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 키드의 생애
아키하바라 키드의 생애
  • 안일범 기자
  • 승인 2021.08.1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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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해설로 나선 송승환 연출가의 멘트가 인터넷을 후끈 달군다. 송 연출가는 KBS 해설로 올림픽에 참가, 올림픽 과정과 개막식, 폐막식을 중계했다. 그는 폐막식 해설 막바지에 이번 올림픽 소감을 밝혔다.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저희 세대는 어쩌면 평생 동안 일본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던 세대였다. 이번에 일본에 오면(올림픽과 개막식, 폐막식을 보면서)서 느꼈던 점은, 이제 우리가 뭐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나마 ‘예술’면에서는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저희가 일본보다는 많이 뒤처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면, 우리 젊은 시대들은 일찌감치 일본을 추월하고 멀찌감치 앞서가는 그런 노력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이유는 개막식과 폐막식이 기대 이하 연출로 실망을 사면서 나온 발언을 보인다. 공연을 두고 승패를 가리는 일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장시간 동안 콤플렉스가 있었던 이들에게는 분명히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일본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선보인 개막식과 폐막식은 혹평을 받았다. 전 세계 유수 언론들이 이를 지탄하며, 일본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은 행사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수혜를 얻어 과거 영상들이 발굴되고, 마스코트나 쇼들이 각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며, 해당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면 그의 발언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게임 업계도 역시 일본은 동경의 대상이었던 때가 있다. 지난 1980년대 ‘슈퍼마리오’를 필두로 대작 게임들이 쏟아지던 시절이 있었고, 그 게임에 영감을 받아 게임 크리에이터가 된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일본 게임에 영향을 받았고, 이를 동경하면서 자랐다.
 
과거 영화제작자들이 ‘할리우드 키드’로 자란 뒤, 아카데미를 노렸다면, 우리나라 게임 개발자들은 ‘아키하바라 키드’ 혹은 ‘용산, 청계천 키드’였던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일본 시장에서 우뚝 서보는 ‘꿈’을 가지고 고집스럽게 일본 시장에 게임을 론칭 한다. 누가 봐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비즈니스임에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서비스를 강행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어쩌면 그 이유가 바로 송승환 연출가가 언급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지난 40년 동안 우리가 고집스럽게 추구해왔던 결과물은 성과를 냈다. 이제 기술적인 면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온라인 게임 다중 접속 기술 등 일부 기술에서는 우리가 앞서 나간다. 그다음 영역이라고 도전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일본 버블경제를 거친 황금 세대가 서서히 은퇴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 아키하바라, 용산, 청계천 키드들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들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웃으며 축배를 들고, 후대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 역시 송승환 연출가 마냥 속 시원한 한마디를 전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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