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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킹즈3', 권모술수 난무하는 중세판 정치드라마

봉건제 속 권력 암투 충실히 재현 ‘찬사’ … 정체성-편의 ‘황금비율’에 입문자들 관심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9.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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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83호 기사]

끝없는 권력 암투를 다룬 중세판 막장드라마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가 돌아왔다.
지난 9월 2일 정식 발매된 ‘크루세이더 킹즈3’는 무려 8년만에 나온 시리즈 최신작으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U·I(유저 인터페이스) 등 시스템 측면에서 상당한 진보를 이룩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타이틀은 출시 직후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스팀 동시접속자는 7만 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평론가들이 이 게임에 열광하고 있는데, 메타크리틱 점수는 91점을 기록했으며, 이들 중 6개 매체가 100점을 부여했다.
이는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게임들의 고질병인 시리즈 아이덴티티와 진입장벽 간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작들이 다 그렇듯 이 타이틀도 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다양한 시스템적 개선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기존 팬들의 입맛을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마이너 장르인 대전략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만큼, 이번 시간에는 ‘크루세이더 킹즈3’를 자세히 파헤쳐보기로 했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역사 기반 대전략 게임으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이들의 대표 프랜차이즈를 살펴보면, 인류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대를 다룬 ‘임페라토르: 롬’부터 ‘크루세이더 킹즈(중세 십자군 전쟁기)’, ‘유로파 유니버설리스(중세~근대)’, ‘빅토리아(근대)’, ‘하츠 오브 아이언(2차 세계대전 및 냉전기)’, ‘스텔라리스(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대의 인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육적 가치도 충분하다.

왕도로 가는 첫 걸음
게임을 시작하면, 여느 패러독스 게임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영지를 선택하게 된다. 시나리오는 크게 867년과 1,066년으로 나뉘며, 세부적으로는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거 왕조, 잉글랜드, 신성 로마 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매우 친절한 튜토리얼이다. 게임이 복잡한 만큼 튜토리얼 역시 알차게 구성돼 있는데, 이같은 친절은 과거 작품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로 ‘크루세이더 킹즈3’에 대해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지만 초보들도 한번쯤 접근해볼만 하다는 언급이 많은데, 이는 친절한 튜토리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튜토리얼만 잘 따라가도 왕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된다
▲ 튜토리얼만 잘 따라가도 왕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튜토리얼은 아일랜드의 먼스터 영지로부터 시작한다. 기본적인 조작부터 시작해 배우자 등 각종 인물들과의 상호작용, 자문회 구성, 영지 관리, 전쟁 등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조작해가며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준비된 튜토리얼을 모두 마치면, 아일랜드의 왕이 될 준비를 거의 마치게 된다.

골치 아픈 정치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중세시대 봉건제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점이다. 주군-봉신 간의 ‘쌍무적 계약관계’를 매우 리얼하게 재현했으며, 인물들 간의 상호작용 역시 무궁무진하게 일어난다. 단순히 어떤 관직이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정도를 넘어 정략결혼, 비밀연애, 암살, 로비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암투를 벌이게 된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자녀를 낳아 후계구도를 이어가야 한다
▲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자녀를 낳아 후계구도를 이어가야 한다

종교 역시 중요한 콘텐츠다. 게임의 배경인 중세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가 갖는 권위가 강했던 시기다. 이에 따라 모든 영지에는 ‘주교’가 배치돼 있으며, 이들과의 관계 역시 정치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주교와 관계가 나쁠 경우, 플레이어의 혼인에 ‘근친 관계’를 들어 딴지를 걸기도 한다.
문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각 지역권은 어느 정도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며, 가장 앞서나가는 영지가 해당 권역의 문화를 이끌어나가게 된다. 문화의 발전은 전쟁무기나 건축물 등의 진보로 이어지는 만큼,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
‘크루세이더 킹즈3’에서 모든 인물들은 고유 능력치와 ‘인생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인생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능력치에 미치는 효과와 각종 이벤트 등이 달라진다. 전투 중심의 인생관을 택할 경우 평생을 정복자로 살아가게 되며, 계략 중심 인생관, 그 중에서도 매혹에 중점을 둘 경우 끊임없이 치정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흔히 생각하는 ‘바람둥이 왕’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문의 계보를 이어나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핵심이다
▲ 가문의 계보를 이어나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모든 등장인물들은 불로불사의 몸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병들거나 다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이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여서, 게임을 조금 진행하다 보면 ‘당신은 사망했습니다’라는 화면을 보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죽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미리 정해둔 승계법에 따라 후계자가 봉직을 물려받으며, 플레이어 역시 이를 통해 게임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세대와 세대를 이어나가며 왕국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나가는 것이 ‘크루세이더 킹즈’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총평: 취향대로 고르자
패러독스 게임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통 시대상을 많이 이용하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따라 구별하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는 전쟁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유로파 유니버설리스’는 전쟁보다는 내정 중심으로 진행된다. ‘크루세이더 킹즈’는 ‘유로파’에 좀 더 가까운 형태로, ‘가문’을 중심으로 한 정치가 주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모든 이가 같은 취향을 가질 수는 없는 만큼, 이에 대한 호불호 역시 갈리게 된다.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전쟁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전쟁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정치극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크루세이더 킹즈3’는 추천할 만한 게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교하면서도 더욱 간편해진 시스템과 ‘뉴비(초보 유저)’를 위한 배려 등 패러독스 게임에 입문하기 원하는 게이머에는 이만한 타이틀이 없다는 판단이다. 비주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등 평론가들에게서 시리즈 최고점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한 번도 패러독스 사의 게임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없다면, ‘크루세이더 킹즈3’를 먼저 ‘찍먹’해본 뒤에 취향대로 타이틀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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