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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질이 중요하다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8.04 13:21
  • 수정 2021.08.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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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부터 3일까지 크래프톤의 일반공모 청약이 진행됐다. 지난해부터 신규공모주 붐이 계속되고 있었고,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종목이라 크래프톤 역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공모금 5조 원, 경쟁률 7.79:1로 상당히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무리한 공모가 산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저조한 기관 수요예측 등 고평가 논란에도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한 것이 주 요인이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크래프톤이 20조 원이 넘는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최근 실적이 속된 말로 ‘예쁘게’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기업의 가치와 차기 모멘텀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것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흥행작임은 분명하고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나, 현재 스팀 동시접속자 수 등 외부에서 관측되는 주요 지표들은 출시 당시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모바일에서도 흥행하긴 했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 매출이 집중돼있어 ‘글로벌’을 논하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현재 준비 중인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릴 필요가 분명 있었다는 의미다.

이들이 신작으로 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와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기대할 만한 타이틀이다. 북미·유럽 등 회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시장에도 어필할 수 있는 라인업이라고 판단된다. 기자 역시 이들 타이틀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모과정에선 이들 신작에 대한 안내가 부실하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기존에 공개된 정보만 되풀이됐을 뿐 뚜렷하게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포인트는 없었다. 게임회사 IPO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자 제품인 게임에 대한 안내가 없으니,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뭘 보고 사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많은 게임사 IPO에서는 자사의 성과와 더불어 분명한 플랜과 모멘텀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크래프톤의 상장 과정에서는 이같은 모습은 찾기 힘들었고, 도리어 고평가 논란만 지속됐다. 이는 디즈니나 워너뮤직그룹처럼 수익구조가 완전히 다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비교대상에 포함하는 등 크래프톤이 자초한 부분도 크다. 결국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이번 IPO의 패착이라는 뜻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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