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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테이커', 서양 서브 컬처계 신드롬 이끌어

그래픽아티스트 ‘반 리퍼’, 무료 게임 출시해 ‘메가 히트’ … 심리적 허점 ‘인식’해 ‘바꾸면’ 클리어하는 게임으로 주목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06.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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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8호 기사]

그림을 좋아하던 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팬들은 그를 찬양했고 그는 이내 패트론과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 기부를 받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다. 조금씩 돈을 모아 자신만의 전시를 하기도 했고, 디지털이지만 만화책을 내기도했다. 어느 순간 그는 게임을 개발하기로 한다. 팬들도 전혀 몰랐던 일이다. 당시 개발자의 발언에 따르면 “내 취향을 반영한 게임들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직접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20년 5월 11일 그의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무료.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던 팬들 뿐만 아니라 각종 서브 컬쳐 사이트에 소개되면서 게임은 크게 인기를 끈다. 출시 한달만에 약 2만명이 게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낸다. 전체 98%가 게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타크리틱 평점은 8.6점. 소위 말하는 ‘잭팟’이 터진 셈이다.
 

‘헬테이커’는 고전게임 ‘창고지기’를 연상케 하는 게임이다. 화면에 나오는 상자를 발로 차고,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면서 열쇠를 먹은 뒤 문을 열면 클리어하게 된다. 게임 목표는 악마들을 찾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 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심리를 철저히 활용한 게임디자인이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다.

심리적 트랩 활용한 게임 디자인
‘헬테이커’는 턴제 게임이다. 한 번 이동할 때 1턴이 소비된다. 맵 상에서 등장하는 오브젝트를 밀거나 때릴 때도 1턴이 소비된다. 단, 바닥에서 함정이 튀어나와서 한 대 맞으면 2턴이 소비된다. 비교적 간단한 룰이다. 이를 역으로 활용해 심리적 함정을 건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맵에서 길을 가로막고 있는 함정은 피해 가고 싶기 마련이다. 좌우로 우회하거나, 적어도 함정이 튀어나오지 않는 타이밍에 길을 건너고 싶은 것이 심리다. 이 게임은 그 심리를 역이용한다. 함정을 밟고 데미지를 입으면서 지나가야만 아슬아슬하게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함정에 당하지 않으려고 온갖 시도를 해보는 유저들은 허무함을 금치 못하고 다음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당연히 이번엔 함정을 밟지 않아야 하는 스테이지가 나오고, 전 스테이지에서 함정을 밟았던 유저들은 또 한번 뒤통수를 맞는다. 게임은 이러한 기조하에 진행된다.
 

인간의 심리를 역으로 활용한 퍼즐이 재미 포인트
▲ 인간의 심리를 역으로 활용한 퍼즐이 재미 포인트

확인 사실은 게임의 기본
온갖 고난 끝에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뒤 문을 열면 악마가 기다린다. 이제 이 악마를 설득해 집으로 초대하는 일만 남았다. 주어진 선택지를 신중하게 읽고 답변하면 악마가 대답한다. 통과 된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지만, 실패하면 베드 엔딩으로 직행한다. 다행히 베드 엔딩이라 할지라도 현재 플레이하는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하도록 안배해 뒀다. 반대로 말해 해법을 찾아 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면 손쉽게 클리어가 가능하지만, 운에 기대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또 한번 요행을 바래야 하는 게임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게임은 맵 마다 숨겨진 요소들을 배치해 업적을 남겨 뒀다. 특히 엔딩 이후에 도달할 수 있는 히든 스테이지가 존재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는 열쇠를 먹지 않고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몇 번이고 도전할만한 요소들은 존재한다. 대신 전체 플레이타임은 약 30분에서 1시간으로 그리 길지 않은 편. 짧은 시간동안 두뇌 싸움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게임이 마음에 들었던 유저들이 한글화패치를 발표했다
▲ 게임이 마음에 들었던 유저들이 한글화패치를 발표했다

난이도 상급 엔딩스테이지
이 과정을 거쳐 엔딩 스테이지에 도달하면 게임 장르가 바뀐다. 탄막 슈팅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는 구조다. 이를 피하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총 3개 페이즈를 연속해서 클리어 해야 하는데 잘 보면 보스의 패턴은 고정돼 있다. 공격 약 1~2초전에 데미지를 입는 궤적을 보여주는 구조다. 때문에 잘 보면서 이를 피하다가 화면 귀퉁이에 등장하는 사슬을 파괴하면 된다. 최종 스테이지에서는 캐릭터가 약 4~5회 피격당하면 죽기 때문에 패턴을 완벽하게 외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개발자는 마지막 스테이지에도 심리전을 펼치는데, 여러 패턴을 반복하다가 꼭 한 패턴에 귀퉁이를 공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뒀다.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귀퉁이를 서너번 때리다가 뒤로 빠지는 형태로 플레이 하다 보면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다.
 

팬아트(@telsonknife)가 쉬지 않고 등장한다
▲ 팬아트(@telsonknife)가 쉬지 않고 등장한다

서브컬쳐계 뒤흔든 수작
비교적 짧은 플레이시간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 때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서는 ‘제2의 언더테일’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고평가된 타이틀이기도 하다. 덕분에 개발자는 가만히 있는데 유저들이 자신들의 국가로 번역해 패치를 발표하는가 하면, 유명 코스튬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팬아트를 게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팬아트 분야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새로운 팬아트들이 등장할 정도로 유행을 타고 있어 제2, 제3 창작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개발자도 이에 호응해 현재 DLC 개발을 검토하는 단계로 시리즈화를 거쳐 유저들에게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 본연의 작업인 ‘만화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림을 좋아했고,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싶어서 개발된 게임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반 리퍼의 전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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