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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떨리는 매니지먼트 시장 체험기, '아이돌 매니저'

아이돌 그룹 육성해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 목표 … 매출과 ‘정’ 놓고 심리전, 피말리는 생존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8.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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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4호 기사]

샤방샤방 빛나는 아이돌들이 잔뜩 몰려 든다.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법한 미소녀들을 한데 모아 놓고 연습을 시킨다. 준비가 끝나면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에 나선다. 믿음으로 키운 아이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다. 앨범은 대박이 나고 콘서트는 연일 매진 행렬이다. 연말 대상에서 시상을 받고, 스타 멤버들은 CF에 영화에 예능에 드라마까지 눈코뜰새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며 복덩이가 됐다.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한발 다가 설 수 있을 것만 같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까지만 해도 헤벌레 웃으며 클릭을 하는 게임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다르다. 천사처럼 미소를 짓는 아이돌들은 뒤에서는 서로 머리채를 쥐어 뜯고 싸우며, 능력도 없는 아이돌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직원들은 험담 일색에 아이돌의 사생활로 협박을 해오며, 앨범은 쥐꼬리만큼 팔리다가 사라질 것 같다. 끔찍한 재정난 속에 허덕이면서 겨우 먹고 산다. 주변을 돌아 보면 타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다. 좌절과 고통, 그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은 있었다.
 

아이돌 매니저’는 러시아 개발자가 개발한 인디 게임이다. 얼핏 보면 일본 게임 같아 보이는 점이 아이러니. 게임 개발에 철저히 공을 들인 듯 텍스트와 일러스트는 수준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게임 구도는 라이벌 아이돌들과 경쟁을 펼쳐 끝내 승리하는 게임을 목표로 한다. 라이벌 기업들은 수완이 좋아 순식간에 성장하는 반면 유저의 기업은 지지부진하기 십상이다. 몇 번이든 계속 도전하면서 성장한 뒤에 엔딩까지 도달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그 과정은 괴롭지만 끝냈을 때 묘한 희열이 남는 게임으로 준비돼 있다.

물고, 물리는 지옥 속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초반부터 범상치 않다. 흔한 모바일게임을 패러디하듯 아이돌들을 ‘가챠’형태로 뽑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은 능력자인 듯 아이돌들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실버, 골드, 플래티넘 등 익숙한 등급에 따라 아이돌들을 분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모든 캐릭터들이 플래티넘급이라면 게임난이도는 비교적 낮아지겠지만 그렇게 운이 좋은 유저는 거의 없다. 초반에는 그저 그런 아이돌들을 열심히 돌려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단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최적. 1달에 한번 이상은 앨범을 발매해야 기본적으로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버는 돈은 비슷하지만 아이돌들은 연차가 쌓이면서 급료 인상을 요구한다.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반복된 굴레 속에 시름만 쌓여 간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좋은 곡을 만들어 내고, 아이돌들이 방송 활동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돌들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하는데, 막상 성장시킬만한 시간도, 돈도 없는 상황이기에 악순환이 계속된다. 매 달 앨범을 내면서 버티다 보면 결국 회사도, 유저도, 아이돌들도, 직원도 끔찍한 환경에 내몰린다.
 

▲ 아이돌을 선발해 세계 최고 스타로 육성하자

스캔들과 내리갈굼의 현장
어느 정도 게임에 적응하면서 초반부를 안전하게 버텨 내면 그 다음 문제가 대두된다. 아이돌 멤버가 약 10명이 넘는 시점부터 이제 선배와 후배들이 파벌로 나뉘어 서로 싸운다. 특히 능력이 출중한 멤버들을 노골적으로 푸쉬하는 순간, 나머지 9명이 합심해서 1명을 따돌리고, 욕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서로 싸우고, 파벌을 만들고, 활약조차 미진한 상황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해고 뿐. 그러나 문제는 반복되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멤버들이 실수를 연발해 스캔들이 터지면서 아이돌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일부 잘나가는 멤버들은 스스로 탈퇴하겠다며 주인공을 압박한다.
 

▲ 걸핏하면 싸우는 아이들,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나중에는 그려러니 하게 된다

제왕의 품격
정리해 보면 모든 요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온갖 돌발 요소들이 주인공을 압박해온다. 반대로 이 요소들을 경험하다 보면 결국은 게임상에서 대처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안배 해 놓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나가고자 하는 베테랑들에게는 장기 계약이 가능한 방송 프로그램을 돌려, 방송이 끝날 때 까지 유예를 두고, 그 사이 멘탈을 수습하는 방법을 가동한다. 팀이 궤도에 오르면 콘서트를 돌려 자금을 확보한다. ‘파벌’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해 해당 파벌끼리 유닛을 결성한 뒤 내부에서 경쟁하도록 만든다. 대처법을 연마하고, 웃으면서 대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은 바로서며, 이 게임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된다.
 

엔딩까지 휘몰아 치는 스토리텔링
어느 정도 기업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서서히 개발자가 안배한 스토리 속으로 들어 가게 된다. 매 장마다 대표하는 스토리틀이 존재하며 이를 보면서 엔딩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특히 현재 아이돌 생태계를 비난하는 스토리텔링에서 시작해 올림픽과 같은 빅 이벤트에서 관심을 돌리는 방법, 상대 아이돌과 정당(?)한 경쟁 등과 같은 스토리텔링들이 유저들을 기다린다. 베테랑 디자이너들이 하듯 추락과, 상승, 긴장감 완화와 다시 절정을 반복하는 게임성은 흔한 양산형 게임과는 다른 면모가 있다. 얼핏 보면 ‘아이돌’들을 관리하면서 육성하는 재미를 즐기는 마니아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업 운영과, 사람 관계를 다루는 게임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약 20시간으로 비교적 짧지만 현재 다수 모더들이 신규 콘텐츠를 개발해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밟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이는 시리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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