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보드게임 작가, 실패 딛고 다시 일어서다
국내 1세대 보드게임 작가, 실패 딛고 다시 일어서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1.05.04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고이게임스 이광희 이사

[지령 797호 기사]

- 애정 하나로 부활한 명작 보드게임, 해외 진출 임박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3차례 펀딩을 통해 4억 원 가까이 모금을 성공한 보드게임 프로젝트가 화제다. 그 주인공은 다고이게임스에서 개발한 ‘렉시오 플러스’다. ‘렉시오 플러스’는 지난 2020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올해 펀딩으로 가장 성공한 보드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렉시오 플러스’는 다고이게임스가 2005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출시했던 ‘렉시오’의 리마스터 버전으로 2020년부터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고 있다.
다고이게임스 이광희 이사는 현재 회사의 전신인 다고이 시절, ‘삼국 이야기’를 시작으로 ‘렉시오’, ‘리니지2 보드게임’ 등을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국 보드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를 설립하는 등 보드게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사진=경향게임스

그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게임 출시 연기, 프로젝트 무산 등의 악재로 다고이는 2008년 폐업을 선언했으며, 그는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생업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으나, 결국 그는 꿈을 다시 한번 펼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존과 다르게 조금은 성숙해진 보드게임 시장을 보면서 2014년, 다시한번 보드게임전문 개발사인 ‘다고이게임스’를 설립했다.
그는 회사의 간판 I·P인 ‘렉시오’를 발전시킨 ‘렉시오 플러스’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4차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보드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광희 이사를 만나 그의 꿈을 들어봤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개발자’라기 보다는 ‘작가’라고 불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보드게임의 경우, 여타 게임 개발과 비교해 작가의 창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책을 쓰고 출판하는 작가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보드게임 시장이 아직도 열악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개발한다면 충분히 좋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드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 두번의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꾸준히 개발을 하다보면 유저들이 좋아해 주는 타이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세대 개발자 ‘마중물되다’
2000년도부터 한국게임산업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 투자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던 그때부터 보드게임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보드게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장소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투자 조언을 하면서 생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는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3년 ‘삼국 이야기’라는 보드게임을 개발, 판매 및 유통을 하기 위해 다고이를 세웠다. 이후 ‘리니지2 보드게임’, ‘렉시오’ 등을 개발하면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보드게임 마니아들 사이에 이름을 알렸다. ‘렉시오’ 경우 개발 초창기부터 온라인게임과의 크로스 플랫폼을 고려했으며, e스포츠까지 그영역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보드게임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시장에 대한 한계를 느낀 그는 보드게임산업 부흥을 위해서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을 역임한다.
 

“당시 시장파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했습니다. 협회를 통한 정부지원은 물론, 영세한 개발사들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협회를 통한 다양한 활동이 산업활성화의 마중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설립된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는 현재까지 ‘보드게임페스타’, ‘보드게임콘’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매달 회원사들의 신작 소식을 전하는 일을 하며 보드게임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보드게임산업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그의 사업은 좋지 못했다. ‘렉시오’의 출시 연기, I·P 활용 보드게임 개발 프로젝트의 무산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2008년, 다고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쉽지 않은 재도전 ‘포기는 없다’
7년의 공백기 동안, 그는 살아남기 위해 보드게임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는 초등학생이던 큰아들의 “아빠, 보드게임이 뭔지 알아?”라는 한마디와 학교에 보드게임이 비치돼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도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다시 도전을 시작한 그는 ‘렉시오 오리지널’ 시리즈를 출시했으나, 저작권 분쟁, 부속품의 납 검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16개월 동안 매출이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한 일이기에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개발자 이전에 보드게이머의 입장에서 내가 가진 게임에 중금속이 많이 검출됐다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전부 리콜해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렉시오 오리지널’을 문제없는 제품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는 많은 이용자가 ‘숨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 해줘서 고맙다’는 댓글과 문자를 보내줘 힘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와달라는 글을 올리자 누군지도 모르는 투자자분들이 도와주신 일이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투자자분들과 한국 보드게이머들에게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다고이게임스의 대표작인 ‘렉시오’가 다시 보드게임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최신 버전인 ‘렉시오 플러스’의 크라우드 펀딩 덕분이다.
“‘렉시오’의 가장 큰 단점은 단순한 형태의 플라스틱 칩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과 노력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렉시오 플러스’에는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디테일을 살리자고 했습니다. 그런 점이 인정을 받아서 펀드 조성까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잘해야 5천만 원이 모일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의 펀딩은 1억 8천만 원 이상이 모이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어진 2차, 3차 앵콜 펀딩에서도 각각 1억 3천만 원, 1억 6천만 원 이상이 모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4차 펀딩에서 그는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초 ‘뉴 렉시오’의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 론칭을 시작으로 대만과 일본 등의 펀딩을 계획 중임을 전했다. 그 후에는 독일보드게임전시회 등에 출품도 계획에 두고 있다.
 

해외 진출 외에도 그는 ‘렉시오’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신규 보드게임 출시 및 온라인게임 I·P와의 협업, 게임대회 등의 기획을 구상 중이다. 그는 다고이게임스가 앞으로도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위해, 한국 보드게임업계에서도 글로벌 강소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개발사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고이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게임을 만들고자 다짐한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Profile
● 2000년 2월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2000년 3월 한국게임산업개발원(現 한국콘텐츠진흥원) 투자경영지원팀 근무
● 2003년 9월 ~ 2008. 2 다고이 대표
● 2007년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회장
● 2014년 9월 ~ 現 다고이게임스 경영이사

[경향게임스=김도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