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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 서사가 가지는 차이점에 대하여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6.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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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0호 기사]

최근 게임과 애니메이션, 웹툰 등 크로스 미디어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연스럽게 I·P(지적재산권)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크로스 미디어 전략에서 중요한 점은 I·P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디어를 변형하는 것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작품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서사적 요소의 정체성이 같다는 인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중 특히 서사적 요소인 스토리는 정체성을 인정하는데 가장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게임 제작 과정에서 스토리는 전투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수준의 단순한 요소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들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건너뛰는 경우가 많으며, 한참을 플레이한 게임의 배경 스토리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로스 미디어 환경에서 스토리는 콘텐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게임은 플레이어의 조작이 진행에 반영되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와 다른 서사적 특성을 가진다.

일반적인 스토리의 서사는 단절된 사유의 공간 속에서 전개되는 선형적 서술의 형태를 가진다. 이런 선형적 서술은 서사에 대한 독자의 몰입감을 높이고, 사고의 흐름을 제한해 작가의 의도에 맞춰 독자의 인식이 전개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보통 선형적 서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고, 인과관계가 중요하며, 예측 가능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인식 흐름은 이런 선형적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몰입되지 못하는 스토리를 읽는 독자는 쉽게 흥미를 잃게 된다.
일반적인 인간의 인식 흐름은 하이퍼텍스트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열려진 사유의 공간 속에서 점프하는 형태의 흐름을 보인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다가 옆길로 잘 빠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이 서사구조는 이런 하이퍼텍스트 형태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저의 조작이 시간의 흐름에 반영되기 때문에 선형적 구조를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게임 스토리 작가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최근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원작 팬들이 게임 스토리에 원작의 정체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제작사가 게임의 서사 구조가 가지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원작의 스토리를 억지로 끼워 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게임 스토리에는 게임에 맞는 문법이 있다. 게임 제작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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