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성 유저 겜心 잡아라,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 적극적 ‘움직임’ … 게임 기반 파생 콘텐츠, 굿즈 사업 등에서도 ‘청신호’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 시장 급성장 ‘니치마켓’ 형성 … K-컬쳐 바람타고 글로벌 시장 공략 ‘노림수’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3.22 10:14
  • 수정 2021.03.23 15:4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95호 기사]

앱에이프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유저 중 41.3%가 여성이다. 주로 퍼즐이나 꾸미기를 비롯한 아케이드성 게임들을 메인으로 30대와 40대 유저들이 이 시장에서 게임을 즐긴다. 반면 남성 유저들은 액션과 전략, 롤플레잉 등에 집중된 구도를 보인다. 서로 게임을 즐기지만 이를 즐기는 방식과 재미 포인트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점차 변화가 형성된다. 아예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삼고, 해당 장르를 즐기는 유저들을 공략하는 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략이 보기 좋게 통하면서 일대 변화가 야기된다. 월 5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게임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여성향’게임 전문 개발사가 증시에 상장하는 등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게임업계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하고, 이를 작품을 소재로한 2차 창작물이 유통되는 등 ‘여성향’게임 시장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다. 이를 캐치한 국내 대형 기업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여성향’게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차세대 게임 시장을 이야기 할 새로운 트렌드로서 ‘여성향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2017년 12월 중국 게임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인 ‘러브 앤 프로듀서’를 선보인다. 게임은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여주인공이 방송 제작사 CEO로 부임.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부흥시키고 이와 연관된 남성 캐릭터 4명과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게임으로 포지셔닝한다.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가상 캐릭터들과 전화와 문자를 나누거나, SNS로 대화하는 것과 같은 콘셉트를 채택. 여성 입장에서 가상의 연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게임은 2018년 기준 월 매출 518억 원을 돌파. 대대적인 성공 가도를 달린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9년 출시된 게임 ‘마법사의 약속’과 같은 여성향게임들이 유명세를 탔다. 게임 개발사인 콜리는 여성향게임 전문 개발사로 연간 4조 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면서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세
전문가들은 지난 2016년부터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2018년을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세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 같은 게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웹진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관련 게임들의 매출순위를 매기는 사이트들도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일본 매출 순위 전문 사이트인 게임아이에 따르면 ‘앙상블 스타즈(월 매출 10.81억 엔, 한화 약 112억 원)’, ‘디즈니 트위스트 원더 랜드(월 매출 6.89억 엔, 한화 약 71억 원)’, ‘히프노시스 마이크(월 매출 2억 엔, 한화 약 20억 원)’ 등이 매출 상위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중국 시장 역시 변화의 폭이 크다. 최근 여성들을 공략하는 분위기들이 팽배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중국 시장 전문가는 “중국 시장 앱을 열고 아이콘을 보라”며 “과거에는 여성 이미지를 내걸고, 섹시함을 강조하거나 귀여운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남성 캐릭터가 메인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러브 앤 프로듀서’는 국내에서도 공식 서비스돼 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7위까지 올랐다
▲ ‘러브 앤 프로듀서’는 국내에서도 공식 서비스돼 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7위까지 올랐다

트리플A급 여성향게임 시장 개봉박두
이처럼 시장의 가치를 알아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20년부터는 소위 트리플A급 프로젝트가 가동돼 수백억 원 제작비를 투입하고 유명 성우를 동원한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미호요는 라이브2D 기술을 근간으로 ‘미정사건부’를 최근 공개했다. 텐센트는 ‘광여야지련’을, 넷이즈는 ‘시공중적회려인’을 선보이는 등 굴지의 개발사들이 여성향게임을 각각 공개했고 출시를 앞둔다.
이들은 모두 자사 메인급 타이틀로 취급, 대대적인 프로모션 영상 공개와 함께 장시간을 투자해 게임을 설명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우 섭외와 일러스트레이터, 작곡가 등을 섭외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다는 후문이다. 이를 통해 소위 트리플A급 시장을 형성. 중국내 시장과 일본 시장까지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미호요, 텐센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대작을 개발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미호요, 텐센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대작을 개발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수면 아래에 자리 잡은 국내 시장
국내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지난 2014년 태동한 체리츠가 ‘수상한 메신저’를 공개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한바 있다. 해당 게임은 서구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관련 시장의 존재를 알렸다. 테일즈샵은 비주얼 노벨 게임 ‘썸썸편의점’과 ‘기적의 분식집’을 공개, 스팀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동인 개발팀들이 등장. 비주얼 노벨이나 여성향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인다.
이 시장을 직접적으로 즐기는 유저들은 아직 활동하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다수 게임들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서비스되는 관계로 국내에서는 즐기기 어려우며,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언어를 습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관련 마니아들은 설명했다. 반면 국내 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라인게임즈가 발매한 ‘베리드 스타즈’가 매진 사례를 빚은데 이어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온리전(창작물 마켓)’을 검색해 보면 국내 마니아층들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회당 수십에서 수백명이 몰려들어 상품을 싹쓸이 해갈 정도로 구매력이나 충성도가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서브 컬쳐 시장을 대표하는 포스타입 사이트에서는 여성향게임을 주제로한 창작물 마켓이 빈번히 열리고 있다
▲ 국내 서브 컬쳐 시장을 대표하는 포스타입 사이트에서는 여성향게임을 주제로한 창작물 마켓이 빈번히 열리고 있다

한류 열풍의 한 축 담당 전망
메이저 마켓에서는 스마일게이트와 카카오게임즈가 팔을 걷어 붙였다. 두 기업은 최근 ‘마술양품점’과 ‘엘리스클로젯’을 각각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꾸미기’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여성들의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스마일게이트측은 과거 ‘아이러브 커피’와 같은 게임에서 볼 수 있듯 국내에서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성 게이머들이 있고, 활동성 및 경제성이 뛰어난 20대 30대 여성들의 콘텐츠 니즈가 뚜렷해 이 시장을 니치 마켓으로 보고 여성향 게임 서비스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프렌즈’ I·P를 활용하는 게임으로 퍼즐, SNG등을 개발,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향 게임들을 개발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이들이 설명하는 여성 유저들은 게임에서 2차적으로 파생되는 콘텐츠의 생산과 굿즈 소비가 활발한 유저들이라고 봤다. 특히 게임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운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서브컬쳐 기업으로서도 활약하는 기업 리디북스는 자회사 투디씨(2DC)를 설립, 여성향 로맨스 ‘반만 남은 세계’를 필두로 분야 시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향 소설로 쌓아올린 시나리오와 텍스트들이 게임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다년간 쌓아온 시장 노하우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도 동시에 공략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해외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본격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자사 강점을 활용한 수출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카카오게임즈는 그 키워드로 ‘한류’를 내세웠다. 드라마, 웹툰, 소설 등 수준 높은 한국 콘텐츠가 여성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만큼, 게임 역시 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신 이를 위해서는 여성적 시각에서 ‘스토리라인’, ‘룩앤필’, ‘연출’ 등 디테일한 감성을 사로잡는 I·P나 콘텐츠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