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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뮬계 전설 'higan'개발자 Near '사이버 불링'에 극단적 선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6.28 16:33
  • 수정 2021.06.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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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뮬레이터계 전설 'Near'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 됐다. 최근 잇단 사이버 불링(악플 및 메일, SNS 테러 등)에 우울증,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그는 끝내 테러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구들이 발표한 성명문에 따르면 'Near'은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정신 공격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마저 나온다. 우리 게임 업계에서도 최근 개발자, PD, 기업들을 향한 공격이 일어나는 가운데 반드시 참고해 봐야할 이슈다. 

출처=트위터(@near_koukai) Higan 개발자, 리버스 엔지니어 'Near'
출처=트위터(@near_koukai) Higan 개발자, 리버스 엔지니어 'Near'

'Near'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세계적인 IT기업에서 근무한 엔지니어다. 글로벌 기업들에 초청을 받아 개발할 정도로 실력파로, 최근에는 일본 기업에 초청을 받아 일본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04년 BSNES로 첫 데뷔한 개발자다. 지난 17년동안 꾸준히 에뮬레이터를 개발, 이 분야 혁신을 이끌어온 개발자기도 하다. 

그가 명성을 쌓은 이유는 정확한 게임 재생력때문이다. 과거 에뮬레이터들은 일단 '게임을 구동'하는데 치중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 비일비재했다.각 게임마다 요구 클럭수가 다르고 그래픽 사양이 달랐지만 이를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 일단 '실행'만 되면 '다운로드'받아 인기를 끌기 때문에 나왔던 시대 상황이다. 

일례로 과거 ZNES로 SFC게임들을 구동했다면 투명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자막 폰트가 깨지는 현상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 특정 게임은 너무 빨라서 플레이하기 어렵거나, 너무 느려서 플레이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현상들이 빈번하다.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복잡한 설정을 거쳐야만 그나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사례가 빈번했다.

이런 시대에도 장인은 존재했으니 바로 'Near'가 이 바닥 장인이라 부를만한 인물이다. 그는 모든 게임들을 실제 기기로 플레이하는듯 정확한 프레임과 사운드, 안정적인 연출이 가능하도록 출시한다. 피아노 장인이 건반을 조율하듯, 에뮬레이터 장인이 게임을 조율한 셈. 개발자 스스로 게임 마니아이며, 애정과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여기에 각 롬이 제대로된 자막으로 번역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고, 고전 게임들을 번역해 세계 각국에 배포할 수 있도록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그의 작업으로 인해 새로운 에뮬레이터들과 롬들이 등장하게 됐다. 

반면 이 작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에뮬레이터를 일종의 '도둑질'로 보고 그들을 공격하는 집단이 있었기 때문. 그를 향해 지속적인 인신공격과 악플을 달면서 개발자를 괴롭히는 행동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 2019년엔 도 넘은 테러로 인해 그가 은퇴하게 되는 상황도 있었다. 개발자는 반복된 공격에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면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른바 '악플러 집단'인 키위팜즈의 공격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키위팜즈란 자신들을 '쓰레기'라 부르며,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악플러들의 집단이다. 이들 리스트에 Near이 가동되면서 키위팜즈 소속 멤버들이 그를 향헤 테러를 가한다. Near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는 에뮬레이터 작업을 매도하고, 인성을 공격하며, 그 외 유언비어와 비하를 거듭하면서 'Near'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동시에 Near의 트위터나 인터넷 친구들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관계를 끊을 것을 종용하는 등 끔찍한 행동이 거듭된다. 

최근 키위팜즈가 공개한 리스트에 따르면 개발자 'Near'은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키위팜즈 운영자에 제출할 의향이 있으며 악플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 것으로도 확인 됐다. 이에 운영자는 '변호사와 상의해봐야한다', '당신에게 위해가 가는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신을 보낸다.  결국 마지막 시도도 불발로 돌아가자 'Near'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며 마무리지었다.

키위팜즈 운영자는 'Near'과 주고 받은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이에 키위팜즈 유저들는 '사망을 라이브로 송출하라', '사망진단서를 보기전까지는 믿지 않는다'는 악플과 함께 테러를 계속한 것으로 확인 됐다. 

'Near'은 결국 6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글을 게시하며, '키위팜즈'의 괴롭힘에 조치를 취해주기를 요구했다. 동시에 비로서 평화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의 친구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전했다. 현재 위키팜즈는 '1킬을 적립했다'는 수위 높은 댓글들이 오가는 가운데 종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Near'의 사망이 알려지자 웹상에서는 캔슬위키팜즈 운동이 시작된다. 이 사이트가 벌써 여러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며 성토한다. 앞서 한 비디오 게임 개발자가 자살하는 사건들이 있었으며 그 외 몇몇 사건들이 알려졌지만 현재도 이 사이트는 운영중이다. 한 개발자의 죽음이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 심리학자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이중인격자라 표현했다. 현실 세계와 인터넷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인터넷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 현실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서로 다른 인격으로 본다고 했다. 때문에 인터넷의 나가 저지른 악행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본인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판 사이코패스가 되는 셈이다. 끔찍한 일은 계속 일어나지만 반성은 없고 문제는 반복된다. 당신의 댓글,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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