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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레트로와 올드패션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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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6호 기사]

최근 게임 업계에 레트로 감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199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의 도트 그래픽, 2D 2등신 캐릭터 디자인, 20년 전에 본 듯한 플레이스타일과 카메라 워크 등 다양한 레트로 스타일이 시도되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의 시스템, 전통, 회상, 회고, 추억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스펙트의 줄임말로 복고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단어이다. 과거를 그리워하여 지난 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한다는 것은 20~30년 전 부터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현재까지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게임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게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아서 과거의 게임 스타일도 현재에 충분히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과거의 명작들이 다시 리메이크되고, 어린 시절 빠져있던 게임을 다시 할 때 느끼는 감동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예전 향수를 느끼게 하는 신작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고,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러나 가끔 게임 제작사와 레트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레트로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분명 레트로 게임 기획을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내용은 오래된 게임의 표절작 수준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놀라게 된다. 이런 표절은 때로는 오마주로 포장되고, 때로는 참조라는 이름으로 은근슬쩍 넘어간다. 표절과 오마주, 참조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레트로의 기본은 과거 스타일의 현대적 재해석에 있다. 우리가 복고풍 옷이 유행한다고 해서 실제 70년대 옷과 똑같이 제작된 옷을 입으면 그건 유행이 지난 옷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올드패션이라고 부른다.

레트로 의상은 70년대 옷을 70년대 사람처럼 입는 것이 아니라, 70년대 스타일 옷을 현재를 사는 사람이 입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오마주가 되고, 참조가 되며, 레트로가 되고, 복고풍이 된다. 리메이크 혹은 재출시가 아니라면 레트로 게임은 레트로 스타일이어야지 올드게임의 부활이어서는 안 된다.
레트로 트랜드의 유행은 올드 게이머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아직 올드 게이머가 중요한 게임의 소비층임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게임의 저변확대는 게임 시장을 확대시키고,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레트로 스타일이 박물관에서 나온 스타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고, 게임의 본질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물관 전시품은 박물관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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