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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눈 깜박거림 사이에 일어나는 일 ‘비포 유어 아이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19 14:43
  • 수정 2021.04.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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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캠을 활용해 눈을 추적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캠을 켜고 약 30초동안 설정을 거치면 완벽하게 추적한다. 눈을 깜박 하면 그것이 클릭 효과와 동일하다. 이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독특한 게임이 탄생한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은 누구나 눈을 깜박거리게 돼 있다. 성인 남성은 1분당 20회. 여성은 15회를 깜박인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3초에 1번은 꼭 눈을 깜박여야 한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선택한 뒤 눈을 깜박거리면 게임이 진행된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선택한 뒤 눈을 깜박거리면 게임이 진행된다

이를 게임에 활용해 어떨까. 유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사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게임이 나온다면 어떨까. ‘비포 유어 아이즈’는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토리텔링형 인터랙티브 어드벤쳐 게임이다. 지난 4월 8일 출시된 이후 유저들의 극찬 속에 서비스를 이어 나간다. 현재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 중 98%가 만족을 표했다. 이들이 이 게임에 극찬하는 이유를 들여다 봤다. 

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은 영혼만 남은 사람이다. 영화 ‘신과 함께’처럼 보트 위에서 삼도천을 여행하는 자가 된다. 죽은 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 때문에 그 삶을 돌아 보는 과정을 게임에 담는다. 가능한 한 제대로된 이야기를 해야할터인데 게임을 방금 시작한 게이머가 이야기를 잘할리 없다. 친절한 게임은 유저들을 갓 태어난 아기 시절로 돌려 보낸다. 이제 죽기 전 까지 가능한한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전달해 천국으로 향해야할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이 단편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쏜살같이 흘러 가는 시간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로 눈만 깜박거리는 아기와 같다. 아기를 바라보면서 엄마와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메트로놈이 울리며, 이 때부터 눈을 깜빡거리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 간다. 
게임 속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간다. 눈 한번 깜박였을 뿐인데, 걸어다니며, 피아노를 치고,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에 몇 주, 몇 달, 몇 년이 흘러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눈 깜박임이 신기해 몇 번 하다 보면 이내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이며, 압박감과 부담감이 올라가는 사이 가능한한 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전달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존재한다. 
 

게임은 삶과 죽음을 담담히 풀어 나간다
게임은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풀어 나간다

삶은 ‘눈 깜박임 사이’ 일어나는 일

정리하자면 게임은 한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서 담았다. 재능을 갖고, 뭔가를 하며, 누구와 사랑에 빠지고 좌절과 성공, 죽음을 경험한다. 때로는 행복에 겨운 장면들이, 때로는 놓치기 힘든, 아쉬움들이 ‘눈 깜박임’사이에 스쳐 지나간다. 최대한 눈을 부릅 뜨고 눈을 감아보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흐르고, 고통은 계속 된다. 언젠가는 눈을 감아야 한다. 별 수 없다. 그게 사람 아닌가. 때가 되면 놓아 줘야 하는 것이 ‘삶’일지도 모른다.
 

내가 눈을 감을 땐 어떤 추억이 스쳐 지나갈까
내가 눈을 감을 땐 어떤 추억이 스쳐 지나갈까

게임은 약 1시간 30분 동안 누군가의 인생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100년 산다면 평생 약 7억번 눈을 깜박이게 된다고 한다. 1번 눈을 깜박일 때 마다 조금씩 죽음을 향해 달려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게임은 단 몇백에서 몇천 번 눈을 깜박이도록 돼 있다. 결국 마지막에 눈을 감는 순간 게임은 끝나지만 게이머는 다시 눈을 뜰 수 있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눈을 계속 깜박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 주인공과 달리 게이머들에게는 그 다음 인생이 남아 있는 셈이다. 차마 게임 속에서 하지 못한 일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다면, 눈을 뜬 지금에야 말로 ‘해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은 어떨까.

오랜 만에 전화기를 들고 어머님 전화번호를 눌러 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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