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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게임계 신성, ‘로도스도 전기’ 30주년 기념 게임 발매

일본 동인게임 개발자팀 ‘레이디버그’ 개발 … 기본기 탄탄한 ‘메트로베니아’ 장르 추구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6.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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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7호 기사]

1980년대 버블시대. 문화적 황금기라는 이때 일본을 대표하는 판타지 소설이 탄생한다. 바로 ‘로도스도 전기’이야기다. 컴퓨터 잡지 한켠에 TRPG를 즐기는 사람들이 연재하던 소설은 인기를 끌어 일본 전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어 1990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품은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난다. 현재도 여전히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피규어나 코스튬플레이 단골 손님으로 I·P파워는 건재하다. 오래된 대작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 동인게임개발팀 ‘레이디버그’가 애니메이션 방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게임을 선보였다. ‘로도스도 전기’속 미소녀(?) 앨프 캐릭터 ‘디드리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낸 게임 ‘로도스도 전기: 디드리트 인 라비린스(이하 디드리트 인 라비린스)’가 공식 출시됐다.
 

‘디드리트 인 라비린스’를 개발한 개발팀 레이디 버그는 인디게임 전문 개발사다. 주로 유명 I·P들을 기반으로 본인들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개발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메트로베니아’ 스타일. 횡스크롤로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점프하고 액션을 하면서 주어진 과제들을 풀어 나가는 형태에 가깝다. 이들이 출시하는 게임들은 모두 호평 일색. ‘마니아’적 시각에서 캐릭터를 바라보며, 이를 연출해서 게임에 녹여 내는 실력이 발군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그들이 가장 잘 하는 ‘메트로베니아’ 게임 스타일이 더해져 발매하는 게임마다 극찬을 받는 팀이다.
 

▲ 디드리트 캐릭터성을 보여주고자 모션에 공을 들였다

‘디드리트’의 귀환
레이디버그는 ‘로도스도 전기’30주년 게임을 개발하면서 ‘디드리트’에 집중한다. ‘디드리트’는 이른바 ‘일본식 엘프’의 초석을 다진 캐릭터. 아름다운 외모에 도도하지만 결정적일 때 순종적인 캐릭터의 원형이 바로 이 ‘디드리트’에서 나왔다.
게임화된 ‘디드리트’는 캐릭터 특성을 십분 발휘해 게임에 적용됐다. ‘디드리트’는 얇은 검(레이피어)를 활용하는 검사이자, 정령을 다루는 소양이 있는 캐릭터. 게임 속에서는 검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다가, 정령들의 힘을 빌려 난관을 돌파하는 형태로 기틀을 잡는다.
 

▲ 벽을 향해 활을 쏘면 반사돼 문을 열 수 있다

여기에 비주얼적인 면모를 살리기 위해 프레임을 대거 할애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엘프’의 캐릭터성은 ‘우아함’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불필요한 동선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부드럽게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캐릭터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역력하다.

‘메트로베니아’ 달인들의 게임 만들기
게임성은 두말할 필요 없다. 지난 5년동안 레이디버그가 출시한 게임들에서 보여준 게임 이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트로바니아’장르의 특징은 발판사이를 점프하면서 적들을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 사이에 지형적 함정과 적들을 절묘하게 배치해 쉽게 돌파할 수 없도록 구성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들의 레벨디자인은 완벽에 가깝다. 우선 초반 맵을 보면 맵 곳곳에 소위 ‘패인곳’이 존재한다. 적들의 공격을 받지 않는 위치에서 쉽게 적을 잡아 내기 위한 장치다. 초반부를 넘기면 안전한 방어막들이 사라지며, 이제 점프나 기술을 활용해 맵을 돌파해야한다. 후반부에는 완전히 피지컬과 동체시력에 의지에 패턴을 피하는 게임으로 변모해 나간다.
 

▲ 정면승부는 금물 보스 턱밑을 노려라

게임이 어려운 유저들을 위해 ‘레벨’시스템도 도입했다. 적들을 피하지 못하다면 레벨을 올려서 소위 ‘스테이터스’로 밀어 붙이면 클리어하도록 돼 있다. 반대로 고수들이라면 적들을 최소한으로 잡아 내면서 주요 거점들을 돌파하는 형태로 타임 어택을 즐겨볼 수 있다.
단순화된 게임을 방지하기 위해 퍼즐들도 존재한다. 활을 활용해 ‘반사’시켜서 문을 여는 메카닉이나, 불과 바람 등 정령을 활용해 데미지를 상쇄하는 퍼즐 등이 도입됐다. 여기에 ‘열리지 않는 문’ 시스템을 도입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방식 등은 모두 이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중하게 지켜보면 보이는 ‘패턴’게임
이렇듯 게임 전반에는 ‘이유’와 ‘해법’이 숨어있고, 유저는 이를 찾아 고민하면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때로는 비교적 먼 거리에 해법이 숨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인지적 함정을 동원해 해법을 숨기기도 한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패턴을 오래 봐야 해결하기도 하는 등 개발자와 가벼운 두뇌싸움이 게임을 플레이하게되는 원동력이 된다.
 

▲ 애니메이션 속 현자 슬레인을 만났다

일례로 게임 극초반에 등장하는 보스는 무시무시한 광역 패턴으로 유저들을 압도한다. 가만히 서 있으면 화면을 뒤덮는 발사체를 쏘고, 몸통으로 부딪히는 등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벽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패턴이 동일하다. 화면 오른쪽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공격은 왼쪽에서 시작된다. 잘 보면 턱 바로 밑에 공간이 비어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쫓아가서 때리면 데미지를 입는데, 앉아서 때리면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몸통박치기’를 할 때는 바람의 기운을 둘러 공중에 머물러 있으면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맵 뒤에서 브레스를 뿜을 때는 반대편으로 뛰면서 마지막 한발을 점프로 피하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몇가지 패턴들을 보면서 피하고 때리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면 게임은 어느새 엔딩을 향해 달려 간다.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비교적 짧은 플레이타임. 대신 그만한 가치는 충분한 게임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로도스도 전기’ 속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와 화면 가득 뒤덮는 마법을 써 보는 재미는 덤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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