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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 서사가 가지는 차이점에 대하여 Part2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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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1호 기사]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게임 서사와 일반 서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일반 서사는 선형적인 서술 과정에서 독자의 몰입감을 높이고, 자유로운 사유를 제한한다. 반면 게임 서사는 하이퍼텍스트 형태의 서술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유저의 사유를 제한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 서사의 구조를 가진 다른 장르 작품의 서사를 게임 서사에 억지로 끼워 넣으면 원작 팬들의 원성을 듣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보통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화면이 주는 감각적인 새로움은 관객에게 재미를 준다. 그러나 이런 재미는 관객의 예상처럼 전개되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스토리 작가들은 예상에서 벗어난 요소를 부여하기 위하여 고민한다. 그렇다고 너무 예상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하면 작위적이라는 평가를 받거나,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여 내용에 공감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익숙한 형태의 이야기 전개 안에 예상 밖의 반전을 넣거나 시각적으로 보지 못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게임의 서사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제시해야 하므로 이런 반전을 제시할 수 없다. 영화같은 시간적 제한도 없어서 인상적인 새로운 장면을 계속하여 제공할 수도 없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논리적 개연성이 부족한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연성만 강조하면 게임의 서사는 밋밋해지고, 시뮬레이션이 되어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예상 가능함을 기반으로 제작되지만, 예상 밖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예상 가능함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대표적인 것들이 화면 구성, 유저 인터페이스, 레벨과 맵의 디자인 등이며, NPC, 몬스터의 행동 패턴 등이다. 화면 구성이나 입력 방식 등이 예상과 다르면 불편하고, 몬스터의 움직임이 매번 바뀌면 공략이 어렵다. 예상 밖의 상황은 대부분 운의 요소로 반영된다. 그러나 이런 운의 요소가 과하게 반영되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변하거나, 플레이어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게임의 서사는 이런 운의 요소를 적절하게 반영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재미는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나온다. 일상이 재미없는 이유는 우리가 예상 가능하게 살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가 극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을 벗어나는 것은 바로 플레이어이다.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예상 가능하게 살기 때문이다. 예상 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면 재미있다. 그러나 힘들다. 문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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