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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형 트리거의 딜레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1.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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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5 최대 수확은 듀얼 센스다. 기기 발매가 시작된 직후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성능 면에서는 고개를 젓던 이들도 듀얼 센스 하나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초기 기기를 테스트했던 기자 역시 흥분했다. 그러나 기기를 구매한 뒤 장시간동안 게임을 플레이 해 본 후 '듀얼 센스'의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기가 극찬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HD햅틱을 도입, 진동을 좀 더 세분화하면서 손맛을 살렸다. 또 다른 핵심은 적응형 트리거. 상황에 따라 트리거를 누를 때 느낌이 다른 설계가 포인트다. 일반적으로는 편하게 누를 수 있는 버튼인데, 상황에 따라 ‘저항감’, ‘뻑뻑함’을 느끼도록 설정할 수 있다. 게임에 촉감을 강화한 점이 마케팅상으로 극적 효과를 이끌어내면서 크게 주목을 받는다. 

기자도 듀얼 센스 성능과 촉감을 묻는 질문을 다수 받았다. 촉감은 글이나 말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고민 끝에 답변을 정했다. ‘적응형 트리거’를 누를 때와 가장 흡사한 표현은 ‘껌종이를 3~4회 접은 뒤에 듀얼 쇼크 R2버튼에 끼우고 눌렀을 때 느낌’과 흡사하다.

말을 꺼내면 십중 팔구 듣는 사람은 실망한다. ‘뭔가 다른’, ‘신비한’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마법이 풀린다.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기를 구매하지 못한 유저들은 여전히 ‘상상’하며 ‘마법’에 걸려 있다. 

며칠 동안 기기를 사용해 본 기자는 이 마법에서 벗어난 케이스다. 기기는 더 이상 ‘신비’하지 않으며,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적응형 트리거’를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저항감’이다. ‘저항감’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 보면 ‘불편’할 수 있다. 

일례로 웹서핑을 할 때 마우스로 휠을 돌린다고 치자. 평소 한 번 휠을 돌리면 스크롤이 내려 가는데, 상황에 따라 두 번 휠을 돌려야 스크롤이 내려가는 것과 같다. 아예 휠이 뻑뻑해서 굴러가지 않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한두 번 체험은 ‘재미’가 될 수 있으나 ‘반복’되기 시작하면 ‘권태’가 오고,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특히 기록을 경쟁하는 멀티플레이에서 적응형 트리거는 독일 수 있다. 당장 눈 앞에 적이 지나가 활을 들고 쏜다고 가정해 보자. 막상 활을 쏘려는데 적응형 트리거가 발동돼 버튼이 딱딱하게 굳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기술이 묻는 딜레마다. ‘적응형 트리거’를 끄자니 손맛이 덜하고, 켜자니 성적이 낮다. 몇 번 죽고 나면 그 때도 웃으면서 ‘손 맛’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초기에는 신선해 보이는 기능들이지만 ‘신선함’을 잃고 ‘익숙한’단계에 도달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재미’를 즐기는 일은 사라지고, ‘권태’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기능은 의미를 잃는다. 그 ‘권태’단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게임 개발자들의 능력이다. 배턴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전달 됐다. ‘계륵’을 ‘신의 요리’로 바꿀 수 있을까. 다음 세대 게임들을 지켜 보자.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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