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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RX 최병훈 단장, “함께 도전하고 성장하는 팀 만들 것”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1.04.12 16:12
  • 수정 2021.04.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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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의 최병훈 단장은 e스포츠 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게임단 사무국의 막내부터 시작해 매니저, 코치, 감독을 거쳐 단장에까지 오르면서 선수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맡아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실제로 그는 현 담원 기아 김정균 감독과 함께 T1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의 롤드컵 3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 DRX 최병훈 단장(제공=DRX)

그런 그가 T1에서 나와 DRX의 단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여겼다. 당시 DRX는 주력 멤버가 모두 떠나고 신인들로만 구성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병훈 단장은 DRX라는 팀의 비전이 합류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DRX의 꾸준한 2군 및 아카데미 선수 육성과 팀의 빠른 성장 속도를 이전부터 주목해왔으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가장 좋은 곳이 DRX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가 단장을 맡은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DRX는 김대호 감독의 5개월 자격정지라는 큰 악재를 맞았다. 최 단장은 당시 감독 대행을 선발하기 위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잠도 줄여가며 미팅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DRX는 김상수 감독 대행을 빠르게 선임해 대응했고, LCK 정규 시즌 최고 순위 3위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DRX를 항상 도전하고 성장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또 자신 역시 팀과 함께 계속 발전하는 단장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DRX 최병훈 단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DRX의 단장을 맡고있는 최병훈이라고 한다. 

Q. e스포츠 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게임 팬이었다. e스포츠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고 있었다. 당시에는 직업군이 프로게이머 말고는 거의 없었지만 업계에서 정말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2007년 군대를 전역하고 T1 사무국 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무국 내에서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하게 됐고, 6개월 정도 일하다가 코칭스태프 개편이 이뤄지면서 팀의 매니저의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데이터 정리나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 관련된 일을 하다가 수습 코치 일을 하게 됐고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팀에서 선수를 제외한 모든 일을 다 해봤다고 보시면 된다. 
 

제공=DRX

Q. 코치, 감독, 단장을 모두 경험해본 업계 베테랑인데 관련 업무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A.
코치, 감독, 단장의 역할은 팀마다 다르기도 하고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코치는 경기 분석과 전략 수립 등 디테일한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이었고 감독의 경우에는 그와 함께 팀의 방향성 확립과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팀을 운영한다. 단장의 경우에는 더 장기적으로 팀 자체의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다른 것 같다.

Q. 단장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A.
단장의 업무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단장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더 바쁘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영입부터 시작해 팀의 1년 기반을 시즌 전에 모두 만들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업무가 결국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것에 집중돼 있다면, 단장은 영입이나 트레이드부터 시작해 게임단 전체를 케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e스포츠 업계가 체계화되기 전에는 감독이 현재 단장의 역할까지 맡기도 했지만,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분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오랜 시간 T1에서 활동하다가 나왔는데 그 이유와 당시 심정이 궁금하다. 
A.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T1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좋은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을 맡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DRX에서 단장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두려움이나 걱정도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T1 외에 다른 팀에서 경험이나 견문을 넓히고 싶었던 것도 있다. 
 

제공=DRX

Q. 당시 DRX는 주력 멤버 이탈 등으로 게임단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DRX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DRX라는 팀의 비전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DRX는 창단 초기부터 2군과 아카데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육성시키고 있던 팀이었고 미래를 꾸준히 준비하고 있던 팀이었다. 나 역시 눈앞의 성적보다 장기적으로 팀의 성장을 바라보고 싶었다. 또 DRX라는 팀의 빠른 성장 속도도 인상적이었다. 팀의 인지도 상승폭, 팀에 대한 투자 증가폭, 팀이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 팀에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Q. 단장직을 맡은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한 부분이 무엇인가.
A.
세부적인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함축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성장’이다. 이를 위해 선수단의 안정화와 즐거운 팀 생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DRX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데뷔하는 신인 선수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면담을 자주하면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단합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기획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진행을 하지는 못했다.

Q. 스토브리그 이후 김대호 감독이 5개월 자격정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A.
팀에 합류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매우 당황했다. 또 케스파컵을 바로 앞두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걱정이 많이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잠도 줄여가면서 감독 대행 후보 리스트를 만들고 미팅을 진행했다. 그렇게 김상수 감독 대행을 선임했고 나쁘지 않은 팀 성적을 올리게 됐다. 
 

▲ 김상수 감독 대행(제공=DRX)

Q. 김상수 감독 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김상수 감독 대행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있다. DRX 선수들이 대부분 신인이고 감독 역시 본인이 구상하지 않은 로스터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팅에서도 이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김상수 감독 대행 본인도 걱정이 있었지만, 도전의식을 가지고 팀의 지휘봉을 잡아줬다. 그는 DRX의 팀 색깔이나 방향과 잘 맞는 사람이었고, 그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DRX는 대다수가 신인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정규 시즌 최고 순위 3위까지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대부분은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이 만들어 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선수단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시즌 전 예상처럼 9위 정도에 머물렀을 수도 있었겠지만,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선수단이 매우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즌이 시작되면 단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즌 중에는 선수단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 그에 부응해줘서 너무 고마울 뿐이다. 또 사무국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이 가지 않게 꼼꼼하게 챙긴 것이 도움이 됐다.
 

출처=LCK 공식 영상

Q. 반면 정규 시즌 후반들어 DRX가 초반의 좋은 기세에 비해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A.
아무래도 신인 선수들로 구성되다 보니 시즌 후반 팀들의 패턴이 파악되는 상황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베테랑 선수들이 속한 팀들은 팀의 스타일을 바꾸면서 다양한 패턴을 선보이지만, 우리 팀은 그런 수준으로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이번 시즌 LCK에서 우리가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와 더불어 분석을 많이 당한 측면도 있었다.

Q.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보람찼던 일을 하나씩 꼽는다면?
A.
가장 힘들 때는 아무래도 경기에 패배한 선수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해왔는지 알고 있어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무리했을 때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선수들의 표정도 매우 밝아서 기억에 남는다. 

Q. 올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또 궁극적으로 DRX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A.
물론 우승이다. 우승이 가능한가를 걱정하기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임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DRX만의 색깔을 가지고 항상 성장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팬들에게 항상 ‘즐거운 도전을 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드는 팀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LCK의 결승전 무대나 롤드컵을 가는 것이다. 감독이 아닌 단장이라는 위치에서 또다시 최고의 무대를 밟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팀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고 도전하는 단장이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항상 DRX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시즌 DRX 선수들에게 전해주신 그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 또 이번 시즌 우리 팀이 역전승을 굉장히 많이 거두면서 팬이 아닌데도 DRX 경기가 재밌다고 해주신 분들이 많았다. 다음 시즌에도 재미있고 매력적인 경기를 선보이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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