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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 당신의 선택은? '세븐데이즈'

사후 세계서 7일 안에 과제 달성 후 귀환 … 삶의 무게 논하는 스토리텔링 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6.02 11:46
  • 수정 2021.06.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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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99호 기사]

사후 세계에 떨어 졌다. 주인공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억울한 죽음이다.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마지막 기회는 부활을 위한 시련에 참가하는 것. 사신은 시련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부여했다. 과제를 완수하면 생환할 수 있다.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고 이제 시련과 마주할 차례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련은 단 하나. 누군가가 대신 죽어야 한다. 남은 시간 7일. 그 사이 과제를 완수해야만 한다. 실패하면 바로 ‘죽음’.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서 이제 주인공, 즉 유저는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과 인간으로서 교육받은 가치,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 사람과의 관계 등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유저의 선택지는 어디로 향할까.
 

‘용사는 진행중’, ‘마이 오아시스’ 등 연일 수작을 발표하는 개발사 버프 스튜디오가 이번엔 스토리텔링 게임에 도전했다. 지난 2019년 공개한 ‘세븐데이즈’를 업그레이드,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하면서 유저들을 만난다. 원작은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유료 패키지로도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수작이다.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극찬을 받아 입소문을 탔다. 이를 기반으로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 세계적인 인디게임 개발사로서 명성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스토리텔링형 어드벤쳐 게임의 묘미
게임은 오직 텍스트를 읽고 선택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면서 분위기를 형성한다. 주변 사람들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주고 받듯 대화를 해 나가는 점이 포인트다. 익숙하고 편한 인터페이스지만 게임 내용은 그렇지 않다. 게임은 시작부터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을 믿을 수 있을까. 때문에 게임상에 등장하는 모든 텍스트들은 일단 ‘의심 대상’에 놓인다.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유저는 추리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유저들의 선택이 꼬리를 물고 엮여 들어가며 결국 해답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듯 게임을 즐기게 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듯 게임을 즐기게 된다

각자의 ‘과제’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자, 폭력적 행동을 일삼는 자,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자 등 온갖 인간 군상들이 주인공을 압박한다. 선택은 점점 더 까다롭게 변질되며, 골치아픈 문제들이 유저들을 습격한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들은 ‘과제’다. 주인공은 누군가가 죽어야 생환할 수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된 선택지가 없는 점이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 그렇다 보니 선택은 괴롭고, 괴로움이 유저들의 ‘멘탈’을 갉아 먹으며, 주인공의 ‘생환’도 동시에 점점 꼬인다.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인물들이 백미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인물들이 백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유저들은 ‘선택’해야 한다. 유저들 역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생환’을 위한 ‘과제’ 조건이라는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다. 누군가가 죽는 장면을 목격해야 하는 것이 조건. 이제 변수를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도록 만들 수 있다. 혹은 시간을 들여 기다린다면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 또는 과제 수행자 중 누군가를 죽이는 자와 파트너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를 도와야하는 자에게 죽음을 종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선한자로서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을 우선시할 것이고, 누군가는 악한자로서 일단 죽이고 보는 일을 먼저 할지도 모른다. 재밌는 점은 유저 선택에 따라 주변 사람들도 동시에 변화한다는 점. 친절한 사람들이 쌀쌀맞게 변하며, 자신을 위해줄줄 알았던 사람이 변한 당신에게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유저는 결코 쉽게 게임을 끝낼 수 없다.
 

스토리 분기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타임라인 시스템
스토리 분기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타임라인 시스템

당신의 정체를 묻다
게임을 진행하면 이제 서서히 주인공은 기억을 찾는다. 과거에 있었던 일과 현재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게임 속에서 중요 복선으로 남는다. 엔딩은 짧고 간략하지만 유저들에게 적지 않은 무게를 선사한다. 결국 남는 것은 게임을 즐겼던 유저의 기억 뿐. 선택을 돌이켜 보고 나면 그제서야 게임이 시사하는 내용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반드시 2회차 이상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첫 엔딩만으로는 게임의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회차 플레이가 요구된다. 한번 엔딩을 보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시간. 한 번 엔딩을 본 뒤에 비로소 일러스트가 조금씩 해금되며 과거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그 이야기들이 게임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오기에 깊이를 더해 간다. 단, 3~4회차에 돌입하면 반복 행동처럼 보이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게임상에 존재하는 엔딩은 총 4가지. 결국 마지막 선택이 비슷하게 귀결되는 점이 이 게임의 한계점이다. 아쉬움이 남는 유저들을 위한 선택도 있다.
현재 버프 스튜디오는 게임 속 등장인물 중 한명인 ‘아르고’를 주연으로 삼아 게임 ‘아르고의 선택’을 모바일판으로 발매했다. 유저들의 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선택지로 추천할만하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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