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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게임의 조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6.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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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신형 하드웨어가 대거 발매되고, 언리얼 엔진5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혁신이 일어나면서 차세대 게임들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낸다. 차세대 게임은 개발 단계에서 더 많은 자원을 활용해 표현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게임사마다 다르다. 

‘리터널’에서는 ‘입자(파티클)’을 대량으로 투입하면서 차별화를 꾀한다. 화면상에서 펑펑 터지는 효과들을 대거 집어 넣는가 하면, 발사체로 전체 화면을 덮어버리는 방법으로 게임을 구상한다. 화면상에 수많은 발사체들을 뿌릴 수 있으니, 이를 피하면서 총격전을 하는 재미를 설계해 관심을 끈다. 

‘데몬즈 소울’은 ‘지형’표현을 끌어 올린다. 좁은 지역에서 보스와 대면할 때 보스가 칼을 휘뒤를 때 마다 벽이 깎여 나가고, 돌이 튄다. 또, 나뭇가지가 무성한 맵에서 가지들을 쳐나가면서 전진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두 부분 모두 기존 세대에서도 가능했던 일이나 디테일과 방식이 다르다. 튀어나온 돌은 바닥에서 굴러다니며, 나뭇가지는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바스라진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속도감’이 백미다. 빌딩 숲사이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닌다. 배경과 상호작용이 없던 레이싱게임에서나 가능했던 표현을 오픈월드형 액션 게임에서 선보이는 점이 포인트다.

이 외에도 보스 몸체 위에 다시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각 근육이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다거나, 촉수가 입체적으로 흔들리는 장면들을 표현해 다각도로 판정이 일어나도록 제작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 세밀한 입자를 활용. 뿌리고 거두면서 전투를 진행하는 부분들은 차세대 게임에서 중요한 비주얼 요소로 손꼽힌다.

이 같은 디테일과는 별도로 게임사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ELS, 익스트림 롱샷을 활용. 전체 배경을 비춰주면서 실시간으로 배경과 상호작용하는 기법들이다. 기존에는 리소스를 아끼기 위해 원거리는 모두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법을 활용하나 차세대 게임에서는 모든 요소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수십마리 새들이 날아다니고, 벌레 집단이 웅웅거린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에서는 머리 위로 자동차가 한가득 날아다니며, 빌딩 숲사이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나아가 전장 전체를 ELS로 잡아 병사들이 싸우는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이 이번 세대에서 가능한 부분들이다.

잘 제작된 ELS는 유저들에게 ‘동기 부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장소로 빨리 가고픈 욕구를 이끌어 내며, 해당 장소에서 충분한 재미를 준다면 게임 전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게임 프로모션에서도 ‘ELS’를 라이브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즉, 차세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바로 ‘세계관’과 ‘표현 능력’이다.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우는 표현법과, 그 사이 재미 요소를 끼워 넣어 유저들이 눈 돌릴 틈 없이 몰입하도록 만드는 기술력이 될 것이다.

얼마전 타개한 작가 미우라 켄타로는 만화 ‘베르세르크’를 통해 장인 정신을 인정 받았다. 스쳐 지나가는 배경 조차 낭비하는 일 없이 백지 안에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던 방식이 귀감을 산다. 차세대 게임의 단초는 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배경 조차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게임. 배경이 살아 숨쉬는 게임 시대가 열렸다. 향후 몇 년은 더 신선한 배경과, 각 배경간 상호작용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비로서 게임 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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