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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이킹의 피와 땀, 그리고 숙제의 향연 ‘어크 발할라’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0.11.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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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유비소프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만큼 신작 프로젝트 비중에 있어서도 유비소프트는 항상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신작에 가장 큰 공을 기울인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이하 발할라)’도 그렇다. 사내 가장 큰 규모의 스튜디오인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던 타이틀 중 하나인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의 주요 개발진도 함께했다.
차세대 콘솔의 론칭과 함께 찾아온 ‘발할라’, 게임은 전작 중 ‘오리진’과 ‘오디세이’를 통해 이어온 오픈월드 액션 RPG로의 변신에 방점을 찍은 타이틀로 등장했다. 바이킹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연스레 ‘암살’의 정체성은 더욱 낮아졌고, 스토리 측면에선 주인공들의 여정과 고대 결사단과 감추어진 존재의 또 다른 충돌을 다뤘다. 세 편에 걸친 RPG 변신인 만큼 전투와 육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발전을 보인다.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라는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생각하자면, 다소 먼 길로 와버린 게임의 정체성과는 달리 여전히 호불호 요소가 산재해 있는 모습이다.
 

‘바이킹’ 에이보르, 전투와 육성의 발전
‘발할라’의 전투와 캐릭터 육성 측면은 게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로 작용한다. 도끼, 검, 창 등은 물론 방패까지도 무기로 활용하는 액션은 자유로운 착용 방식과 함께 저마다 개성을 갖춘 모션과 활용도로 밸런스를 잡았다. 현 시점의 게임 버전에서는 양손 무기를 쌍수로 취할 수 있는 형태가 가장 높은 DPS 효율로 자리 잡았지만, 여타 선호하는 스타일의 무기를 활용한다 해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다.
캐릭터 육성 또한 뚜렷한 발전을 이뤘다. 퀘스트, 수수께끼, 지역발견 등 게임플레이 전반을 통해 레벨업을 이어갈 수 있으며, 이들은 별자리로 그려진 스킬 트리를 통해 캐릭터 육성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스킬 포인트 투자 횟수에 따라 전투력이 동등하게 산출되며, 해당 수치가 각 지역 및 적들의 레벨 캡 기준으로 작용한다.
 

▲ 양손 무기를 쌍수로 들 수 있는 스킬은 초반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액티브 스킬은 탐색과 모험에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습격 대상이 되는 수도원을 비롯해 게임 내 각지에 지식의 책이 퍼져 있어, 자연스럽게 메인 스토리 이외의 꼼꼼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짜여졌다.
주인공 일행이 ‘바이킹’으로 다뤄진 만큼, 캐릭터성의 초점도 전면전에 맞춰진 모습이다. 암살 및 원거리 중심의 육성과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도 정면 돌파와 전면전이 주를 이룬다.

다시 ‘유비 스타일’, 숙제 혹은 콘텐츠
분명 전투와 육성이라는 RPG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을 만큼의 완성도를 구축했지만, 정작 오픈월드라는 키워드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여전하다.
이른바 ‘유비식’ 오픈월드라 칭해지는 사이드 콘텐츠 플레이 성격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필드 위에선 끝이 없어 보일 만큼의 탐색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숨겨져 있는 보물들은 물론, 퀘스트 가이드라인이 제공되지 않는 사이드 퀘스트 형식의 ‘수수께끼’도 각 지역마다 존재하고 있다. 특히, 수수께끼의 경우 ‘발할라’의 세상을 보다 깊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임은 분명하지만, 텍스트와 퀘스트 팝업으로 이뤄진 힌트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 일부에게는 불편함만을 야기하는 콘텐츠로 남을 수 있다.
 

▲ 지루함을 줄이며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도 많다. 다만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을 뿐.

특정 귀중한 장비를 얻기 위한 탐색이나, 수수께끼에서 제공하는 열쇠 등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 등, 게임을 더욱 깊게 즐기기 위해선 풀어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자리했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신중한 침투와 암살이 아닌, 돌진과 전면전으로 빠른 전투를 이어가게 된다.

낮은 몰입도와 버그, 명작 ‘어크’는 다음 기회에
숙제로 가득 채워진 오픈월드의 불편함은 결국 메인 스토리 라인의 몰입도 저하로 이어진다. 자유로움이 강점인 오픈월드 RPG지만, 즐거움이 귀찮음으로 변하는 순간 수많은 숙제는 짐처럼 다가오게 된다.
메인 스토리를 풀어내는 측면도 이 점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의 형제인 ‘시구르드’와의 이야기 등 주요 메인 스토리 라인이 분명 존재하지만, 결국 게임의 표면적인 최종 목표는 잉글랜드 전 지역과의 동맹을 체결하는 ‘영토 서약’이다. 각각 구분된 지역은 전투력으로 레벨캡을 제한하고 있으며, 스토리 진행 및 육성 여부에 따라 유저들이 지역 공략 순서를 정하며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결국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를 즐길 시기가 분명 있는 반면,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시시각각 다른 지역에 산적해 있는 과제를 해결하러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만날 때엔 다시 또 수많은 맵 마커가 유저들을 반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방식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비식’이라 일컬어지는 오픈월드 플레이 스타일을 즐기는 유저에게는 해당 구성이 즐거움으로 다가오겠지만, 끊김이 없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들에겐 결국 몰입도를 낮추는 방식으로밖에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 '명작'으로 불리기에는 아쉬움이 일부 남지만, 분명 '어크 발할라'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출시 초기라고는 하지만 다양한 버그의 향연도 아쉬움을 남긴다. 상반신 하이라이트 대화 도중 주인공이 사라져 버리거나, 전작 시리즈에서도 다수 발견됐던 캐릭터 끼임 현상도 여전하다. 고저차 경계에 걸친 적에게 점프형 스킬을 사용할 시 캐릭터가 먼 곳으로 순간이동해버리는 버그까지 존재한다. 분명 ‘발할라’는 많은 면에서 발전을 보여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용자들의 평가 또한 호평이 다수다. 하지만, 한 해를 대표하는 GOTY(Game of the Year)감 혹은 ‘명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엔 아쉬운 점이 여럿 남는 것이 사실이다.
발전과 제자리걸음을 함께 보여준 ‘발할라’, 게임의 엔딩과 함께 마주하는 스토리에선 시리즈가 새 국면에 돌입했음을 알린다. 암살단과 템플러의 이야기가 새 국면에 돌입하는 만큼, 향후 시리즈에선 드디어 명작이라는 평을 얻는 ‘어쌔신 크리드’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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