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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게임시장 확대 조짐, 진출 포인트는 ‘정치・문화’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3.25 17:26
  • 수정 2021.03.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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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진 만큼, 그 영향 역시 특정 국가를 피해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온택트 수혜주’인 게임산업 역시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중동 시장이 다시 조명을 받는 상황이다.국내 게임업계 역시 중견・중소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정작 진출에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한 본지 취재 결과,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포인트는 크게 정치, 언어, 종교로 귀결된다. 이 세 가지에 대한 복합적인 고려가 최초 기획 및 개발단계부터 선행되는 등 현지화에 있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3월 18일 발간한 ‘사우디 게임산업, 높은 성장세로 시장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기준 약 3,480만 명의 인구 중 절반이 30대 이하인 매우 젊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자연 환경적인 이유로 놀이문화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비전 2030’을 통한 국가 발전 추진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택 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게임시장이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김태민 무역관은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제력+언택트 ‘시너지’
특히 2020년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락다운으로 인해 사우디 게임시장은 전년대비 41.1%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20번째 규모의 게임시장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60%인 2,120만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우디 내 록다운 기간 동안 게임인구가 약 15~2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여성 이용자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다.
플랫폼별로는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가장 많고, 콘솔과 PC가 순서대로 그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사우디의 인터넷 인프라 개선과 함께 이용률이 급증해 주요 도시에서는 70% 넘는 인구가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경제력 역시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사우디 시장은 지난 2019년 8억 3,000만 달러 규모에서 2020년 8억 5,000만 달러를 넘기며 전년대비 2.2%의 증가세를 보였다. e스포츠 분야까지 포함할 경우 사우디는 2020년 처음으로 10억 달러 매출 규모를 달성하게 된다.
 

▲ 2020년 주요 도시 내 성별 및 게임 종류별 이용률 (출처=코트라)
▲ 2020년 사우디 주요 도시 내 성별 및 게임 종류별 이용률 (출처=코트라)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게임산업 진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다. ‘비전 2030’을 통해 국가 기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 육성 및 산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데, 왕세자가 게임시장에 관심을 보이며 35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다.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테이크투 등 글로벌 게임사 3곳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총 투자금은 33억 달러다. 
여기에 왕세자가 설립한 자선단체 MiSK 재단을 통해 국내증시에 상장한 SNK의 지분 33.3%를 2억 1,65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향후 17.7%를 추가매입해 대주주에 오르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핵심은 ‘현지화’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섣불리 진출하기엔 어려운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빅마켓과 사뭇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진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국내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카타르 국영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터 센터인 큐빅과 공동개발 MOU를 체결한데 이어, 현지 게임업체 바잔테크와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로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영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이 있다. 민주주의 공화정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왕정제로, 왕족들이 주요 이권사업을 꽉 잡고 있는 형국이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로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 아랍에미리트 부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때문에 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현지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 스카이피플은 지난 2017년 카타르 게임기업 바잔 테크와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 중동 시장의 문을 열었다 (제공=스카이피플)
▲ 국내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지난 2017년 카타르 게임기업 바잔 테크와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 중동 시장의 문을 연 바 있다 (제공=스카이피플)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언어다. 번역이 가능한 아랍어 전공자가 국내에는 많지 않아 현지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이란의 경우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번역 상의 어려움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종교 측면이 있다. 이는 중동 국가 대부분이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데, 종교적 율법에 따라 일러스트 상 캐릭터 노출이나 텍스트 표현 등에 있어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김태민 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모바일게임은 콘솔 게임에 비해 현지화의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돼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현지 진출을 시도하거나 검토해본 기업 관계자들은 사뭇 다른 평가를 내린다. 때문에 사실상 신작 게임 하나를 새로 만드는 수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중동 시장을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한국은 모바일게임 개발국 및 시장으로서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고,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까지 모색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착안해 현지 진출을 시도한다면 좋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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