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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보고 놀란 가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6.01 18:22
  • 수정 2021.06.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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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매된 ‘라스트 오브 어스2’와 ‘사이버펑크2077’은 게임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전문가들이 앞다퉈 차세대 게임이며, 혁신을 일궈낼 게임이라 칭송하던 이 두 작품은 유저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부족한 게임성과 짧은 시나리오, 형편없는 플롯에 일방적 강요는 두고두고 회자될만큼 충격적인 실패로 직결됐다. 두 작품이 상업적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냈을지 모르나 유저들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를 안겼다.

상처는 점점 깊어져 이제 곪을 지경에 이르렀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팽배하다. 두 게임으로 ‘당한’ 유저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태세다. 어디서든 혹평이 시작되면 이 혹평이 불길처럼 일어 난다. 게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재도 멈추지 않는다. 특정 유저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이것이 전반적인 게임 성적에 관여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도 게임을 선보일 때 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대대적 마케팅도, 게임 영상 공유도 사라진 상황. 오직 ‘낙인’이 찍히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되도록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게임을 발매하는 추세다.

일례로 D게임은 일본에서 발매된 게임으로 발매 당시 혹평을 샀다. 기존 시리즈와 다른 게임성을 선보인 점이 혹평을 샀다. 시리즈는 국내에 정식 발매되기 직전부터 혹평이 시작된다. 그 결과 기존 팬덤들도 기대를 저버렸고 커뮤니티는 소멸위기에 처했다. 

막상 게임이 발매되자 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온다. 막상 플레이해보니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대작 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평작은 된다는 의견이 주다. 소위 ‘돈 값’은 하는 게임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제서야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커뮤니티도 다시 올아오는 분위기다. 전성기에 비해서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작은 모수로 시작하지만 불씨는 지폈다.

소위 트리플A급 작품. 게임계를 뒤흔들 대작이라던 두 게임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유저들의 평가 기준을 한 없이 높여 놨다. 소위 ‘평작’ 수준 게임성으로는 애초에 명함 조차 내밀기 힘들며, 소수 취향을 공략하는 게임들도 혹평부터 받는다. 이제는 ‘트리플A’급 게임 중에서도 단점이 거의 없을만한 게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두 게임은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반면 이들 게임에 실망한 이들이 게임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정작 피해는 나머지 기업들에게 전가 됐다. 핵폭탄 그 이후, 게임계는 언제 풀릴지 모를 혹한기에 접어 들었다. 

유저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화끈한 대작들이 그리운 요즘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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