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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그땐 왜 그랬을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7.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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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2호 기사]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 의거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위 ‘신데렐라 법’으로 불렸던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최근 ‘셧다운제’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19세 성인증인을 받아야 플레이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셧다운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된 국민청원이 9만 명을 돌파했고, 국회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폐지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2011년 ‘셧다운제’가 시행된다는 공표가 났을 당시, 기자는 관련해서 수 많은 취재와 기사를 작성했다. 법안 발의부터 시행까지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학부모들까지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제 아이가 게임 과몰입 문제로 전문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더 셧다운제 시행을 반대합니다.” 지난 2011년 4월 27일 청소년게임이용개정 3차 연속토론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김혜정 씨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은 시급하지만, 셧다운제가 결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이하 경실련)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해소라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제도”라며 “접근성 제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살리고 과도한 권리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에 의한 강제규제보다는 업체 자율에 의한 규제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셧다운제가 시행될 경우, 게임사와 학부모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고, 게임사들은 ‘게임 과몰입 자정’ 노력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학부모 역시, 아이들의 게임플레이에 대해서 방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또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게임 과몰입 문제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개입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분명한 해결책 또한 제시했다. 실효성이 없는 ‘셧다운제’보다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예방 교육 ▲접근성 좋은 저비용 인터넷 치료 도우미 시설 및 지원 ▲자녀와 함께 부모 교육 필요 등의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011년 11월 ‘셧다운제’가 실시됐다.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실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2019년 조사에서 셧다운제 때문에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고작 1분 30초에 그쳤다. 그 당시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왜’ 지금에 와서 ‘셧다운제’ 폐지를 논의하는 걸까.
잘못된 법안 수정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짜로 그 법안에 대한 문제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당시 ‘셧다운제’를 주장했던 여성가족부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잠을 충분히 자고 학교 수업에 충실하자는 것이 왜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분들의 아이들이 게임 과몰입이라도 반대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와서 여성가족부도 ‘셧다운제’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여준 ‘셧다운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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