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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정’대응, 게임 문화 카드 꺼내들 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4.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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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온다. 밑줄 쫙 긋고 별표 몇 개? 세 개. 까먹지 말고. 아니 이 중요한걸 배우는데 자는 놈이 있단 말야. 깨워 좀.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 난다. 쾌적한 수면 시간을 보장해주던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비상벨을 울린다. 눈을 뜨고 밑줄을 치고 다시 잔다. 별 생각 없었다. 시험에 써 넣어서 점수를 따게 해 준 정도. 덕분에 칠지도란 이름은 뇌리에 각인돼 있다. 

최근 칠지도를 다시 만났던 것은 일본 게임에서다. ‘세키로’, ‘인왕’과 같은 시리즈에서 칠지도를 구경해 본다. 실전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을 것 같은 무기. 일본 개발자들은 이를 상징적인 용도로 활용 한다. ‘칠지도’는 악마를 퇴치하는 보도 란다. 일곱 조각으로 나뉘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면 신의 무기가 탄생한다. 우리 칼인데.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한 기색을 지울 수 없다.

게임 속에서 ‘칠지도’는 영락 없는 일본의 보물처럼 다뤄 진다. 나름대로 각색된 시나리오를 붙이고, 정통성을 주장하는 이야기들이 살로 붙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영락 없이 일본 물건으로 비춰질 터다. 실제로 ‘칠지도’를 두고 한국 사학자들과 일본 사학자들이 갑론을박을 펼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바람의 나라’에서는 ‘칠지도’를 이벤트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전용 퀘스트를 배포한 바 있다. ‘던전앤 파이터’에서는 85레벨 무기로 ‘칠지도’를 삽입했다. ‘천하제일 거상’이나 ‘헬게이트 런던’등과 같은 게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수백년 뒤 ‘기록’으로 다시 한번 경쟁해야 할 때, 이 자료들이 의미를 가질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일본 게임 역사로 바라보면 ‘파이널판타지11’에서 ‘칠지도’가 가장 오래된 기록에 가깝다. 이는 2001년에 공개된 게임이다. 우리는 지난 2000년 ‘임진록2’나 ‘악튜러스’ 등에서 먼저 게임에 채용한 전례가 있다. 뜻있는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남긴 업적이다. 

최근 중국발 ‘문화 공정’이 연일 화두에 오르는 시점에서 국내 게임 기업들의 행보를 다시 돌이켜 본다. 비단 ‘조선구마사’와 같은 드라마의 영향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한복 공정’이 발견되는 등 문화 전반을 둘러싼 공격이 계속되는 추세다. 이에 다수 게임사들이 반발해 ‘한복’아이템을 출시하고 우리네 멋을 알리면서 반격했다. 문화 공격에 문화로 받아친 쾌거다. 대중 문화 노출도에서도 결코지지 않았다. 동시에 국회에서는 심의를 강화해 문화 공정을 막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 공정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으로도 ‘문화 공정’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력한 대중 매체와 손잡아야 할 때다. 대응법을 고민해야한다면 지금까지 게임 기업들이 해 온 방식을 독려할 때가 아닐까. 지금까지 게임 기업들은 게임 안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아이템을 활용하고, 퀘스트를 통해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장려해야할 것이다. 또, 기업입장에서는 최근 ESG경영이 화두가 되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위기에 맞서 함께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국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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