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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펀팩토리 문대경 대표 “프로그래머 구인난 심화, 문제는 ‘교육’이다”

경력은 숫자에 불과, 기반지식·열린 마인드가 핵심 성장동력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4.10 09:00
  • 수정 2020.04.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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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4호 기사]

최근 프로그래머 구인난이 한창이다. 게임·IT 직군을 넘어 거의 모든 산업계에서 프로그래머를 찾는 시대가 되다보니, 우수한 인재를 얻기 위해 기업들이 경쟁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를 찾는 만큼 프로그래밍 전공자들도 많지만, 양질의 인력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아이펀팩토리 문대경 대표는 결국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나 학원 등 프로그래밍 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아졌지만, 기반지식 없이 기술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특정 분야가 아니면 전혀 손을 대지 못하는 ‘반쪽짜리’ 인력들만 넘쳐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 지망생들에게도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래머에게 경력이란 숫자에 불과하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은 영원하지 않고 언제나 발전하기에,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문대경 대표는 서버 프로그래머로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았다. 넥슨 서버팀장 등 개발자로 계속 활동해왔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경험했다. 대학 출강 등 교육 현장에도 있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가 얻은 인사이트는 교육의 중요성이다. 게임·IT업계를 넘어 전체 산업군에서 프로그래머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만큼, 양질의 인력들이 충분히 공급되는 것이 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무 중심’ 교육의 역설
그러나 국내 프로그래머 교육은 상당히 특이한 구조라는 것이 문 대표의 설명이다.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들은 많고,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실무에서 사용하는 ‘기술’만을 가르칠 뿐, 그 기반을 이루는 기본 지식은 전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무자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면, 많은 이들이 기초지식 없이 그냥 실무적인 테크닉만 배워왔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서버 프로그래머를 채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네트워크 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가 응용력 저하입니다. 정확히 그 문제가 아니면 해결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는건 중요하나, 그렇다고 기반지식 없이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 대표의 지론이다. 단순히 기술만 알 뿐, 프로그래밍의 기본적 철학이나 언어 간 공통 개발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울 여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티스레딩에 대한 개념이나 네트워크 등은 서버 분야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도 알아야 하는 부분이고, 개발자라 하더라도 운영에 대한 기본 소양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분야 자체가 완전히 나눠지는 것이 아닌, 일종의 교집합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멀티스레딩의 경우 어느 프로그램이든 하나의 작업만을 수행하지 않기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서버와 클라이언트 모두에서 동일하며, 단순히 언어에 따른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요즘엔 네트워크가 안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운영체제 위에서 구동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와 운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 테크닉만을 배워온 이들은 이와 같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교육기관들이 트렌드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지만, 트렌드는 언제나 변한다. 때문에 개인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기업은 실무에 필요한 인재를 수급할 수 없다. 개인과 조직 모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실무에 강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자리잡은 왜곡된 형태의 교육으로 인해, 도리어 해당 인력들이 실무에서 도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 대표의 지적이다.

기본에 충실하자
기초지식 없이 단순히 기술만 배운 이들은 이를 다른 일에 응용하는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정해진 루틴만을 소화하는 지경이 되는데, 문제는 그 기술조차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직원이 성장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때문에 프로그래머 교육과정에서 기반지식을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지론이다. 현재 지원사업을 보면 기술만을 강조하지만, 정말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초 역량에 대한 사업이나 교육기관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향후 프로그래머로서의 역량 증진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서 기초역량에 일정량의 비중을 두고 가르치는 것도 좋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한국은 이력서를 보면 어릴때부터 이런저런 개발을 많이 해봤다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은 대학 입학 시 프로그래밍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때 보면 달라져 있죠. 여기서 기초지식이 중요한 이유가 드러납니다. 바로 이후의 성장 속도를 결정한다는 것이죠. 송재경 대표가 ‘리니지’를 만들 당시, 유니티 엔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필요한 스킬셋이 다릅니다. 시간이 가면 필요한 기술은 변하고, 당연히 이들을 배워나가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기초지식입니다.”
이에 따라 그는 사내에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래머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곳이든 인력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은 필수적이며, 사내 전문가가 전체의 역량 상향평준화를 위해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기계발의 중요성
하지만 문 대표는 이 모든 것들이 교육기관과 정부, 기업 등 집단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프로그래머 개인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그래머의 성장은 본인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뭘 배워야 하고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C++로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해도 이전과 지금은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문 대표는 프로그래머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래머에게 경력은 숫자에 불과하며, 그 시간동안 뭘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발전에 대한 의욕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찾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떠먹여주길 기다린다. 그러나 기업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실제로 일할 사람이 필요한 곳이다. 심지어 그 일조차도 영원불멸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한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그의 충고다.
“이제 게임업계도 굴뚝산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에는 흥행 요소도 있지만, 만드는 사람의 역량 자체가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업계 구성원들이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배워 익숙하니 영원히 쓴다’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프로필
아이펀팩토리 대표 문대경

●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학사
● 미국 UC Berkeley 컴퓨터 공학 석사, 박사
● 넥슨 서버팀장
● Nicira Inc. Senior software engineer (미국 Palo Alto)
● 넥슨 신기술개발실장
● 現 아이펀팩토리 대표이사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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