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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혁신보다 안정 택한 ‘R2M’, 최적화인가 카피캣인가

R2M(웹젠)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8.25 15:23
  • 수정 2020.08.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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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의 모바일 MMORPG 신작 ‘R2M’이 8월 25일 정식 출시됐다. 14년간 누적 회원 수 73만 명, 누적 게임이용 15억 시간 등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R2’의 모바일화 소식에 원작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용자들의 기대감도 상당했다.
그런데 막상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 유저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름대로 화끈한 맛이 있었던 ‘R2’만의 아이덴티티는 온데간데 없고, ‘리니지M’의 복제품만이 남아있다는 평이다. 어떤 모습이길래 이같은 평이 쏟아지는 것인지,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R2’는 ‘뮤’와 함께 웹젠을 상징하는 IP(지식재산권)다. 여기에 14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타격감과 PvP 중심의 육식 게임이라는 차별화 요소가 돋보이는 게임이기도 했다. ‘R2M’에 몰려든 이용자들 역시 이같은 부분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 게임’이 여기서 왜 나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기존에 알던 ‘R2’와 다르다는 점은 확실하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터페이스가 이용자를 맞이한다.
모바일 MMORPG를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리니지M’의 인터페이스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다. 실제 모습은 ‘리니지2M’에 더 가까운 형태인데, 어차피 U·I(유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동류로 평가된다. 따라서 ‘리니지M’과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리니지2M’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열세인 측면도 존재한다. 최소한 ‘리니지2M’은 다양한 시점을 제공했고, 시점을 바꿀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줬다. 게임성이나 BM(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R2M’의 경우, 오로지 쿼터뷰 시점으로 고정돼 있다. 대규모 전투에서 피아 식별이 필요할 때는 좋은 시점이지만, 레벨업을 위한 사냥 단계에서는 그저 지루할 뿐이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버프 아이템을 연속 사용하면 지속시간이 누적되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시간이 초기화된다. 30분짜리 버프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 남은시간+30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로 30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원작의 흔적
게임성을 놓고 봐도 이같은 평가는 바뀌지 않는다. ‘R2’는 원래 다이나믹한 전투로 인정받은 게임이었다. 특히 현실을 방불케 하는 타격감은 이 게임의 백미였다. ‘R2’를 만들었던 ‘김대일(현 펄어비스 의장) 사단’이 만든 ‘릴 온라인’과 ‘C9’ 모두 이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게임들이었다. 웹젠에서도 원작 핵심 개발진을 주축으로 제작했다고 밝힌 만큼, 이용자들이 기대했던 ‘R2M’은 화끈한 액션이 중심인 핵앤슬래쉬 MMORPG였을 터다.
 

그러나 ‘R2M’의 실제 모습은 아무리 봐도 ‘리니지’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도, 가슴을 울리는 강력한 타격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면 속에는 그저 허우적거리는 캐릭터와 몬스터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리니지M’에서 잠시 화면이 멈췄다가 적을 때리는 랙 현상까지 그대로 보인다. 
오픈월드의 정취를 느낄 겨를도 없다. 대륙 이곳저곳을 누비는 재미는 없고, ‘리니지’처럼 계속 텔레포트의 연속이다. 전작에서 대부분의 요소를 가져왔던 ‘리니지2M’도 필드 누비는 재미는 지켜줬는데 말이다. 이렇게 보면, 유저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도 당연하다 여겨진다. 유저들이 기대했던 느낌은 이곳저곳을 내 발로 누비며 몬스터들의 ‘뚝배기’를 시원하게 후려치는 쾌감이었을 테니 말이다. 

부담스러운 입장료
게임성 등을 모두 뒷전으로 미루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이 게임이 제대로 매출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게임사들은 게임개발만큼이나 BM설계에 공을 들이고, 다양한 기법들이 활용된다.
이 점에서 ‘R2M’은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다. 일단 좌측 상단에 큼직하게 보이는 ‘유피테르의 계약’부터가 그렇다. 이는 ‘리니지’ 시리즈의 ‘아인하사드의 가호’와 동일한 시스템이다. 물론 ‘리니지’ 쌍둥이들에 비해 수치가 천천히 떨어지는 편이기는 하나, 소위 ‘아인하사드 유지비’로 돈을 좀 써봤던 사람이라면 거부감부터 들게 마련이다. 
 

상점에 들어가 각종 패키지들의 가격을 살펴봐도 진입장벽이 느껴진다. 평소 기자는 ‘게임 이용료’라는 명목으로 플레이해보는 대부분의 게임에 일정량의 과금을 하곤 한다. 금액은 게임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대략 3만 원선이다. 그러나 ‘R2M’의 경우 왠지 모르게 주저하게 된다. 예시로 ‘스타터 컬렉션 패키지’가 현금 5만 원선이고, 여기에 포함된 대부분의 상품이 확률형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공식 커뮤니티에 남겨진 평을 보면, 이 게임에는 과금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큰 과금 없이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성이 심해 운이 없으면 아무리 과금을 해도 제자리걸음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같은 유료 아이템 구성이 대체로 수익성은 높았던 만큼, 매출에는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정체성과 안정의 딜레마
전체적으로 ‘R2M’은 ‘리니지M’의 카피라는 인상을 준다. 대부분의 이용자들과 리뷰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3D로 만든 ‘리니지M’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상당부분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다만, 이 시점에서 오마주와 카피캣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오마주’란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을 인용하는 것이지만, 카피캣은 비하적인 의미가 강한 단어다. 
 

물론 ‘리니지M’과 비슷하다는 것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말은 많아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이고, 그런 점에서 모바일 MMORPG의 한 방향을 제시한 타이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발진은 원작의 정체성을 흐트러트리면서까지 이같은 선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도 그들의 몫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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