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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 신작 RPG ‘판타시안’ 출시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02 15:36
  • 수정 2021.04.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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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입마에 빠진 무림 고수가 천신만고 끝에 무림에 다시 선다면 어떨까. 영화에서는 무림 고수들이 전설을 쓰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게임계는 특히 더 그렇다. 빌 로퍼, 리차드 게리엇, 호리 유지, 이나후네 케이지 등 전설적인 개발자나 프로듀서들이 프로젝트를 실패한 뒤 복귀를 선언하지만 대체로 성과는 좋지 않았다.

여기 그런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시리즈를 개발, 19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천재 개발자 사카구치 히로노부 이야기다. 단, 앞선 개발자들이 ‘공수표’를 남발한 반면, 그는 착실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도전하면서 끊임 없이 신작 개발에 도전한다. 물론 그도 현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 없이 도전한다. 앞서 8차례 도전이 있었고 이번이 9번째. 8전 9기 도전에 나서는 게임계 무림 고수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게임은 정통JRPG포멧을 따른다

‘파이널 판타지’시리즈를 개발, 19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천재 개발자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돌아온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2일 애플 아케이드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신작 RPG ‘판타시안(FANTASIAN)’을 정식 출시했다. 전작 ‘테라 배틀2’ 이후 3년 만에 귀환이다. 

그의 작품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초기 ‘블루 드래곤’이 평작 수준 성과를 보인 뒤 닌텐도DS로 선보인 ‘ASH’는 쪽박을 찼다. 이어 ‘블루 드래곤 플러스’가 평작 수준, ‘라스트 스토리’가 쪽박을 차는 등 널뛰기가 반복된다. 모바일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그대로다 ‘테라 배틀’이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준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후속작 ‘테라 배틀2’는 쪽박을 찼다. 그의 징크스가 유지된다면, ‘테라 배틀2’로 ‘쪽박’을 찬 이후에 3년 만에 등장하는 이번 작품은 반전을 이끌어 낼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디오라마에 3D캐릭터를 얹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작 ‘판타시안’은 애플아케이드용 게임으로 개발됐다. 그는 이번엔 디오라마 기법을 게임에 적용, 약 150개가 넘는 필드를 배경으로 삼고 캐릭터를 얹어 게임을 즐기도록 개발했다. 장인들이 구성한 세계를 탐험(구경)하는 재미를 근간으로 삼고, 전투 부분을 ‘이세계 공간’에서 소화하는 형태로 게임을 개발했다. 여기에 게임음악계 거장 우에마츠 노부오가 약 60곡 OST를 준비해 반영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식 스토리라인도 주목할만한 파트. 이를 통해 정통RPG에 가까운 게임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게임 환경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30년 전통 JRPG 원조 맛집의 노하우가 게임에 담겼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30년 전통 JRPG 원조 맛집의 노하우가 게임에 담겼다

이 작품을 주목해야할 또 다른 이유는 캐캐묵은 역사에서 기인한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2D RPG에서 전설적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다. 당시 ‘파이널 판타지 1편’에서 출발해 5편까지 개발자로 참가하며 성공을 이끌어 냈다. 이어 관리직으로 전환하면서도 6편과 7편이 잇달아 대박을 터트리며 그는 약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사를 견인한 일등 공신이 된다. 

문제는 그 다음 커리어다. 시리즈 8편에서 소위 하이엔드급 그래픽 퀄리티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혹평을 받았고, 9편은 그럭저럭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제 그 다음 프로젝트인 영화를 담당하게 되면서 오명을 쓰게 됐다. 어쩌면 이 시기부터 소위 ‘롤러코스터’징크스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전문가들은 그가 게임을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돈을 벌 게임을 만든 뒤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패턴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가 플래그십 게임들을 시도 할 때 마다 프로젝트는 대체로 상업적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를 다시 부활시켜준 프로젝트는 모바일에서 나왔다. 작업 환경이 축소되면서 소위 트리플A급 그래픽 게임이 아닌 환경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이 관심을 끌었다. 오히려 제한된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판타시안’에서 그의 재능이 다시 빛을 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아름다운 배경에서 상대를 발견하면 차원 이동 후 전투가 시작된다
사진 출처=미스트워커. 아름다운 배경에서 상대를 발견하면 차원 이동 후 전투가 시작된다

화려한 과거와 달리 현재 사카구치 히로노부 작품을 기대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다. ‘몬스터 헌터’시리즈 신작이 나와 올드 게이머들이 모두 한 게임으로 몰린 상황에서 론칭이기에 타이밍이 좋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며, 불을 뿜어야할 트위터는 잠잠하다. 더 이상 전관 예우는 없는 셈.  

공교롭게도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신작 ‘판타시안’을 론칭한 시각, 일본 앱스토어 모바일 유료 마켓 인기순위 2위는 ‘파이널판타지8 리마스터’다.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스퀘어에닉스 재직 당시 지원한 그 작품이다. 그는 과거의 망령을 떨처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인가. 마지막 승부. 그 서막이 올랐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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