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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중독에서 힐링으로’ 인식 전환, 의학계, ‘치료 도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언택트’ 확산 … 심리지원·교육·운동 등 분야서 게임사 활약
스트레스 감소 등 게임 순기능 ‘집중 조명’ … 인지장애 등 질병 치료 전면에 활용 ‘기대’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4.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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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4호 기사]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콘텐츠도 의학계에서 치료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최근 ‘언택트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 골자로, 이 분야에서 게임의 역할이 커지는 까닭이다. 자가격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게임이 적극 권장되고 있으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게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등 인식 전환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감소 등 게임이 가진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이 가진 개방성과 능동성 등의 특징으로 인해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테라퓨틱스(DTx)’가 화두로 떠오르는 시점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성을 입증해나가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유행 하에서의 게임 순기능 조명을 통해 관련 연구개발이 더욱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 편집자 주. ‘디지털 테라퓨틱스(디지털 치료제, DTx)’는 게임, 가상현실(VR), 애플리케이션 등 프로그램에 기반해 의학적 치료 효과를 제공하는 제품을 일컫는다. 독립적 사용 또는 다른 의약품·의료기기·기타 치료법과 병행 가능하며, 다른 치료제들과 같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으로 환자에게 제공된다.

전세계적 감염병의 확산은 인류의 생활양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전화나 인터넷 등 비대면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기업들 역시 원격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택근무를 전격 시행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다.

‘비대면’ 추세 속 역할 확대
이같은 움직임은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전세계 모바일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중국에서는 모바일 앱 사용시간이 전월대비 30% 증가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7% 늘었다. 모바일게임 다운로드의 경우 중국과 한국에서 전월대비 25%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3월 이후 코로나19가 북미·유럽 등 주요 선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언택트’ 트렌드 속에서 게임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라이엇 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WHO의 ‘플레이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에 동참하고 나섰으며, 유비소프트의 경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자사 게임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행보는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비롯해 교육, 운동 등 다방면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마켓플레이스에 무료로 다운 가능한 교육용 콘텐츠를 추가했다. MS가 직접 선별한 교육용 콘텐츠는 해양 생물학, 재생에너지, 그리스 역사, 코딩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학연기 등으로 정규 교육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소년 및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통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사례로는 한빛소프트가 있다. 스마트교육학회 및 더울림과의 협약을 통해 전국 지자체 및 교육청에 자사의 영어 교육 앱 ‘오잉글리시’를 공급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런데이’와 ‘핏데이’ 앱도 서비스하고 있다.
 

▲  WHO가 ‘플레이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게임을 권장하고 나서자,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 WHO가 ‘플레이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게임을 권장하고 나서자,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게임 기능성 부각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은 게임이 가진 기능성이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플레이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게임을 적극 장려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불과 약 1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을 질병으로 간주하며 질병코드 등재를 추진했던 이들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 앞에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필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 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외부활동 제한으로 일상생활이 위축되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이다. 게임은 물리적 공간 없이도 타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만들어진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는 영화 등과 달리 게임은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이같은 개방성과 연결성, 능동성으로 인해 대중들의 심리지원을 위한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게임이 가진 순기능을 강조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게임의 응축된 사회활동은 ‘물리적 사회 응축’을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대결, 화합, 소통, 갈등, 해결과 같은 사회적 교류를 사이버 공간에서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게임학회는 4월 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게임은 인간사회의 충실한 공간적 실현으로, 대결, 화합, 갈등, 해결 등 현실 공간에서의 사회적 활동들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갈 때 인간은 전혀 새로우면서도 친숙함이 혼재된 공간에 매력을 느낀다”며 “WHO가 부정적으로 본 ‘게임의 공간적 응축성’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류가 가진 결정적 이니셔티브”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활동 위축으로 대중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게임이 거론되고 있다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활동 위축으로 대중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게임이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기폭제 될까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의료 분야로의 본격적인 접목으로 연결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최근 ‘디지털 테라퓨틱스(DTx)’가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다.
DTx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0에서 5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으며, 4차산업 기술 중 인류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술적 혁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DTx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44억 2,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에서는 신경계 치료나 정신질환, 약물중독 등의 치료를 위한 일부 제품들이 활용되고 있으며, FDA에서도 임상시험을 거친 제품에 대해서는 특정 질환에 한해 패스트트랙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의료 서비스라는 점과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의 순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바른손알피오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스포츠 및 교육 장비 ‘루’의 임상시험 과정을 준비 중이다. 교육 목적의 사용도 가능하지만, 경도 인지장애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입증해 의료기기로 보급하기 위해서다. 게임 콘텐츠가 교육이나 건강관리에 더해 질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 한다는 것이 바른손알피오 고경곤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DTx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있다. 우선 원격의료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기 등록에 따라 규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제품에 대한 시장성을 증명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원격의료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의사협회의 반발이 심하고, 지금까지 나왔던 제품들이 BTC(Business-To-Customer) 시장에서 시장성을 갖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며 “관련 제품을 의료기기로 인증하게 되면 규제가 심해지고, 등록하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상호 모순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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