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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놓인 모바일 RPG ‘명품 전략’, 신규 유저 유입 위한 전략 필요

기존 성공방정식 과포화, 점진적 하락 전망 … MZ세대 겨냥 신규 트렌드 주목해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09.14 00:00
  • 수정 2021.09.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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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6호 기사]

지난 1996년 시작된 한국발 정통 MMROPG는 혁신적이었다. 한국은 MMORPG의 본고장으로 중국, 태국 등 글로벌 PC MMORPG시장을 이끌어 낸다. 기업은 크게 성장했고 한국 게임은 ‘왕’대접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쇠퇴하던 시장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정통 RPG들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면서 또 한번 전설을 쓴다. 기존 게임 개발 노하우와 서비스 노하우에 모바일 게임 시장 트렌드를 공략하는 과금 요소를 더하면서 정통 RPG는 다시 활황기를 맞이한다.
역사는 다시 한번 반복되는 것일까. 지난 2020년부터 조금씩 이 시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유저들은 과도한 과금 요소에 반발했고, 게임 밸런스를 맞춰달라는 요구와 함께 트럭 시위에 나선다. 이상 신호를 감지한 기업들은 서비스 혁신을 부르짖으며 변화를 약속한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 중순 정통 RPG에 열광하던 이들은 돈을 아끼기 시작했다.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주가하락과 함께 위기설에 휩싸인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지금이야 말로 냉정하게 게임시장을 다시 한번 진단해 봐야할 때다. 이에 전문가 20인에게 현황을 묻고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를 준비해 봤다.
 

▲ 모바일게임 순위에서 정통 RPG가 여전히 최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지만, 위기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9월 10일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DAU 상실 ‘위기설’ 불지펴
주식 시장에서 ‘패닉’이 온 것과 달리 전문가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이 같은 상황이 이미 ‘예측된 위기’라는 후문이다. 이미 올해 초순부터 각 게임들의 DAU(일 최대 이용자 수)가 빠지기 시작했고, 매출에서도 어닝쇼크가 온 상황을 지목한다.
당시 이를 두고 ‘오딘: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 론칭으로 유저 이동이 있는 것으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오딘’은 월간 MAU 110만 명을 기록하면서 성장세인 반면 타 게임의 경우 점진적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반사 작용을 예견키도 했다.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오딘’을 비롯 정통 MMORPG 전반에서 DAU가 50%이상 하락하면서 사업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 MZ세대 트렌드를 관통하면서 히트한 ‘어몽 어스’

한 전문가는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면 ‘신작’이 등장해 DAU가 다시 이동하고 매출이 변동하는 곡선을 맞이한다. 그러나 ‘블레이드 & 소울2’가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장르 후속작들도 불투명한 시점으로 보여 위기설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현황을 분석한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모바일 데이터 DAU의 경우 모바일이 아니라 PC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적지 않아 제대로된 통계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코어 유저들은 모바일과 PC를 동시에 가동하며, 다수 기기들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DAU하락이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첨언했다.

지표 급하락 복귀 프로모션 잇단 실패
유저들의 숫자가 하락하는 것은 게임 생태계로서는 당연한 국면이다. 게임을 충분히 즐긴 뒤에 이탈하며, 다른 게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바일 RPG들이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는 시점이어서 유독 이들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 모바일 인사이트에 따르면 오딘의 DAU는 전성기 대비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기’를 지목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서비스 첫 주에 절반, 한 달 단위로 다시 20~30% 줄어들면서 유저가 점진적 감소세를 기록한다. 특정 시점에서 충성유저들이 남아 안정세로 전환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저 이탈 기울기가 급속도로 가파르게 변모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기존 이탈자가 심한 경우에 50%였다면 최근에는 60% 이탈과 70% 이탈도 종종 나오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복귀율’이 저점을 기록 중이라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지급하고, 기존 보다 더 높은 보상으로 결제를 유도하나 유저들이 더 이상 이 시스템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왔기 때문에 위기 대응이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는다.

유저 ‘피로도’에 이탈 심화
이 같은 상황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도한 비즈니스 모델’, ‘재미의 한계’, ‘신규 유저 없는 그들만의 리그’등 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피로도’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 이제 나이가 들면서 장시간동안 게임을 할 수 없는 환경이며, 하루라도 게임을 접속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도중에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금을 결제하는 상황이다. 특히 결제 금액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가용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정리하면 소수 코어 유저들 조차 등을 돌리게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거듭되면서 목표를 상실하게 된 점이 핵심 요인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렇게 이탈한 유저들이 신규 게임에 유입되지 않고 아예 시장을 이탈하면서 생태계가 뿌리째 뒤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목한다. 이는 곧 점진적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며 어느 순간 한번에 이탈하는 그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배틀 패스 모드로 폭발적 매출을 거둔 ‘포트나이트’

한 전문가는 이탈 원인으로 ‘재미’를 지적한다. 이 전문가는 “유저들이 계속 이탈하는 이유는 ‘돈을 써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미 없는 게임에 돈을 써야 하는 것’에 화나 있는 것”이라고 지목한다. 단순 경쟁에서 오는 피로라면 타 게임으로 유입되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적인 레벨업과 아이템 경쟁으로 인한 동일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나오는 현상이 한계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목한다.

새로운 재미 요소 도전해야
종합해보면 현재 정통 RPG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비단 한 게임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게임들의 지표가 동시에 하락하는 점은 장르의 점진적 쇄락을 야기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과거 RPG들이 쇄락하고 FPS게임과 MoBA가 성장하던 시점을 닮아 있다.
이 현상을 두고 한 전문가는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상점부터 보는 것이 현재 그림”이라며 “게임은 이미 뭘할지 다 알고 똑같은 재미를 제시하기 때문에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고 차별화점은 그저 ‘상점’인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결책도 이 같은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일례로 단기적 해결방안으로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해 ‘소과금’유저들도 충분히 경쟁력있는 게임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신 다년간 유저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콘트롤 게임들을 즐기는 만큼, 돈보다 콘트롤에 따라 좌우되는 재미들을 추구하는 게임들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경쟁하는 것 보다 다른 형태에 집중하는 게임들이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 전문가는 “MZ세대의 경우 ‘굳이 뭔가를 강요’하는 것을 싫어하는 세대”라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의 연출과 해당 연출에 따른 핵심 콘텐츠의 극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고 지목한다. 때문에 게임 기법 자체에 변화를 주면서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를 줘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배틀 패스’나 ‘구독경제(스트리밍, 월정액제)’ 같은 모델 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게 ‘게임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 새로운 대안으로 ‘모드’를 제시하는 개발자도 있다. 회사가 R&D에 투자하지 못한다면 유저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새로운 재미요소를 창출.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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