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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구심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8.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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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관영 매체에서 쓴 ‘게임은 정신적 아편과 같다’는 논조의 기사가 현지는 물론, 우리나라 게임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게임 대장주로 꼽히는 텐센트는 기사가 노출된 후, 주가가 폭락했고 덩달아 우리나라 게임주까지도 동반 하락했다. ‘검은사막’ 등이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인 판호를 받으며, 외자 판호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이 때, 난데없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사들 중에서 중국 매출에 의존도가 높은 곳이 적지 않다. 중국 시장이 출렁이면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고, 이번 기사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정책과 방향성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등의 반박 기사가 나오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새로운 게임판을 짜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내수 시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중국 당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IT와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자신들이 콘트롤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필두로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온 디디추싱이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미국 증시에 상장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현재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여기서 의구심이 드는 것은 텐센트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이야기를 굉장히 잘 듣는 착한 아이(?)로 평가됐다. 당국이 먼저 이야기 전에 알아서 먼저 납작 엎드리는 등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왔기에 이번 게임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기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몇몇 중국 현지 매체가 전하는 것처럼, 중국 당국 의지와 다른 개인적인 의견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기사 노출 시점이 민감한 사안들과 엮여 있는 기분이다.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이슈가 터진 날은 중국 게임 최대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21’ 폐막식, 다음날인 8월 3일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성대하게 치러낸 다음날 이런 기사를 낸 이유는 분명 의도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계속 우리(중국 당국)가 주시하고 있으니, 긴장을 놓지 말아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각을 우리나라로 맞추면, 3일은 국내 IPO 중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상장 공모주 마감인 날이었다. 여러 이유가 복합해 있지만, 결과적으로 ‘크래프톤’ 청약 흥행은 기대 이하로 끝났다. ‘크래프톤’ 역시, 중국 매출 비중이 적지 않은 게임사다. 물론 기자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한번쯤은 의구심을 가져볼만 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8월 5일 우리나라 한 매체에서 넥슨 매각설을 다뤘다. 여러 가지 정황을 가지고 추론을 한 기사였는데, 여기서 넥슨을 인수할 회사로 텐센트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넥슨 매각설’은 이미 몇 주 전부터 증권가를 떠돌던 이야기였다. 넥슨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명확한 입장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게임 콘텐츠 산업을 압박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텐센트’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를 ‘또’ 다그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것이 만들어진 각본이라면, 어떻게든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명확하다. 모든 변수를 생각해서 혹시 모를 사태에 꼭 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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