심장을 공략하는 귀신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숨돌릴 틈도 없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이들의 비명과, 잇달아 울리는 한국어 음성들은 그 어떤 공포게임보다 몰입감을 유도할만한 요소다. 비명소리에 어느 정도 적응될 때 쯤 멀리서 기괴하게 움직이며 유저들을 쳐다보는 귀신들은 꿈에 나올까 무섭다.
 

▲ 정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흔치 않다
▲ 정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흔치 않다

이 외에도 독특한 상상력에 기반하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귀신들이 대거 등장해 유저들을 괴롭힌다. 앞서 개발자인 조용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귀신을 공개하고 조언을 받는 과정을 반복해 디테일을 잡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 귀신에도 수차례 수정을 가했고 걷는 모습을 수정하기 위해 반복적인 피드백을 받는 등 게임 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쏟아지는 피드백에 밤샘작업 ‘수정 진행중’
너무 심혈을 기울인 탓일까. 게임 출시이후 유저들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현재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적화. 워낙 많은 장치들을 도입해놓은 탓에 CPU와 GPU점유율이 치솟은 문제가 발견됐다. 또, 개발기간이 오래된 탓이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오브젝트들이 게임에 노출되는 문제도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외에도 등장하는 귀신들의 인공지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이나, 등장인물 중 한명이 주기적으로 숨을 헐떡이는 탓에 게임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지적들도 등장했다.
 

▲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장승들 오브젝트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장승들 오브젝트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같은 지적이 쏟아지면서 개발진은 출시 4일동안 3번째 핫픽스를 내놓았다. 개발자의 작업일지를 확인해보면 매일 잠을 거의 자지 않는 수준으로 일을 하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내놓는다. 그는 유저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하루 빨리 유저 여러분들에게 게임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흡했다”라며 사과문을 기재했다. 그는 이어 “(핫픽스는)귀중한 비용을 지불해주신 유저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유리한 도리”라고 밝혔다. 현시간에도 게임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중이며 크고 작은 버그를 수정하고 신규 콘텐츠를 준비하는 과정이 진행중이다.

팬들 위해 끝까지 개발 할 것
개발자인 조용인 대표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머님을 여의었고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와는 별도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업을 이어나가야하는 책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게임을 기다려주는 팬들을 위해서다.
 

▲  곳곳에 숨어있는 귀신들. 방심하는 순간 당한다(?)
▲ 곳곳에 숨어있는 귀신들. 방심하는 순간 당한다(?)

지금도 목표는 존재한다. 가능한한 안정화와 버그 수정을 끝내놓은 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모드들을 기획한다. 일례로 유저가 간호사 귀신으로 분해 런닝셔츠에 팬티만 입고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아마도 본인)을 괴롭히는 모드와 같이 참신한 게임 모드들을 더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더하면서 게임을 구매한 유저들이 만족할 때 까지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로지 공포게임 한길을 달리는 게임 개발자의 사투. 그를 응원해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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