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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히어로', 전략성 더한 방치형, 新 장르 형성 한걸음

정해진 맵 이동하면서 ‘방치형’ 무한반복 사냥 … 맵 구조물 설치로 ‘게임 설계’ 전략성 잡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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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5호 기사]

무작정 앞으로 향하면서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를 때려 잡는다. 경험치가 차면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주워 업그레이드 해 나간다. 그러다 죽으면 주어진 자원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다시 사냥에 나선다. 방치형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시나리오다. 클릭 몇 번이면 한층 강력한 캐릭터로 업그레이드하며,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해 소위 ‘키우는 맛’이 있는 장르다.
그런데 이 장르에 ‘선택적 요소’를 더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낸 게임이 등장했다. 출시 직후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 ‘루프 히어로’가 그 주인공이다. ‘루프 히어로’는 비슷한 게임성과 진행 방식으로 자칫 쉽게 질릴 수 있는 장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금주 인디게임 코너에서는 ‘루프 히어로’의 매력을 정리해 봤다.
 

‘루프 히어로’속 주인공은 맵을 돌면서 등장하는 적들을 사냥한다. 재밌는 점은 맵이 원형이다. 출발점(모닥불)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돌아 다시 모닥불까지 도착하면 한 바퀴를 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몬스터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쉽게 설명하라면 회전 초밥집을 상상하면 편하다. 회전 초밥집 한 가운데에는 벨트가 돌아가며, 요리사가 선택한 메뉴들을 벨트위에 올린다. 나오는 요리들을 맛잇게 먹으면 끝. ‘루프 히어로’에서는 초밥 대신 몬스터들이나 각종 효과를 주는 부가 요소들이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단, 회전초밥집과 달리 원하지 않는 메뉴를 건너 뛸 수는 없는 점이 차이점이다.

유저가 만드는 모험
유저는 ‘설계자’의 입장에서 영웅의 여정을 디자인 해야 한다. 영웅이 회전하는 경로 안에 몬스터를 배치하거나, 보조 기능을 하는 요소들을 더하면서 여정을 도와야 한다. 맵 상에 수풀을 배치하면 ‘렛울프’가 튀어나와 적이 되며, 흡혈귀 저택을 배치하면 흡혈귀가 등장하는 식이다. 이렇게 배치한 몬스터를 사냥하면 경험치가 오르고 아이템을 드랍한다. 확보된 아이템으로 장비를 하거나, 추후 은신처를 강화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몬스터만 설치하다 보면 영웅이 버티지 못한다. 또, 아예 쉬운 몬스터만 배치 하다 보면 몬스터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영웅이 쓰러진다. 유저는 캐릭터가 쓰러질 때 마다 현재 상황을 분석해야 하며, 죽지 않을 방법을 조금씩 연구하면서 배치물을 바꿔 보도록 게임은 구성돼 있다.
 

원형으로 된 맵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영웅의 여정을 돕는다
▲ 원형으로 된 맵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영웅의 여정을 돕는다

로그라이크의 매력
HP가 0이 되면 주인공은 자동으로 ‘후퇴’한다. 이 때 착용하는 장비들은 모두 잃어 버리는 구조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여정에 나서야 하는 셈. 대신 맵 상에서 획득한 자원 중 30%는 갖고 돌아 오도록 설정돼 있다. 이 자원을 은신처에 투자해 서서히 강화해 나가면서 소위 ‘패시브 능력치’를 올리는 구조다.
은신처에 특정 건물을 올리면 포션이 추가된다거나, 특정 직업이 해금되기도 하고, 새로운 건물을 해금해 맵 상에 배치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이 배치돼 있다. 그렇다보니 전장을 돌고, 또 돌면서 파밍을 하고, 파밍을 하다 보면 더 강한 캐릭터가 완성되며, 더 강한 캐릭터가 완성되면 맵을 점차 오래 돌게 된다. 다시 희귀한 재료들을 확보해 성장하며, 결국에는 주어진 맵 상에서 보스를 잡을 수 있는 구도가 성립돼 있다.
 

네크로멘서는 해골을 소환해 적들과 싸우는 직업
▲ 네크로멘서는 해골을 소환해 적들과 싸우는 직업

실험게임의 묘미
일반적으로 이 같은 게임의 한계는 명확하다. 결국 몇몇 ‘빌드’가 강력해 고정된 빌드만 즐기게 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루프 히어로’역시 이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단, ‘고정된 빌드’를 완성하도록 하는 단계에 시간이 걸리도록 설계한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마을이 발전하며, 마을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신규 건물과 전략이 열리는 형태로 게임이 진행된다. 그렇다보니 초반에 통용되던 전략이 중후반에서는 전혀 쓸모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게임상에서는 ‘숨겨둔 조합’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을 지어보고, 조합해 보면서 실험하면 할수록 효율이 올라간다. 일례로 게임 중반에 등장하는 마을 건물과 흡혈귀 저택 건물을 나란히 지으면 한 번에 몬스터 4명씩 등장하는 건물이 형성된다. 난이도가 기형적으로 오르지만 이 곳에서는 ‘보주’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 파밍에 유리한 식이다. 또, 수풀과 불타는 수풀을 조합하면 등장하는 적의 체력이 15%가 됐을 때 바로 죽도록 설계돼 있어 게임 내 난이도가 하락한다.
 

보스를 사냥하면 신규 특성을 해방하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갖게 된다
▲ 보스를 사냥하면 신규 특성을 해방하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갖게 된다

강자의 증표는 ‘경험’
‘루프 히어로’는 얼핏 보면 캐주얼 게임에 짧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깊이가 깊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맵 구성은 게임 이해도가 없다면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이어 자신의 빌드를 최적화 해 나가면서 게임 클리어 타임을 줄이고, 다양한 실험 빌드를 동원하면서 소위 ‘파밍’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어 전직업 클리어에 도전하거나 끝 없이 던전을 돌 수 있도록 ‘무한 루프’를 설계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게임 판매량이 높은 만큼 개발팀의 업데이트를 기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신규 직업과 건물이 추가될 수 있으며, 밸런스가 변경되면 또 다른 게임이 되는 매력이 있다.
‘루프 히어로’는 기존 방치형 게임 공식에서 맵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변수를 창출하고 재미 포인트를 설계했다. 새로운 방치형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재미 포인트를 참고해 보도록 하자.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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