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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타임 400만시간 폐인양성 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4 리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5.06 16:41
  • 수정 2020.05.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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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론이다. 게임에서는 딱히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 인 것 같다. 배나온 40대 아재가 1만 시간을 한들 페이커를 이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반응속도와 순간 콘트롤능력 소위 '피지컬'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한계는 명확하다. 일례로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랭킹 점수 1위 트할은 게임에 4,800시간을 투자했다.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가장 잘나가는 탑솔러 중 하나. 그런데 4,400시간을 한 기자는 실버다. 한때 유명 MMO 랭커로 세계 대회까지 출전한 전례가 있는 데도 나이는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나이를 불문하고 랭킹에 도전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RPG, 특히 턴제 게임이라면 피지컬이 거의 필요치 않다. 대신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다. 플레이타임 1만 시간을 즐길만한 게임이 있을까. 누군가는 문명을, 누군가는 FM을, 누군가는 토탈워 시리즈를 떠올리며 '가능하다'고 외칠지도 모른다. 여기 그 힘든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되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시리즈다. 
 

디스가이아4 리턴은 흡혈귀가 정어리의 힘을 빌어 마계를 구하는 내용을 담는다
디스가이아4 리턴은 흡혈귀가 정어리의 힘을 빌어 마계를 구하는 내용을 담는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시리즈는 1레벨에서 출발한다. 공격 명령을 내려 몬스터를 한마리 잡으면 1레벨이 오른다. 보통 200레벨에서 300레벨을 달성하면 엔딩을 본다. 평균 플레이타임은 30시간 내외. 엔딩을 보고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잘못 쓴 것이 아니다. 시나리오 모드는 그저 맛보기 게임이며, 엔딩을 보고 나면 본게임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낙하하는 달을 구하는 로봇.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떠오른다면 이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됐다
낙하하는 달을 구하는 로봇.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떠오른다면 이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됐다

본게임 튜토리얼은 먼저 캐릭터 육성법을 알려준다. 일단 '아이템계'를 방문해 장비를 레벨업 하는 과정을 시작해야한다. 1층을 내려가게되면 장비가 1레벨 업그레이드 된다. 아이템계는 일단 9999층까지 존재한다. 이후에도 무한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말해 끝이 없다. 그렇다고해서 계속 아이템계를 돌 필요는 없다. 보통 약 5천 층쯤 돌파하고 나면 귀환하면 된다. 그렇게 무기와 장비 3종을 업그레이드 하면 일단 기본 세팅이 완료된다.

개발사 스스로도 자신들의 게임을 '폐인양성게임'이라 부른다
개발사 스스로도 자신들의 게임을 '폐인양성게임'이라 부른다

이어 캐릭터 육성 작업을 할 차례다. 캐릭터 레벨은 총 9999레벨까지 성장한다. 대신 상대하는 몬스터들도 레벨이 높고 경험치를 많이 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성장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편. 기본 성장을 마치고 나면 이제 환생할 차례다. 게임은 환생할 때 마다 보너스 능력치 40을 주는 설계다. 여기에 누적 레벨 등을 합산해 최종 225 까지 기본 능력치가 올라간다. 
바꿔 말해 9999레벨 달성, 능력치 40 분배. 9999레벨 달성을 반복해 총 5회 이상 1레벨부터 9999레벨을 반복해 달아야 기본 세팅이 끝난다. 이 외에도 아이템계 특수 이벤트, 특정 마빌리티 이벤트, 캐릭터계 이벤트 등 다수 과정을 거쳐서 캐릭터는 완성된다. 

은하영웅전설 패러디. 자세히 보면 정어리가 순양함이다.
은하영웅전설 패러디. 자세히 보면 정어리가 순양함이다.

과정을 모두 마쳤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제 고작 1개 캐릭터를 완성했을 뿐이지 않은가. 주인공급 캐릭터 6개, DLC캐릭터, 게임상 등장하는 몬스터 가지수, 직업 가지수를 모두 육성하고 나면 제대로 게임을 즐길 준비가 완료됐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적이 많은 맵은 곧 경험치로 보인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적이 많은 맵은 곧 경험치로 보인다

어느 정도 캐릭터를 강하게 키웠다면 이제 튜토리얼을 끝내고 본게임에 도전할 차례다. 본게임은 이른바 '수라계'로 표현되는 새로운 계층이다. 한층 레벨과 능력치가 올라간 적들을 상대로 대결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캐릭터를 육성했다면 버틸수는 있겠으나 최종 엔딩을 보기에는 쉽지 않다. 

일례로 지난해 론칭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5'는 최종 보스급인 '초마왕 바알'을 사냥한 국내 유저가 단 20명에 지나지 않는다.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막 시작한 '디스가이아4 리턴'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4월 23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론칭 1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지막 도전과제를 클리어한 유저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출시 하루만에 도전 과제를 클리어하는 유저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흔치않은 게임이다. 오랫동안 관련 시리즈를 즐겨온 소위 '전문가'들도 이 게임 앞에서는 무력하다. 항간에 도는 소문에 의하면 개발자가 게임을 개발하면서 '400만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기획했다고 한다. 다른 게임 개발진들이 '400만 시간'을 이야기했다면 농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디스가이아'시리즈를 즐겨본 이들이라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듯 하다.

게임에서 분명 '양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질'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게임 '던전 앤 드래곤:쉐도우 오브 미스타라'와 같은 작품들은 전체 플레이타임이 고작 1시간이지만 그 1시간으로 전설을 썼다. 400만 시간동안 즐길만한 콘텐츠가 있다 한들 재미가 없으면 의욕을 잃는다. 유저 취향이나 정도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명쾌하게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그 과정을 설명해보면 선택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스가이아4 리턴'이 주는 재미는 일관성이 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수치가 오르며, 수치가 오르면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동시에 성장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어 점차 빠르게 캐릭터를 육성해나가는 재미를 담는다. 일반 게임처럼 한마리를 잡을때 1레벨이 오르던 것이 어느 순간 한마리에 400레벨, 2천레벨씩 오르게 된다. 대신 정점에 달아기 전 가속도는 멈추며 일정 패턴을 반복하면서 게임을 클리어 하게 된다. 

일단 가서 스킬을 쓰면 상대가 죽고 레벨이 오른다
일단 가서 스킬을 쓰면 상대가 죽고 레벨이 오른다

일례로 유저들이 전문적으로 레벨업 작업을 하는 연무마계 4번 맵은 13마리 몬스터를 한번에 쓸어 담는다. 한 번 사냥에 레벨이 수백개씩 오르다가 6천레벨대 부터는 서서히 둔화되는 식이다. 아이템계는 광역 마법을 난사하면서 클리어하면 한 층을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초. 그 보다 짧게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저 노하우에 따라 수분만에 캐릭터를 하나 만들수도, 수백시간만에 캐릭터를 하나 만들수도 있다. 결국 게임은 유저들에게 '경험'을 주며, '파고들 여지'를 남겨준다. 유저는 '실험'을 계속하면서 자신만의 최적화 루트를 찾고, 그에 맞춰서 매 번 다른 시도를 해 나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디스가이아5'에서도 확인됐듯 정점의 자리에 도달한 유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약 20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들은 지금도 계속 강화하면서 캐릭터를 육성해 나간다. 100억대 데미지, 9999억 체력 등이 그들의 목표다. 

디스가이아 시리즈 제작사 니폰이치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부활의 신토환을 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 제작사 니폰이치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시리즈 리메이크작을 선보여 회생했다.
여기에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렇다면 디스가이아 6을 내야 하지 않을까

1만시간이면 어쩌면 '초마왕 바알'을 사냥해 정점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문가라 불러도 좋을 단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400번만 더 하면 이 게임을 마스터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단, '디스가이아1'이 출시된지 1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게임을 붙잡고 스테이터스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취향만 맞다면 이 게임은 평생(?)을 함께할 친구로서 유저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벌써부터 소위 '폐인모드'가 걱정된다면 굳이 깊게 파고들 필요 없이 도입부격인 시나리오 모드만 플레이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할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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