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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이버펑크 2077' 플레이 리뷰 … 베타 버전급 완성도에 경악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2.14 18:37
  • 수정 2020.12.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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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미친 남자가 있다. 머릿속에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심지어 머리에 총을 맞기까지 했다. 심각한 환청증상에 환각 증세.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인간이 걸어 다닌다. 살아 있는 시체, 주인공 V가 미쳐 날뛰는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면밀히 뜯어 본다.

‘나이트 시티’로 어서오세요

범죄와 쾌락이 가득한 도시 ‘나이트 시티’. 기자는 V가 돼 이 도시에 초빙됐다. 매력적인 세계 속에서 표현된 ‘가상의 삶’을 보고자 한다. 주변 인물들과 호흡하며, 때로는 엉뚱한 사고에 휘말리기도 하고, 때로는 웃게 만드는 그런 삶을 기다린다. 그러다 게임이 끝날 때 쯤엔 늘 그렇듯 영웅으로 끝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게임 시작후 약 1시간만에 만나게 되는 NPC는 주인공을 향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사람으로 그냥저냥 살면서 나이나 쳐먹다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는 인생과, 갈 땐 가더라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화끈한 인생 중에 어느 쪽을 원하지?”
뻔하다. 정답은 3번. 전설적인 사람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화려한 인생을 택한다. 그런데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다. 별 수 없다.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고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발악은 해봐야 할 것 아닌가. 실컷 발악해 본 뒤에 남은 것은 운명을 쥔 개발사에게 맡기면 될일이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V

주인공은 걸어다니는 시체답게 상태가 심각하다. 인터페이스 화면에서는 일종의 ‘생명 시계’가 등장한다. 100%가 되면 그대로 게임이 끝날 것 같은 기분. 시, 분, 초를 다투는 생명이 피부로 와닿는다. 특히 미션이 거듭될수록 상태는 더 심각하다. 피를 토하기도 하고, 시야가 흐릣하며, 때로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까지 증상은 발전된다. 당장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법한 연출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 역시 초초한 감정을 느낀다. 어차피 주인공이 살아 있다면 나머지는 이후에 즐기면 될 터. 최소한 진행을 멈출수만 있다면 그 이후 한숨을 돌리며 게임을 즐기면 될 터다. 볼 것 없이 직진. 그것만 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게임은 쉽다. 초반부만 적응하고 전투 시스템을 이해하면 나머지는 편하게 즐길만한 상황이다. 설사 게임에서 죽더라도 로딩 한번 하면 다시 재도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쉽게 다음 스테이지로, 또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 간다. 

수백개 사연, 수십개 질문 

뼈대는 잡혔다. 이제 게임을 풍성하게 만들 차례다. 게임은 ‘오픈 월드’다. 수백개 이야기들이 얽히고 섥히는 장르. 도시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라인과 호흡하면서 살아 숨쉬는 게임을 기대한다. 실제로 이들은 ‘위쳐3’에서 이 같은 스토리텔링을 해낸 바 있다. 
스펙만 보면 놀랍다. 시작 캐릭터는 3개. 각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임이 되길 기대한다. 특정 교차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게임 전체와 스토라리안이 변하는 게임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에 각 스토리라인에 등장하는 조연급 NPC들 이야기까지 섞이면 거대한 ‘나이트 시티’이야기가 탄생될것임이 틀림이 없다. 
개발사 역시 이를 반영하는 듯 다양한 선택지와 상황을 열어주며 초중반을 진행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들을 배치. 이를 밀고 당기는 듯 하면서 게임을 전개한다. 노련한 스토리 텔러들이 연출 하는 기법들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례로 스토리텔러들은 캐릭터를 중시한다. 각 캐릭터가 게임상에서 죽거나, 살아남을 때 마다 새로운 스토리라인이 열리고, 이 스토리라인을 봉합해 결말에 반영하는 식이다. 게임 역시 이러한 변수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기대감을 높힌다.

현실과 이상 사이

기대는 곧 실망으로 다가온다. 이제 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 스토리라인은 단촐하다. 많은 변수를 내포할 것처럼 포장했지만 알고 보면 변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선 다양한 스토리라인 갈래를 예고하는듯했던 스토리라인은 단 10분만에 통합된다. 개발 타임라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들이 각자 전개하는 게임도 동일하다. 
소위 ‘복선’처럼 보이는 단서들은 게임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게임은 스토리텔러들이 복잡한 문제를 가장 쉽고 간편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택한다. 뚜벅 뚜벅 걸어가서 총알 한방 박도록 만들면 된다. 대신 ‘전설’급 아이템 한두개 던져 두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풍성하던 스토리라인은 오간데 없다. 엔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선택지 몇 개를 제외면 모두 단방향이다. 선택지 역시 엉뚱하다. 주어진 선택지에서 예와 아니오를 놓고 고민하는 법이 없다. 오직 이 버전의 예와, 다른 버전의 예를 넣음으로서 다양성을 잡는 것 처럼 흉내낸다. 일방적 롤러코스터로 흘러 간다. 

크리스마스 코어 타이틀의 무게

일방적 롤러코스터도 재미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장시간 동안 몰입하는 게임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메인 스토리라인은 길어야 20시간이면 완료 된다. 그 중에서도 대다수 플레이타임은 캐릭터간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미니게임 몇개를 더하면, 약 15시간에서 20시간이면 엔딩에 도달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어려움 난이도에서 소위 '시체를 끌면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 할지라도 30시간이면 엔딩을 본다.

실제로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기준으로 출시 2일만에 엔딩을 보기 시작했다. 라이트 유저들 중 절반이 넘는 유저(스팀 기준 58.3%, PS기준 50.1%)가 이미 1장을 마쳤다. 종장에 진입한 유저들도 전체 약 10%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주말이면 다수 유저들이 엔딩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어 현재 각 시나리오 별로 엔딩에 가까운 추가 시나리오가 5~6개. 일부 히든 엔딩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추가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플레이타임은 약 30시간에서 40시간이란 결론이다.

 

수백개 서브 퀘스트, '자동차'를 보는 시간이 태반

다행히 대안은 있다. 게임은 임무를 비롯 수 많은 서브 퀘스트들을 배치한다. 메인 스토리라인이 시,분,초를 다투는 덕분에 서브 퀘스트가 이목을 끌기 힘든 문제가 있고, 엔딩을 본 유저들이라면 이제 자유롭게 서브 퀘스트에 접근할 수 있다. 초반부 서브 퀘스트들은 매력적이다. 타 게임에서는 쉽게 언급하지 못하는 소재들을 여과 없이 적용해 웃음을 자아내거나 씁쓸한 감정을 전달한다. 성우들의 열연도 기가막히다. 언급하기 힘든 특정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소리를 지르는 서브 퀘스트의 성우는, 퀘스트 진행 과정과 후일담 연기가 그야말로 발군이다. 

그러나 이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서브 퀘스트는 많지 않다. 주로 초반부에 몇몇 퀘스트가 배치돼 있으며,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서서히 공백이 드러난다. 톡톡 튀는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던 퀘스트는 힘을 잃고. 결국 총으로 쏴죽이거나, 카타나로 목을 베기에 바쁜 퀘스트로 전락한다. 게임을 충분히 이해한 게이머들은 퀘스트가 시작하자마자 1분만에 맵을 휘젓고. 목적을 달성한 뒤 다음 목적지로 뛸만한 난이도다. 서브 퀘스트를 즐기기 보다는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구조인 셈. 짬짬이 즐기기에는 적합하나 결국 공허함이 남는다. 

이 조차 그리 많은 시간을 붙잡는데는 실패했다. 현재 코어 게이머들은 퀘스트가 전혀 지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달리면서 맵의 한계를 찾고,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 나서는데 돌입했다. 등산법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미 지붕을 뚫고 올라가 하늘을 달리는 시점에 이르렀고, 퀘스트를 추적하는 헌터들은 게임상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를 찾아 나서는 등 히든 퀘스트를 하나 둘 밝혀내기 시작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경이면 맵이 완전히 파해될 것으로 보인다. 

 

버그가 만들어준 새생명

오히려 게임은 이상한 곳에서 생명력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각 게임 공략 커뮤니티에서는 좀 더 이상한 버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90년대 후반 게임에서나 보이던 '가속 점프'가 오랜만에 다시 등장해 맵을 휩쓸고 다닌다. 고개를 돌리면 계산을 초기화하는 버그를 활용해 차를 새로 뽑기도 하고, NPC들이 기묘한 자세로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신체 구조를 활용한 놀잇거리들이 등장한다. 이 외에도 게임을 시작한 직후 '크래시(충돌, 튕김)'타임을 겨루는 챌린지나, 하루 몇 회 이상 튕기는지를 겨루는 챌린지 등 기상천외한 도전 과제들이 유저들을 웃긴다.

기자는 게임이 튕길때 마다 사진을 촬영했는데, 어두컴컴하던 창문 밖 풍경이 서서히 밝아 오는 점을 발견하고는 폐기했다. 몇몇 촬영 사진을 지우고 확인해 본 결과 하루만에 9회 튕김 현상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최신 패치를 모두 적용한 PS5 버전 게임을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다. 워낙 많은 충돌 현상과 버그를 경험한 탓일까. 이제 새로운 마을을 찾아가는 타이밍이나, 차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하는 타이밍이면 자연스럽게 새로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총평: 이른 출시에 발목 잡은 미완성작

개발사는 오는 1월과 2월에 각각 1차례씩 패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 뒤 복귀해서 패치를 할 예정으로 사실상 당분간 업데이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사실상 이 시점을 고정 시점으로 보고 리뷰하기에 적합한 시점으로 보인다.한마디로 말해 게임은 미완성작이다. 얼리억세스에서나 할법한 실수들이 비일비재하다. 튕김현상이나 기술문제 등 표면으로 드러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급해 보인다.

우선 밸런스면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초반부 게임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헤드샷을 아무리 갈겨도 멀쩡히 버티는 적들은 게임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강화 과정을 거친 뒤에 오히려 난이도 역전현상이 일어나 게임은 손쉽게 흘러간다. 특히 근접 무기를 택할 경우 상대는 별다른 발악을 하기도 전에 쓰러진다. 심지어 쓰러진 적이 체력을 채워 주며, 포션은 즉시 발동으로 체력을 채워 주고 무한대로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손쉽게 즐기는 액션쾌감 게임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드 전투는 그저 먹잇감들이 여러개 놓인 전투에 지나지 않는다. 보스들은 때리다 보면 죽을만 할 때 안죽고 버티는 캐릭터가 보스 캐릭터다. 가끔 층고를 활용해 위로 올라가면 시나리오상 보스 캐릭터로 느껴질 정도로 공허하다. 매우 어려움 난이도까지 올려야 겨우 보스 캐릭터처럼 보일 정도인데, 그렇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 외 장식처럼 패링 시스템이나, 방어 시스템은 장식 처럼 느껴지며, 막바지 전투에 들어서야 겨우 '도핑'의 존재를 알아챌 만큼 게임에 장벽이라고 할만한 요소는 없었다. 

시나리오면에서는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각 직업별 스토리라인을 보완하면서, 직업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차라리 오픈 월드로 고집을 버리고, 각 스토리라인별로 서브퀘스트와 임무를 통폐합하면서 일원화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언급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흔한 잠입형 FPS게임의 그것으로 별 차이는 없다. 근접 공격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카타나와 둔기, 주먹 등을 추가한 점이 차이점. 그 외 사이버네틱 기어 등과 같은 요소들은 일종의 강화 요소기에 별다른 변수로 취급하기 어렵다.

그 외 콘텐츠면에서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오픈 월드를 반드시 고집한다면 클랜별 대결 구도를 활용하는 등 작업이 필수다. 현행 NCPD와의 상호작용을 버리고 클랜별 대결 구조를 재편해 설정을 보완하고, '점령' 및 '탈환' 등과 같은 구도를 편성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오픈 월드를 탐험해야할 이유를 반드시 제공하며, 이는 곧 초중반부 '적'과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공허한 초중반부를 보완해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는 엔딩에 준할만한 요소들을 대거 준비해야 한다. 가장 필수로 삽입해야할 조건은 'V'의 생환이나, 제2의 V가 될만한 인물을 삽입해 복선을 연장하는 것. 이 과정이 필수로 자리잡아야 이어질 멀티플레이 업데이트와 같은 콘텐츠까지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친 뒤라면 게임은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반대로 말해 이 같은 요소들이 비어 있는 지금, 게임은 그저 그런 평범한 게임인데다가 버그로 몸살을 앓는다. 유료 베타 테스트에 참가하면서 웃을 수 있는 유저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픽 (9점)    : ★★★★★★★★★☆ 볼거리 풍성한 세계를 그려낸 표현력에 박수. 기술은 다음 문제
스토리 (3점)    : ★★★☆☆☆☆☆☆☆ SF영화 짜깁기. 공백이 심한 전개와 어설픈 마무리 
캐릭터 (10점)  : ★★★★★★★★★★ 정신나간 친구들이 잔뜩, 보는맛 쏠쏠 
필드전투(4점)  : ★★★★☆☆☆☆☆☆ 전투를 고려하지 않는 맵구조에 NPC를 복사해 넣는게 최선인가
보스전 (3점)    : ★★★☆☆☆☆☆☆☆ 체력만 많은 NPC. 싸우다 튕기지만 않으면 원트에 OK 
사운드 (10점)  : ★★★★★★★★★☆ 완벽한 연출력, 단 일부 거슬리는 반복 사운드가 감점요소 
조작감 (8점)   : ★★★★★★★★☆☆  난해한 인터페이스, 적응하면 OK. 탈것 조작의 아쉬움이 남는다
몰입도 (6점)   : ★★★★★★☆☆☆☆  주인공은 대체 누구?
콘텐츠 (4점)   : ★★★★☆☆☆☆☆☆  빈약한 플레이타임, 설계와 연결도 엉망. 오픈월드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
완성도 (0점)   : ☆☆☆☆☆☆☆☆☆☆  30분에 한번씩 에러나는 게임을 발매하는 판단이 정상적인가.

총점: 57점. 

한줄평: 10분에 한번씩 버그, 30분에 한번씩 에러, 1시간에 한번씩 나오는 억지. 20시간 끝에 남은 공허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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