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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두운 미래도시, ‘여행 안내서’와 함께!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

  • 김도연 기자 79sp@khplus.kr
  • 입력 2020.08.24 15:13
  • 수정 2020.08.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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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발매를 앞둔 비디오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설정집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이 게임보다 먼저 한국에 찾아왔다. 
 

출처=제우미디어
출처=제우미디어

이 책은 게임 내 도시인 ‘나이트 시티’ 안의 언론 ‘나이트 시티 인콰이어러’가 작성한 기사라는 설정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 내 배경이 되는 곳들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자료 수집 및 교차검증을 통해 최대한 진실만을 담아 작성했다”라는 ‘나이트 시티 인콰이어러’ 편집부의 주장과 함께 “문자 언어의 종말을 막기 위해 본지는 텍스트로 된 기사를 장려한다”라는 서문의 문장 등으로 읽고 있는 독자가 게임 속의 세상에 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게끔 한다. 아울러 텍스트를 읽는 내내 배치된 사진, 로고, 광고 등의 이미지는 텍스트는 적절한 위치에 배치돼 텍스트와 함께 꼼꼼하게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
이외에도 과학의 발달로 기존의 윤리관 등이 많이 무너진 분위기와 세련된 첨단기술로 가득한 내용은 앞으로 사이버펑크 장르의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의 창작물을 만들려는 창작자에게도 좋은 참고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인다.

세계를 소개하는 텍스트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은 설정집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게끔 게임의 세계관, 아이템, 등장 세력 등의 게임 내 요소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더욱이, 설명 방식에 게임 속 세계의 기자, 혹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칼럼을 받는 식을 택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용자에게 A부터 Z까지 설명하는데 사전처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계에 있는 독자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작성된 설명문은 독자가 ‘사이버펑크’ 시리즈의 세계 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
 

출처=제우미디어
출처=제우미디어

‘나이트 시티 인콰이어러’는 ‘나이트 시티’의 인디 정보 사이트 계열의 언론이다. 중심가의 광고판에 홍보할 수 있는 그런 큰 언론사는 아니지만, 꾸준히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해당 언론의 편집장은 “발품을 팔아서 얻은 뉴스, 에세이, 기사 등을 기업의 검열 없이 보도하며, 독립 기고가와 특파원, 사회고발 언론인과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정보를 제공한다”라며 서문을 통해 자사를 소개하고 “나이트 시티에는 기업이 장악한 언론만 판친다”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세계가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고리타분한 텍스트 양식을 고집하는 것은 문자 언어의 종말을 막고 사람들이 장문 독해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라는 설명을 통해 첨단기술로 가득한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문자 형식으로 된 설정집을 읽는 독자를 ‘사이버펑크’ 세계관에 있는 인물이라고 설정하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이버펑크 2077’ 세계의 역사와 탈것, 무기 등의 아이템, 기업과 세력 등을 소개하면서 각 항목을 쓴 집필자의 의견을 담았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좀 더 ‘사이버펑크’의 설정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게임의 설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세계관에 잘 녹아든 일러스트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눈이 일러스트에 머문다. 일러스트들은 아이템 설정화, 콘셉트 아트, 로고, 인 게임 스틸 샷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출처=제우미디어
출처=제우미디어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게임 안에 등장한다’라는 정보 외에도 이미지들은 각각 기사의 참고자료 및 현장을 찍은 사진, ‘나이트 시티’의 광고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 이 설정집이 ‘나이트 시티 인콰이어러’에서 집필한 기사라는 설정에 몰두할 수 있다. 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무기, 신체 개조 등의 내용을 담은 광고는 게임 내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현실감을 준다. 이외에도 각 이미지의 옆에는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캡션이 붙어있어서 이용자가 게임의 설정을 습득하는 것을 돕는다. 아울러 분야별 기업 순위표 등으로 정리된 이미지는 게임 내 아이템을 습득할 때, 이용자가 어느 것이 설정상 더 좋은 아이템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삽화의 세밀함과 정밀함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중 백미는 도시의 전경을 담은 일러스트로, 텍스트와 다른 삽화들을 포함한 요소들이 일러스트 안에 잘 녹아 들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어를 주축으로 일어, 중국어 등의 다양한 문화들이 어울린 미래 세계를 담은 다양한 풍경들을 살피다 보면, 상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익숙한 단어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간단한 콘셉트 일러스트라고 생각했던 디자인이 다른 부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거나 반복해서 읽는 도중에 떠올리게 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소한 재미 외에도 미래 기술로 가득 무장했지만, 기술의 발전과는 반대로 어두워진 사회의 이면을 담은 일러스트들은 점점 읽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사이버펑크 장르의 참고서
첨단 과학과 인간의 본성 등을 다루는 장르인 사이버펑크는 게임 ‘사이버펑크’ 시리즈 외에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아키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제우미디어
출처=제우미디어

TRPG로 시작된 ‘사이버펑크’ 시리즈는 1988년 제작된 ‘사이버펑크 2013’을 시작으로 ‘2022’, ‘RED’ 등의 TRPG 작품이 나왔다. 충실하게 세계를 구축한 뒤, 그 안에서 이용자들이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TRPG인 만큼 세세한 설정까지 구현해둔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비디오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설정을 정리한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은 설정들이 나열이 아닌, ‘사이버펑크’ 세계 그 자체를 담았다.
이용자는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을 통해 첨단기술을 통해 성형수술을 하듯 인간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사회 인식과 두뇌와 연결해 네트워크 공간을 뛰어다니는 해커들, 부유한 도심과 황무지에 가까운 도시 외곽 등을 보며 장르로서의 사이버펑크를 자연스레 익힐 기회를 가진다.
이외에도 자신만의 사이버펑크 창작물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문화권의 결합과 빈부격차,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와 신체 개조 등 사이버펑크 장르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간단하게는 해당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려는 사람부터, 만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사이버펑크 장르의 창작물을 만들려는 창작자에게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은 좋은 자료집이자 안내서가 될 것이다.

 

[경향게임스=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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