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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눈 돌린 극장가, '을'의 비즈니스 배워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1.19 18:14
  • 수정 2021.01.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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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극장가가 신음한다. 평년 대비 매출이 60% ~ 70%씩 급감하며 매일이 위기다. 극장계는 몸부림친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최근 개봉한 작품들도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존 관객들은 극장 대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명 영화 배급사들이 OTT배급사로 뛰어들면서 점차 극장은 설 자리를 잃는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극장가는 새로운 영업 수단을 발굴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손을 내민 장르가 바로 '게임'이다. 이들은 e스포츠를 중계하면서 마니아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고자 했다. 콘솔 게이머들에게 영화관을 대관하면서 프리미업금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게임을 소재로한 영화를 개봉하기도 하고, 서브컬쳐 콘텐츠를 극장에 거는 등 파격적인 행보가 줄을 잇는다. 

이 같은 행보에 게이머들도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극장 스크린과 사운드로 게임을 즐기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 됐다. 일례로 지난 12월 CGV가 론칭한 콘솔대관 플랫폼 '아지트 엑스'는 연일 매진 사례를 빚었다. 가능성을 본 CGV는 대관 솔루션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점차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오는 1월 말에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대회 중 T1과 아프리카 경기를 영화관을 통해 중계한다. 대형 화면과 온몸을 자극하는 사운드를 통해 e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관람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극장계 대목,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에 개봉할 작품으로 '몬스터 헌터'영화를 택했다. 동명의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으로 소문난 영화다. 공교롭게도 해당 영화는 메타크리틱 기준 평점 44점. 소위 C급 영화에 해당하는 작품임에도 설날 개봉을 택한다. 게이머들이라면 극장으로 향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의 전략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극장과는 연이 없던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고무적이다. 극장가가 보유한 스크린과 사운드, 장소가 가진 매력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슈화'가 곧 캐시 카우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비즈니스는 결정적 한방이 없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극장가가 선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따르는 듯 하다. 그저 장소만 준비해두면 누가 와서 즐길 것이라는 인상이 있는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이 비즈니스 모델은 임시방편 처럼 보인다. 극장이 제공하는 솔루션들은 장시간 즐기기 어려우며, 반복성이 없다. 화면은 주사율 문제로 지연현상에 시달린다. 관람을 위주로 설계된 의자는 게임을 할만큼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쉴 틈 없이 눈을 움직이고 손을 움직여야하는 게이머들의 섭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한 두번 체험을 즐긴 이들이 굳이 다시 찾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들이 가진 메리트는 휘발성이 짙다. 이를 메워줄 시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 두번 체험을 즐긴 유저들은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게이머들 역시 각자 집이나 저렴한 PC방 등에서 만족할만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가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결정적 한방을 준비해야 한다.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적극적인 도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규 게임 콘텐츠를 먼저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한다거나, 개발자들을 초빙해 무대 인사를 하기도 하고, 사진 촬영을 위한 핫스팟을 꾸미거나, 굿즈나 쿠폰 등을 배급하는 것도 괜찮은 시도다. 또, 극장에서 프리미엄급 체험 패키지를 팔고 전용 레어 아이템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모델들을 동원하거나, 각 게임 VIP들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획하는 등 수 많은 테스트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맞출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극장가는 소위 '울트라 갑'이라 불렸다. 개봉관을 쥐고 있는 이들이 산업을 좌우한다고 했다. 시대는 변했다. 변화는 더 가속화된다. '갑'의 자리는 영원하지 않았고 도전자로서 새 무대에 섰다. 이제 갑의 위치에서 쥐고 흔드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갑'을 모셔야 하는 처지. 게이머들을 모시고 싶다면 이제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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