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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게임 틀을 벗다! 연금술 RPG '라이자의 아틀리에'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3.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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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시리즈는 지난 1997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후 23년동안 30개가 넘는 시리즈를 발매한 프렌차이즈다. 장기간 동안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른바 B급 게임계를 대표하는 터주대감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시리즈 특징은 바로 '연금술'. 주로 상점에서 뭔가를 사거나, 던전에서 아이템을 줍는 게임들과 달리 재료를 획득해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게임을 클리어 해 나가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주로 어린 소녀나 병약 미소녀를 비롯한 특정 취향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을 대거 선보였고, 관련 일러스트를 선호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입문해 소위 '신도'가 되는 시리즈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기에 다년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세계관과 스토리라인, 캐릭터들을 더해 일종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면서 인기를 더했다. 

반대로 '아틀리에'시리즈는 이 점이 발목을 잡은 시리즈에 가깝다. 워낙 마니악한 유저들이 모인 게임이다 보니 게임은 특정 취향을 파고드는 게임으로 시리즈를 이어 오면서 신규 유저들을 유입하는데 실패한 작품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들을 거듭 하다 보니 '무리수'가 뒤따르기 마련. 시리즈는 마니아들 조차도 등돌릴만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면서 조금씩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 봉착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틀리에 시리즈 개발팀은 파격적인 시도에 나선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 캐릭터에서 부터 시작됐다. 우선 시리즈의 터주대감들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공개되자마자 경악했다. '아틀리에'시리즈를 대표하는 소위 '로리 취향'캐릭터 대신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캐릭터를 도입했다. 그런데 그게 대박이 터졌다. 공개전부터 어둠의 경로를 통해 캐릭터 피규어가 거래되기도 하고, 등장 캐릭터를 소재로한 동인지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것 처럼 보였던 마니아들은 사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와 함께 노후화된 엔진을 개편해 전반적인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또 다른 시도는 시스템적인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래된 게임들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인터페이스 문제를 개편해 보다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추구하도록 변경됐다. 특히 난이도가 높았던 연금술 개념을 대폭 완화해 자동으로 재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진입 장벽을 한단계 낮췄다. 여기에 전반적인 게임 밸런스도 하향 조정해 누구나 쉽게 엔딩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한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진행됐던 '시간 제한 미션'들이 삭제 됐고,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던 최상위급 연금 아이템들도 순식간에 개발이 가능하도록 변화해 밸런스를 잡았다. 

결과론적으로 시리즈는 성공을 거둔다. 일본을 기준으로 출시 첫주차 15만장이 판매됐는데, 이는 최근 발매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수치다. 첫 작품이 인기를 끌자 다른 작품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교적 판매량아 낮었던 작품들이 차트에 다시 등장하기도 하면서 개발팀은 고무된다. 이에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가동해 관련 시리즈를 묶어서 번들로 판매하는 등 소위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프로모션이 가동된다. 이렇게 시리즈에 입문하게된 유저들이 이제 새로운 마니아층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트리플A 타이틀로 올라섰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게임은 여전히 B급 최강 타이틀로 자리를 굳건이 할 뿐 트리플A급에 다가서기에는 문제가 있는 타이틀이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접근성. 얼핏 보면 게임은 '정통 일본 RPG'처럼 보이는 장르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성장하는 게임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시각에서 게임을 시작한다면 이내 실망하기 마련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연금술'을 하는 게임이다.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쓰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연금술'을 활용해 난관을 돌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저들은 이 게임의 주인공을 '연쇄 폭탄마'라 부른다. 연금술로 폭탄을 제작해 상대에게 던지면서 데미지를 주는 점은 시리즈 전통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연금술로 아이템을 계속 만들어야 하고 이를 계속 던저야 한다. 그저 던지고 만들 뿐이라면 그나마 상황이 괜찮을 지도 모른다.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재료를 수집해야 하고, 재료를 수집하다 보면 또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고, 다시 그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 재료를 수집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렇다보니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게임은 소위 말하는 '반복 노가다'게임으로 비춰진다.

반대로 시스템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이에 열광한다. 새로운 재료를 끊임 없이 테스트해보고, 특성을 만들어서 계승하고, 연구를 거듭하면서 더 강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으로 게임을 즐긴다. 마치 수학 공식을 풀듯 게임을 즐기는 점이 킬러 포인트다. 

'라이자의 아틀리에'에서는 이 단점을 지우기 위해 편의성을 고친 작품이다. 한 번 아이템을 제작해 두면 사용 제한이 걸릴때 까지 계속 쓸 수 있도록 변화했다. 이 수치는 귀환하거나, 다른 아이템을 희생하면서 복원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수치다. 또, 부족한 재료는 소위 '복사'를 하는 시스템이나, 파밍을 위한 장소를 열어주는 시스템들이 생기면서 비교적 반복 작업이 덜하도록 개발됐다.

그렇다보니 일부 유저들에게는 '단점을 개선'한 작품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유저들에게는 '게임의 특징을 죽여버린'게임이 될 수 있어 격렬히 의견이 대립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리뷰를 담당한 기자의 시각으로는 일장 일단이 보인다. 시리즈는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고, 신규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리즈를 향한 관심도 올라간 점에서 시도는 합격점을 줄 만 하다. 갈수록 마니아들을 위한 시리즈로 변해가는 시리즈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개발비를 조금 더 투자하면서 보다 양잘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게임은 마니아가 아닐지라도 쉬운편에 속한다. 도전과제 클리어율을 보면 전체 9.1%유저가 플래티넘 등급을 달성했다. 일반적인 게임들을 기준으로 평균 도전과제 달성률은 약 5%내외. 시리즈 중 '로로나의 아틀리에' 플래티넘 달성률이 3%에 불과하다. 게임이 '재미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면서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자의 경우 폭탄 몇 번 던졌더니 최종 보스가 사라졌다. 이게 끝일리가 없다고 했더니 그대로 끝이었다. 손에 땀을 쥐는 전투도 없이 본 엔딩은 허무 그 자체. 때문에 현재 밸런스 보다는 조금 더 난이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게임은 최종 클리어까지 약 30시간에 40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서브 퀘스트들이나 엔딩 이후 숨겨진 콘텐츠까지 플레이한다면 약 50시간이면 충분하다. 소위 '연금의 끝'을 본다면 플레이타임은 더 올라갈 수 있으나, 그 효과를 실험할만한 대상이 없으니 이는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게임은 분명히 제값어치를 한다. 과거 '아틀리에'시리즈를 구매했다가 내상을 입은 유저들이나, 새로운 RPG를 찾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라이자의 아틀리에'는 추천할만한 타이틀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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