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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블록체인 게임, 규제 전향 의지 없으면 ‘골든타임 놓친다’

3년째 ‘등급거부’ 지속에 업계 반발 … 정책 방향성 놓고 기관 간 이해충돌
형평성·경쟁력 저하 등 불안감 상승 … 시장 변화 발맞춘 ‘열린 자세’ 촉구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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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0호 기사]

최근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출시를 놓고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여전히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출시를 불허하고 있고, 이에 대해 관련업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신기술 기반형 게임물로 블록체인 게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기관들 간의 이해충돌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관련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와 신기술 발전 저해를 들어 게임위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게임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블록체인 게임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구조에서는 해외 출시밖에는 선택할 길이 없는데,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은 마케팅 등에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과 같은 현실 속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줄줄이 고사할 수밖에 없으며, 신기술 육성 차원에서라도 게임위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게임위는 지난 2018년부터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출시를 막아왔다. 플레로게임즈가 출시했던 ‘유나의 옷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에는 ‘크립토키티’ 정도를 제외하면 인지도 있는 블록체인 게임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어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긴 시간의 ‘존버’를 마치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뜨거운 감자’로 부각
최근 관련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은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다. 일반 버전으로 먼저 론칭한 가운데, 블록체인 버전인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에 대한 게임위의 심의결과를 기다렸지만, 수 차례의 심의 지연 끝에 돌아온 답변은 ‘등급거부’였다. 회사 측도 이에 대응해 자율심의로 출시를 강행했으나, 게임위에서는 직권 재분류를 통해 등급분류 결정취소 조치를 내렸다. 여기에 회사 측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신청한 건 역시 등급거부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피플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손잡고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2021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이 시작되며 기관 간 이해충돌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해당 사업의 ‘신기술 기반형’ 항목에 블록체인 게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플라네타리움의 ‘나인 크로니클’과 하루엔터테인먼트의 ‘커버넌트 차일드 for Klaytn’이 선정됐으며, 각 프로젝트별 최대 5억 원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문제는 해당 사업의 목적이다. 문체부와 콘진원에서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국내 출시를 원하고 있으나, 게임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게임위는 스카이피플과 법적 공방에 돌입하며 매우 격앙된 상태로, 콘진원에서도 기관 간 갈등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을 둘러싸고 게임위와 관련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을 둘러싸고 게임위와 관련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행성 vs 음성사업 양성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거부와 관련해 게임위 측이 내세운 논리는 ‘사행성’이다. 지난 5월 25일 스카이피플 측에 발송한 등급분류 거부 예정 통지문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자동 모험’ 콘텐츠를 이용해 우연의 결과로서 NFT화할 수 있는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이용자의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 등 노력이나 실력이 최초의 설정 이외에는 반영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서, 아이템 획득 여부 및 그 내용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할 수 있다”며 “또한 가상자산화한 아이템은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귀속되며, 또한 게임 외부로의 자유로운 이동 및 교환, 거래 등이 가능하므로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하며, 거래소 활성화 시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등급거부 사유를 밝혔다.
반면 스카이피플은 국내 게임업계를 예시로 들어 이같은 처사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미 대다수의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서 아이템 및 계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 게임에 등급거부 조치가 내려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출시를 막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물론 사행성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규제기관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게임위의 경우 이를 과잉 해석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스카이피플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당초 다수의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들이 표방하는 바가 ‘아이템 거래 시장의 양성화’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아이템 거래 시장은 매년 5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그 규모는 약 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는 약 3조 원 가량에서 정체돼 있으며, 그나마도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아이템의 소유권을 유저에게 돌려주고, 관련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 활성화함으로써 유저와 게임사 모두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대다수 프로젝트들의 추진 목적이다.
때문에 각 업체들도 게임위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불만이 크지만, 상대가 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이라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까닭으로 관련업계에서는 스카이피플이 소위 ‘총대’를 메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콘진원은 ‘2021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게임위가 국내 출시 불허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취지 자체가 퇴색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콘진원은 ‘2021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게임위가 국내 출시 불허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취지 자체가 퇴색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 위축 우려, 태도전환 ‘절실’
특히, 관련업계는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출시가 계속 막혀있게 된다면, 산업 위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관계자들은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을 둘러싼 게임위와 스카이피플 간의 갈등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 게임의 국내 출시가 최종적으로 좌절된다면 자신들도 국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MMORPG의 경우 20조 원 가량의 글로벌 시장 규모 중 한국이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데, 국내에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면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영위할 근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해외를 중심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곳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관련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상황인데다, 해외 진출 자체의 어려움도 크다는 점에서다. 국내 시장이야 마케팅 경로가 다 확보돼 있지만, 해외는 기반 자체가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해외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해봤자 마켓에 오픈하는 정도에 그칠 뿐, 마케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이용자 모객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도 “국내 출시가 성사된다면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시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블록체인 게임업계에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으로 검증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프로젝트들과 ‘속도의 경쟁’에 나서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출시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일찍부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에 치중해 정작 신기술 시장을 선도할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금처럼 격앙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 1월 한국게임학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기술 도입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은 게임을 넘어 인터넷 세상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사행성과 같은 소수의 부작용에 연연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정부도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해 큰 틀을 보지 못하는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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