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게임기 비즈니스의 함정
차세대 게임기 비즈니스의 함정
  • 안일범 기자
  • 승인 2021.09.0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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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플레이스테이션5가 공식 발매되면서 이른바 차세대 게임 시장이 열렸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그래픽과 사운드, 기기 성능을 기반으로 한 물리 엔진, 새로운 콘트롤러에 따른 햅틱 피드백 등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유저들을 열광케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기기 판매량은 1천 만대를 돌파. 역대 콘솔 게임 기기 중에서도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끌어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기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발매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기기 전용 신작 게임이라고 할만한 제품이 많지 않다. ‘데몬즈 소울’과 ‘리터널’, ‘라챗 앤 클랭크:리프트 어 파트’ 등 손에 꼽을만한 몇몇 작품들이 등장할 뿐이다. 대부분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을 발매한 이후에 추가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을 따로 받는다. 심지어 발매되는 버전도 기존 버전에 일부 그래픽효과만 개선된 상황이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으로 무료 업그레이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소리다. 

이 같은 소식에 플레이스테이션5 유저들은 광분한다. 당연하다. 거금을 들여 기기를 구매한 유저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발표는 오히려 PS5 유저들은 역차별하는 수준의 발표니 할 말 다했다. 

사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시대 소위 트리플A급 개발비는 약 1억 달러(우리돈 1,200억 원) 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고 봤다. 장시간동안 개발하고 퀄리티를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약 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려야 하고, 그 외 디지털 수입을 거둬야 다음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5 시대는 이 개발비가 2배 이상 뛸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전 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 숀 레이든 CEO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플레이스테이션5 시대 개발비는 2억 달러(2,4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봤다. 기기 성능이 올라가면서 게임 퀄리티가 오르고, 높은 퀄리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자들도 더 투입돼야 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개발비가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산술적으로 보면 결코 말이 되지 않는 수치다. 패키지당 가격을 약 7만원으로 잡으면 1천5백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려야만 계산기를 두들겨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5 구매자 전체가 구매(약 1천만 장)하더라도 산술적으로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 

설사 기기 판매량이 따라준다 할지라도 1,500만장 판매고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임 역사상 1,500만 장 판매고를 올린 작품들은 채 100개가 되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2017년 출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이 2천만 장 판매고를 올렸다.  

상황이 이쯤 되니 무리수가 등장한다. 일단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을 개발한 다음, 업그레이드용 비용을 따로 계산해 충당하는 식이다. 개당 7만원에 1,500만장은 불가능하지만, 2만원에 최대 2~300만장을 노리는 계산은 그들 눈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보이는 계산이 되는 셈이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본다 한들, 그들만의 사정일 뿐이다. 책장에 앉아 최첨단 공식을 만들어 낸다고 할지라도 유저들이 싫어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유저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게임과 콘텐츠를 선보인다면 계산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할 일은 계산기를 두들기는 일이 아니라, 유저들을 설득하는 일 아닐까. 

시대는 바뀌었다. 과거 엄마 손을 붙잡고 패밀리 게임기 팩을 교환하러 다니던 꼬마들은 이제 아저씨가 됐다. 자신의 아이들 손을 붙잡고 게임 매장을 다닌다. 단맛 쓴맛을 다 본 어른들이  고객층이다. 20년 전과는 다른 세상이다. 눈가리고 아웅이 통하던 시대가 아니란 이야기다. 이를 인지해야만 비로소 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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