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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후가 기대되는 오묘한 게임, ‘미르4’ 2주 탐험기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12.10 12:10
  • 수정 2020.12.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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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의 신작 ‘미르4’가 출시된지 어언 2주가 흘렀다. 기존 게임과는 사뭇 다른 게임성과 비즈니스 모델 등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은 가운데, 상당히 긴 시간동안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을 사수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약 2주간 이 게임을 즐겨본 결과,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이라는 결론이다. 초심자에게는 다소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순차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즐길거리에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까’를 기다리는 맛이 있다. 캐릭터 간 밸런스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장기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잘 그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제공=위메이드
제공=위메이드

‘미르4’는 일찍부터 기존의 모바일 MMORPG들과는 다른 게임성을 예고했다. 사냥, 채집, 채광, 운기조식 등 ‘4대 분기 플레이’를 비롯해 게임 내 자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시스템 등 하나의 가상 사회를 구현한 것.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기존 게임에 매너리즘을 느끼던 유저들을 대거 붙잡는데 성공했다.

진입장벽의 묘미
‘미르4’의 첫 인상은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경공과 탐험 등 유저가 직접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크다. 자동진행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들은 경공만으로도 떨어져나가기 십상이다.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 격인 ‘임무’야 어느정도 자동으로 돌려도 된다 치지만, 토벌이나 보스토벌 등 레이드 콘텐츠가 열리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기존 게임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수의조작을 하지 않으면 사망 화면을 보기 일쑤이다. 
 

특히 첫 보스토벌 ‘흑혈승장’은 대놓고 수동 조작을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기준 전투력 정도 수준에서는 자동전투 시 쉽게 죽는다. 여기에 인원들이 사망할수록 공격력이 강해져 클리어가 더 어려워진다. 때문에 어느 정도 전투력이 갖춰지지 않은 유저들은 필수적으로 콘트롤을 해야만 한다.
손이 많이 간다는 부분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평가한다. 어느샌가부터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자동전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직접 조작 역시 게임의 묘미이고, 유저의 실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요소이다. 너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자동・수동 밸런스를 정교하게 잡아낸 것으로 보인다.

과금이냐, 노력이냐
최근 국산 모바일게임들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은 역시나 과금유도 부분이다. ‘리니지M’을 필두로 상당히 혹독한 과금 시스템이 정착되며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과금 없이는 게임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수다.
그런 점에서 ‘미르4’의 과금정책은 굉장히 미묘하다. 겉보기엔 기존 게임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그 속을 뜯어보면 상당히 다르다. 물론 상위 1%의 과금으로 지탱되는 구조인 것은 같지만, 무과금 내지 중소과금 유저들도 정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노가다’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미르4’의 경우 이 부분도 매우 특이하게 다가오는데, 어지간한 과금으로는 결국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대신 노력의 보상 자체는 확실하다. 무과금 유저라 하더라도 상위 장비 재료를 얻을 수 있으며, 재료를 모으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희귀장비 세트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다. 
 

유료재화 역시 어느정도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게임 내 중요 자원인 ‘흑철’을 거래소에 팔아서 금화를 버는 식이다. 흑철 자체는 채광을 통해 얻을 수 있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 역시 심한 유료 결제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게임 내에서 흑철은 장비제작, 강화, 옵션감정, 위업 승급 등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미르4’를 ‘흑철 모바일’이라고 부를 정도다. 
실제로 소위 말하는 ‘도시서버(접속자가 많은 서버)’에서는 흑철 판매 시세가 중요한 경제지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흑철의 경제학’인 셈이다.

유기적인 밸런싱
무엇보다 이 게임에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레벨 디자인이다. 일단 모든 콘텐츠의 처음 난이도는 무턱대고 어렵게 설정돼 있다. 기준 전투력을 최소한 6,000에서 10,000 정도 넘기지 않는 한 해당 구역에서 자동전투가 거의 어렵다. 더구나 물약 소비도 엄청난 수준이라 자동사냥을 돌리는 것이 도리어 손해일 때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위메이드는 게임 출시 이후 2차례에 걸쳐 밸런스 패치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다수의 유저들이 몰려있는 중요 구간에서의 밸런스를 조정하고, 부족한 자원을 대거 풀면서 난이도를 낮췄다. 
 

회사 측은 난이도가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이를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콘텐츠 소비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비춰진다. 콘텐츠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만렙을 개방하는 형태의 수직적 방식과, 한 레벨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여는 수평적 방식으로 나뉘는데, 수직적 방식은 개발 부담이 커서 보통은 분기 내지는 반기 단위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풀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미르4’는 이미 오픈 스펙 단계에서부터 열려있는 콘텐츠가 많아 수평적 방식을 채택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난이도 조절을 통해 콘텐츠 소비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이같은 패턴에 익숙해지면 도리어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리게 되는 측면도 있다. 

앞으로의 숙제: 집토끼 지키기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은 출시 2주 정도가 지나면 안정화 시기로 돌입한다. 매출 자체도 다소 떨어지고, 유저 지표들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미르4’도 이제 출시 2주 시점이 지난 만큼, 이제 안정기로 돌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요소들을 담고 있어 이미 안정화 자체는 거의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집토끼 지키기’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캐릭터 밸런스가 있다. 현재 전사와 도사가 클래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약체로 꼽히고 있는 상황. 특히 도사의 경우 문제가 심각한데, 사전 테스트 당시 가장 많은 유저들이 택했던 직업이고 론칭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추가적인 유저 이탈이 예상되기에, 캐릭터 밸런스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위메이드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 밝힌 만큼, 이후 업데이트에 유저들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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