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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책임감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5.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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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7호 기사]

현대 사회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예전 세대 기업의 목표가 이익 창출이 1순위였다면, 최근 기업들은 ‘비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직문화 역시, 상하에서 수평관계를 넘어 상생과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메이저 게임사들이 앞다퉈 개발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다른 이유는 일단 제쳐두고 그 동안 정말 고생했던 개발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신생 중견 게임사들의 개발자 구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게임산업 불균형 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게임업계에 좋은 인력들이 많이 투입될 수 있는 장점이 크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얼마 전, A게임사의 K대표와 회사 M&A와 관련된 일을 진행했다. A게임사는 설립된지 6년이 된 회사로, 수집형 모바일 RPG를 시장에 출시했다. 누적 매출 8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롱런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게임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15명으로 인원을 줄였지만, 여전히 돌파구는 찾기 어려워 보였다. 이에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M&A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고, 기자 역시 좋은 게임 개발사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A게임사의 투자 및 인수를 도왔다.
그 결과 K대표에게 2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첫 번째 회사는 인수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회사가 갖고 있는 게임 리소스와 I·P, 그리고 인력 70%정도를 인수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에서 K대표는 게임 리소스와 I·P만 넘기고 빠진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두 번째 회사 역시, A게임사 인수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대표를 비롯한 핵심 인력 몇 명만을 스카우트하겠다는 조건으로 딜이 진행됐다. 대표가 현재 개인 부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조해줄 명목으로 게임 I·P를 구매한다는 계약 체결을 하겠지만, 그 I·P를 활용할 계획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첫 번째 회사보다, 두 번째 회사가 금전적으로 좀 더 많은 부분을 커버해주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K대표 역시, 입사가 가능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두 번째 회사 조건이 K대표 입장에서는 좋아보였다. 그러나 팀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첫 번째 회사에서 자신들의 롤을 확실히 인정받으면서 그 동안 자신들이 개발한 I·P를 활용할 수 있었기에 첫 번째 회사 조건에 모두가 손을 들었다.
두 번째 회사로 가면 부채를 갚고, 자신 역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표는 첫 번째 회사의 딜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오너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조건을 선택했을 때 개발 조직들의 이탈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만을 희생해야하는 딜을 수락하면서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기자 역시, 팀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6년 간, 회사가 어려워도 끝까지 서포트 했던 대표의 마음을 조금이나 헤아렸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다. 이제 대표는 모든 팀원들을 첫 번째 회사로 보내고 남아, 회사 정리를 해야 한다.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환불 문제를 비롯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문을 닫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책임을 져도 남아 있는 부채와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K 대표를 보면서 기자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대표가 좀 더 이기적이었다면, 팀원들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게임 개발은 결국 사람이 핵심이다. 그래서 ‘오너의 책임감’은 더욱 크고 무겁다. 당신이 K 대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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